국가대표 좌우 날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이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첫 '코리안 더비'를 앞두고 있다.  2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리는 2016/2017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에서 토트넘과 크리스탈  팰리스가 격돌한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나란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손흥민과 이청용 모두 소속팀 내 주전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손흥민은 유로파와 EPL 등 모든 대회를 통틀어 42경기에서 8골 5도움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준수한 기록이지만 리그에서는 4골 1도움에 그쳤고 비중이 큰 경기에서는 거의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이청용은 각종 대회에서 17경기 2골에 그친 데다, 시즌 후반기 국내 모 언론 인터뷰에서 앨런 파듀 감독의 팀운영을 비판한 것이 도마에 오르며 구단 자체 징계를 받는 등 악재가 겹쳤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두 좌우 날개의 소속팀 동반부진은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에도 근심을 안길 정도였다.

우려 딛고 순조로운 시즌 개막 맞이한 이청용

EPL에 나선 이청용 지난 2015년 8월 29일,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이 첼시의 디에고 코스타와 맞서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29일,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 크리스탈 팰리스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이 첼시의 디에고 코스타와 맞서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EPA


올 시즌도 두 선수는 다소 불확실한 전망 속에서 출발했다. 당초 이적이 유력한 듯 보였던 이청용은 우여곡절 끝에 일단 팀에 잔류했다. 이청용은 프리시즌 들어 중앙 미드필더로의 변신을 모색하며 꾸준한 출전 기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3일 웨스트브로미치와의 개막전에서는 예상을 깨고 당당히 선발출전 기회를 잡았다.

비록 팀은 0-1로 패했고 이청용도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 66분을 활약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 조율과 패스 플레이를 선보였다. 우려했던 파듀 감독과의 관계도 원만하게 회복된 것으로 보이면서도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청용은 지난 시즌까지 팰리스의 두터운 2선 자원들 속에서 자리를 잡지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팰리스가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에 돌입하며 이청용의 최대 경쟁자이자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던 야닉 볼라시에가 에버턴으로 이적했고, 마일 예디낙 역시 애스턴 빌라로 떠났다.

아직 윌프레드 자하와 제이슨 펀천, 안드로스 타운센드 등이 남아 있지만 이청용과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데다, 이청용이 올 시즌에는 측면보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더 중용될 것이 예상되면서 사실상 경쟁보다는 공존 관계로 바뀔 전망이다. 개인플레이와 직선적인 움직임을 선호하는 팰리스의 기존 2선 공격수들과 달리 침투 패스와 연계 플레이를 통한 경기 조율에 강한 이청용의 장점이 조화를 이룬다면 팰리스도 지난 시즌과는 다른 색깔의 공격 조합을 가동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또한 팰리스는 리버풀로부터 벨기에 국가대표 공격수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영입할 게 거의 유력한 상황이다. 리버풀 이적 후 고전하기는 했지만 벤테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년간 검증된 공격수다. 뛰어난 신체적-기술적 조건을 겸비하여 최전방 원톱이 갖춰야할 자질을 갖춘 공격수로 평가 받는다. 영리하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는 이청용과 조화를 이룰 수만 있다면 올 시즌 팰리스의 가장 중요한 공격루트로 부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파듀 감독에 대한 이청용의 신뢰가 아직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파듀 감독은 지난 시즌에도 공격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는 가장 먼저 이청용을 제외했다. 이청용의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파듀 감독은 기본적으로 2선 공격수라고 할지라도 도우미 보다는 해결사 성향의 선수를 더 선호한다. 이청용이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올 시즌 공격 포인트에도 적극적으로 욕심을 낼 필요가 있다.

토트넘의 견고한 공격라인, 손흥민의 험난한 주전경쟁

 1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 한국과 온두라스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리우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승선했으나 메달권 진입에 실패하여 아쉬움을 남긴 채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했다. 특히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손흥민은 많은 골 찬스를 놓치며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여론의 비난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림픽은 손흥민의 현 주소와 앞으로의 과제를 보여준 무대이기도 했다. 전매 특허인 스피드와 돌파력은 올림픽에서도 명불허전이었지만, 동시에 약점으로 꼽히는 좁은 시야와 연계 플레이 능력의 부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어느덧 EPL 2년 차가 된 올 시즌 손흥민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잦은 기복과 경기운영 능력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올 시즌도 최전방의 해리 케인을 비롯하여 크리스티안 에릭센-에릭 라멜라-델레 알리로 이어지는 기존 주전 공격진 '빅4'가 모두 건재하다. 주전 조합이 처음으로 나섰던 프리스진 인터밀란전에서도 6-1 대승을 이끌며 화력을 과시했다.

손흥민이 대표팀 차출로 빠졌던 13일 에버턴과의 개막전(1-1)에서도 빅4는 변함없이 모두 선발출장하며 포체티노 감독의 두터운 신뢰를 확인했다. 이 경기에서 토트넘은 비록 승리는 놓쳤지만 라멜라가 개막 첫 골을 넣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줬다.여기에 토트넘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득점왕 출신인 빈센트 얀센 등 새로운 경쟁자까지 가세하며 손흥민에게는 올 시즌 초반 더욱 험난한 주전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두 선수 모두 경기 명단에 포함될 것은 확실시되지만 선발 출전 가능성은 반반이다. 일단 선발명단에 포함된다면 이청용이 조금 더 유력해 보인다. 시즌에 돌입했지만 팰리스는 아직 선수단 개편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 약간 어수선한 데다 이청용도 개막전에서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인만큼 무리한 변화는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팰리스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펀천이 기용된다면 이청용이 벤치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손흥민은 올림픽 참가로 인하여 시즌 개막 이후 뒤늦게 합류했고 기존 주전들의 컨디션에 도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일단 팰리스전에서는 교체 멤버로 출전 기회를 노릴 것이 유력하다.

두 선수 모두에게 올 시즌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국가대표팀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두 선수인만큼 소속팀에서 꾸준한 기회를 얻으며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침을 겪었던 손흥민과 이청용이 올 시즌에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함께 웃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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