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 박용우가 10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C조 조별리그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후반전 종료 직전 골문 앞에서 헤딩으로 멕시코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 박용우가 10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힌샤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축구 C조 조별리그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후반전 종료 직전 골문 앞에서 헤딩으로 멕시코의 공격을 차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8강 진출국이 확정됐다. C조의 대한민국은 2승 1무로 당당히 조 1위를 차지하며 지난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A조의 브라질-덴마크, B조의 나이지리아-콜롬비아, C조의 한국과 독일, D조의 포르투갈-온두라스가 각각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올림픽 축구는 A대표팀이 나서는 월드컵이나 각 대륙 선수권 대회 등에 비하여 유독 변수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만 해도 올림픽 우승국이자 세계 축구 전통의 강자로 꼽히던 멕시코와 아르헨티나가 예선 탈락하는 이변을 맞이한 것이 대표적이다.

런던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는 간판 스타인 오리베 페랄타와 로돌포 피사로가 대회 기간중 부상으로 전력에서 중도에 이탈한 것이 치명타였다. 여기에 한국과 독일이 대승을 거둔 최약체 피지를 상대로 선제골을 내주는 등 끌려가다가 겨우(?) 4골 차(5-1) 승리에 만족해야 했던 것도 부담으로 돌아왔다. 독일전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종반 무승부를 허용했던 멕시코는 한국과의 최종전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가 권창훈의 역습 한 방에 결승골을 내주며 탈락의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멕시코·아르헨티나 조별리그 탈락 굴욕

아르헨티나는 올림픽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사령탑이 교체되는 진통을 겪었다. A대표팀과 올림픽팀을 겸하던 헤라르드 마르티노 감독이 지난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준우승에 그친 이후 사임했다. 마르티노 감독은 올림픽팀 선수 구성 및 차출과 관련해서도 아르헨티나 축구협회가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현재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최근 수년간 공금횡령, 회장 선거 비리 등의 부패 논란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어서 올림픽에 집중할 여력이 없었다.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청소년대표팀을 이끌던 훌리오 올라르티코에체아 감독에게 급하게 지휘봉을 맡겼으나 제대로 된 지원은 여전히 전무했다. 특히 선수 차출 문제에서 해법을 찾지 못했다. 23세 이하 선수들 중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수준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며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는데도 실패했다. 아르헨티나는 결국 1승 1무 1패로 D조에서 포르투갈-온두라스에 밀려 조 3위에 머물렀다.

각 대륙별 예선 1위팀들도 정작 본선에서는 조별리그 통과에 잇달아 실패하는 굴욕을 당했다. 일본은 올림픽 예선으로 치러진 '2016 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을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다. 스웨덴은 지난해 열린 '2015 UEFA 유러피언 U-21 챔피언십'에서 포르투갈을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꺾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두 팀은 올림픽 본선에서는 나란히 B조에 편성되어 동반탈락했다. 공교롭게도 예선에서 두 팀에게 고배를 마셨던 준우승팀 포르투갈과 한국은 각각 A-C조 1위로 8강 진출에 성공하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조별리그에서 진땀 흘린 브라질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장현수(왼쪽 셋째)가 독일 율리안 브란트의 공격을 마크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장현수(왼쪽 셋째)가 독일 율리안 브란트의 공격을 마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최국 브라질은 8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조별리그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브라질은 A조 1·2차전에서 남아공-이라크에게 연이어 무득점 무승부에 그치며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최종전에서 덴마크을 4-0으로 대파하며 벼랑 끝에서 조 1위로 기사회생했다.

2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과 지난 6월 코파 아메리카에서 연이어 부진한 성적으로 비난 여론에 시달리고 있는 브라질은 올림픽에서는 우승에 대한 절박함이 클 수밖에 없다. 덴마크전에서 3골을 합작한 가브리엘 제수스와 가브리엘 바르보사 듀오의 활약이 인상적이지만, 정작 기대를 모았던 '와일드카드' 네이마르가 아직 무득점에 그치며 부진한 게 부담이다.

이번 대회 최악의 팀은 단연 피지다. 피파랭킹 187위의 약체 피지는 오세아니아에서 절대 강자로 꼽히던 뉴질랜드가 지역예선에서 부정 선수 기용으로 몰수패를 당하며 결승에서 바누아투를 꺾고 어부지리로 올림픽 본선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마추어선수들로 구성된 피지는 예선 3경기 3패에 1골 23실점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며 세계축구와의 수준 차이를 절감했다.

대한민국과 나이지리아, 온두라스 등은 당초 탈락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뒤집고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비교적 떨어지는 이름값으로 인하여 '골짜기 세대'라는 우려를 샀지만, 조별리그에서 역대 올림픽 기록을 대거 경신했다. 조 1위와 2회 연속 8강행, 조별리그 최다 승점(7점)-다득점(12골)은 모두 한국축구 올림픽 신기록이다. 특히 멕시코를 상대로는 1948년 런던 대회 이래 올림픽 본선에서 한번도 지지 않는(3승2무) 기록과 4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지켜냈다.

'막장' 축구계 나이지리아, 가장 먼저 8강 확정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는 기적과 막장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조별리그 개막 당일날 현지에 도착하는 악재를 딛고 기적 같은 8강행을 이뤄냈다. 나이지리아는 협회 재정상의 문제로 일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단 7시간 앞두고 현지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과 컨디션 조절은 물론이고 하마터면 몰수패까지 당할 수 있는 위기를 극복해 낸 나이지리아는 첫 경기에서 일본을 5-4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어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승리하며 나이지리아는 가장 먼저 8강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삼손 시아시아 나이지리아 감독이 8강 진출이 확정된 이후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어수선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시아시아 감독은 5개월째 나이지리아 축구협회로부터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좀처럼 어디로 튈지모르는 나이지리아표 막장 드라마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8강 대진은 독일과 포르투갈, 나이지리아와 덴마크, 한국과 온두라스,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대결로 압축됐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이 3팀, 남미가 2팀, 아프리카-북중미-아시아가 각 1팀씩 대륙별로 고르게 균형을 이뤘다.

월드컵 우승국인 독일과 유로 2016 챔피언인 포르투갈이 올림픽에서 마주친 것이 이채롭다. 네이마르의 브라질은 2년 전 월드컵 8강전에서 악연을 맺었던 콜롬비아와 이번엔 올림픽 8강에서 재회하게 됐다.

한국은 8강에서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같은 전통 강자를 피했지만 북중미의 복병 온두라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한국은 6월 4일 4개국 친선대회에서 온두라스에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며 고전한 끝에 간신히 2-2 무승부에 그쳤다. 당시 온두라스는 심판이 홈팀에 유리한 편파판정을 내렸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역대 올림픽팀간 전적은 2승 1무로 한국의 우위다.

한국의 최대 목표는 지난 런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메달권 진입이다. 이변이 많은 올림픽 축구의 특성상 한번 탄력을 받으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올림픽에서는 1996년 나이지리아를 비롯하여, 2000년 카메룬, 2012년 멕시코 등 종종 이변의 우승팀이 등장하곤 했다. 한국이라고 이번 올림픽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지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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