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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에 대해 "여섯 분의 의원들이 방중을 통해 보여주는 일들이 국익 최우선으로 하는 일인지 국민 앞에서 늘 생각하며 임해주길 바란다"며 "이 분들의 활동은 역사가 엄격히 평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 정진석 "더민주 의원 방중, 역사가 평가할 것"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에 대해 "여섯 분의 의원들이 방중을 통해 보여주는 일들이 국익 최우선으로 하는 일인지 국민 앞에서 늘 생각하며 임해주길 바란다"며 "이 분들의 활동은 역사가 엄격히 평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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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의원들이 8일 '사드 방중'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6인(김영호·김병욱·박정·소병훈·손혜원·신동근)을 겨냥한 마녀사냥 식 여론몰이에 나섰다.

더민주 의원의 방중은 사드 배치 논의를 위한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대주의'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골자였다. "정상적인 의원 외교의 일환"이라는 더민주 의원들의 해명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청개구리식 인식"

지상욱 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은 294명이다"라며 중국으로 출국한 의원들을 향해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청개구리식 인식만 가진 아마추어들이 (중국에)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면서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맞나? 중국에서 들고 올 것은 중국의 사드 반대 윤허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은) 의원 외교를 위장한 신 중국사대주의에 불과하다"면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직무를 행하겠다는 선서를 중국에 갖다바친 이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위원장을 필두로 한 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정진석·김학용·백승주·경대수·이종명·이철규)도 '더민주 의원 방중=신 중국사대주의'라는 동어반복을 이어갔다.

이들은 "중국까지 가서 여론 추이를 살피겠다는 정치 집단이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1야당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이는 21세기 신사대주의의 발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힐난했다. 또 "조선시대 청나라 사절단 마냥 중국에 머리를 조아리는 언행은 절대 없기를 기대한다"며 더민주 방중 의원단을 과거 청나라 사절단에 비유해 깎아 내리기도 했다. 

새누리당 당권주자들의 목소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주영 의원은 이날 오후 강동호 서울시당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여러 전문가들을 만난다고 하는데 그러면 중국 논리에 휩쓸려 잘못하면 이용만 당한다"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의원도 이날 오전 정론관 브리핑 후 유감의 뜻을 밝히며 "지금이라도 방중을 취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색적인, 더욱 원색적인... "현대판 사대 행위"

김영우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사가 실린 중국 <환구시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번 방중이 철저하게 중국 정부와 언론에 이용되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며 "방중이 중국의 의도하는대로 악용될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중국을 방문하는지 정말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 김영우 "더민주 방중, 참으로 답답하다" 김영우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사가 실린 중국 <환구시보>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원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번 방중이 철저하게 중국 정부와 언론에 이용되고 있음을 명백히 알 수 있다"며 "방중이 중국의 의도하는대로 악용될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중국을 방문하는지 정말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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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관련 연구모임은 더욱 원색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이 회장, 김진태·전희경 의원이 간사를 맡은 의원 연구모임 '자유민주포럼'은 "현대판 사대 조공을 당장 걷어 치워라"는 원색적인 제목으로 짧은 규탄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은) 내정간섭을 종용하거나 사대 행위에 다름 아니다"라면서 "중국에 가서 진정 따져야할 것은 대북 제재 동참과 탈북자 북송 중단이다"라고 훈수를 뒀다. 글 서두에선 "중국에 수천 년 동안 머리 숙인 것도 모자라 또 조공을 하러갔나"라고 방중 의도 자체를 비꼬기도 했다.

한반도 '핵무장론'을 주장해온 새누리당 의원 연구단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포럼'도 성명서를 내고 방중 의원단에 "지금이라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깨닫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오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원유철 의원이 이끄는 해당 단체는 경북 성주군을 지역구로 둔 이완영 의원을 비롯해 정진석, 유의동, 강효상 의원 등 당내 의원 19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더 나아가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북핵 위협에 사드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과 북핵과 미사일 포기가 근본 해결책임을 중국 당국에 충분히 설명해라"고 주문했다. 대중(對中) 마찰 해소를 목적으로 내걸고 '의원 외교'를 떠난 이들에게 거꾸로 한반도 핵무장론의 불가피함을 중국에 설득하라는 강경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박근혜 당 대표 시절, 미국 특사 파견 새까맣게 잊었나?

이처럼 이날 새누리당의 공세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당 지도부의 비판, 대변인의 논평과 같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공세가 지난 7일 청와대의 공식 대응 이후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다.

청와대는 당시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이러한 도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 등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비판에 처음으로 공식 대응했다. 또 더민주 의원 방중에 대해서는 "중국 측 입장 강화 및 내부 분열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미 중국 인민일보의 박 대통령 실명 비판 때도 침묵했던 청와대가 돌연 공식 대응에 나선 까닭을 두고 '더민주 의원들의 방중에 대한 비판 여론을 고리 삼은 사드 국면 돌파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던 상황이다. 이를 여당이 이날 전방위적인 여론몰이를 통해 이를 뒷받침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앞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역시 야당 시절 정부·여당의 입장과 다른 기조를 갖고 의원 외교를 진행했던 점은 망각한 비난이었다. 일례로 한나라당은 지난 2004년 박근혜 당대표 재임 당시 안보 문제인 주한미군 감축 논의 등과 관련, 박진 의원을 당 특사자격으로 미국으로 파견했던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5년 당대표 자격으로 방미해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등을 만나고 돌아와 한·미·일 3각 동맹 탈피를 시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미국은 대통령 말로 놀라기를 원치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2006년 당시 자신의 방일을 비판한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제가 외국에 나와서 한나라당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맞선 바도 있다.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방중한다"며 '사드 방중'을 비판했던 박 대통령 자신은 물론 새누리당이 '청개구리'와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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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방중, #사드, #박근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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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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