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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새누리 전대 참석한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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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색깔론이 등장했다.

"북한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황당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한다. (중략)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며 중국을 방문한다." - 박근혜 대통령,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중(관련기사 : 박 대통령 "정치권 일부, 북한과 같은 황당 주장해")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에 반대하고, 의원외교 차 중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국익을 저해하는 세력'으로 낙인찍었다. 말의 품위로만 치면, '빨갱이들'이란 비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역사다. 끊임없이 기록되고, 전해지며, 평가받는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공화국'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만한 말을 연이어 쏟아냈다.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

대통령에게 '공화국'은 무엇인가


"안보 문제에 있어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말에는 100% 동의한다. 하지만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없다"는 말을 맞닥뜨리니 그저 당황스럽다.

개인적으로 배치 지역과 주변국 반응 등을 따져봤을 때, 사드는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드는 북핵 억지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며, 정상회담·6자회담 등 남북이 얼굴을 맞댈 수 있는 논의의 장으로부터 우리를 점점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누군가가 사드배치에 찬성할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얼마 전, 직업군인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우연히 사드 이야기를 나눴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나와 찬성하는 친구의 의견은 달랐지만,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은 같았다. '내가 100% 맞을 수 없다'는, 너무도 당연한 이유 때문이다.

안보라는 목적을 반드시 대화라는 수단이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사드라는 수단으로도 안보라는 목적을 꼭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단은 자신이 겨냥한 목적을 항상 향하진 않는다.

인류는 역사를 통해 이를 체화했고, 많은 국가에서 함께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것이 '공화'이며, 이는 대한민국이 북한에 비해 갖고 있는 강점이기도 하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목적은 맞지만, "가치관과 정치적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없다"는 '단 하나의 수단'은 틀린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 결정하는 것과 함께 결정하는 것은 행여 그 내용이 같더라도 큰 차이를 불러온다. "사드는 없다"고 공언한 국방장관의 입에서 갑자기 "사드배치"라는 말이 나왔고, 결정이 떨어지자 국방장관은 곧장 국회에 찾아와 야당 지도부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또 얼마 뒤 배치 지역을 발표했다. 지난 달, 엿새 만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8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도착한 김영호 의원(오른쪽)과 신동근 의원.
▲ 사드 압박 속 야당 의원들 방중 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이 거센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들이 8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사진은 베이징에 도착한 김영호 의원(오른쪽)과 신동근 의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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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력을 몰라주냐고? 우린 '관심법'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국 전승 7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천안문 위에 섰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중국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00년 마늘파동 때도 그랬고, 지금도 서서히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사드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사드배치 결정을 목전에 두고, 정부는 국민은 물론, 야당과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이 중국을 찾은 것도, 이에 따른 답답함의 결과물이다. 중국 방문을 주도한 김영호 의원은 "사드 추진 세력인 정부와 여당이 중국을 설득하기에는 어려울 것 아닌가?"라며 "그들이 못하는 외교를 야당이 국익을 위해 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관련기사 : 김영호 "중국 간다고 비난? 고마워해야").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얽힌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것은 그 동안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라고 폄하했다.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우리의 노력도 몰라주냐"니... 국회의원들에게는 관심법의 능력이 없다.

그나마 노력이라도 했으면 모르겠다.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이 중국에 도착한 8일, 김장수 주중대사는 그제서야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그런데 "사드배치 결정 발표 이후, 우리 정부가 중국 측에 공식적인 외교 경로로 입장을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기사 내용을 보며, 그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야당 의원들이 움직이고서야 인접국 대사가 부랴부랴 외교를 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세계 10위권 무역국가'를 자랑하는 나라의 민낯이란 말인가?

한중수교 후 24년이 지났다. 하지만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맘 놓고 중국행 비행기에도 못 오르는 시대가 됐다.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북한 동조 세력으로 몰리는 시대가 됐다.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100% 대한민국'이란 구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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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드, #중국,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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