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8일 오전 4시(한국 시각)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C조 2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황희찬(20,FC 레드 불 잘츠부르크)과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 FC), 후반 교체 들어온 석현준(25,FC 포르투)의 맹활약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1988년 이후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이 28년 만에 본선 무대로 돌아온 '전차 군단' 독일에 올림픽 무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톡톡히 알려준 경기였다. 다만, 충분히 승점 3점을 획득할 수 있는 경기를 했음에도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 TV로 경기를 지켜본 팬들까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지금부터 파헤쳐 보자.

박용우의 부정확한 긴 패스뿐이었던 미드필더진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장현수(왼쪽 셋째)가 독일 율리안 브란트의 공격을 마크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장현수(왼쪽 셋째)가 독일 율리안 브란트의 공격을 마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용우(22, FC서울), 장현수(24, 광저우 푸리)의 더블 볼란테와 중앙 공격형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해 75분간 활약한 문창진(23,포항 스틸러스)까지, 미드필더진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박용우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긴 패스만을 고집했다. 후반 19분 손흥민과 티모 호른(23, FC쾰른) 골키퍼의 1대 1 상황을 만들어 주었던 것을 제외하면,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히 본연의 임무라 할 수 있는 수비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많았다. 무엇보다 대표팀의 풀백인 이슬찬(22, 전남 드래곤즈)과 심상민(23, 서울 이랜드 FC)의 공격 가담 시, 커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위협적인 역습을 자주 허용했다. 상대의 공격 시, 중앙 수비진과의 라인 유지, 패스 줄기차단, 정확한 공격 전개 등 수비형 미드필드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했어야 했다.

장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했으나, 독일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그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해 활약한 45분간은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박용우와 마찬가지로 수비에 있어 아쉬움을 남겼고, 61%(독일)-39%(한국)라는 전반전 점유율이 보여주듯, 중원 싸움에서 완패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중앙수비수로 위치를 옮겨 활약하면서 본래의 포지션으로 돌아갔지만, 두 번째 골 장면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다비 젤케(21,RB 라이프치히)가 우리 패널티 박스 안에서 볼을 잡았을 때, 주변에 장현수를 포함한 4명의 수비수가 있었음에도 드리블 한 번에 골을 헌납한 것은 굉장히 뼈아프다. 또한 독일의 공격 전개 상황에서 우리 수비가 사람이 아닌 볼을 보고 움직이는 점은 수비진의 리더이자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올림픽 대표팀 소속으로 30경기 16골(독일전 포함)이라는 기록이 보여주듯, 문창진은 팀의 에이스다. 그런데 독일전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패스 미스뿐이었다. 몸이 무거웠던 것인지, 상대 선수들의 피지컬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인지 패스를 받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첫 경기였던 피지전에서 패널티킥 실축과 무득점, 두 번째 경기에서의 존재감 없는 모습은 신태용 감독에게 다음 경기에 대한 큰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여전히 불안한 수비진, 패스 미스를 더하다

첫 번째 실점 상황을 돌이켜보면, 우리의 공격 전개 상황에서 문창진의 패스 미스가 발단이었다. 이후 독일의 매끄러운 공격 전개와 세르쥬 나브리(21, 아스널)의 개인 능력이 결합해 결국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율리안 브란트(20,레버쿠젠)에게 쉽게 공간을 허용하면서 여유롭게 패스할 수 있는 상황을 허용한 점과 패스를 받는 나브리가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은 점 등은 우리 수비진이 반드시 되짚어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 실점 역시 이슬찬의 패스 미스에서 시작됐다. 우리 지역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정확한 볼 처리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부정확한 패스로 독일에 재차 공격을 허용했고, 다비 젤케에게 역전골을 헌납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다비 젤케의 드리블 한 번에 우리 수비진이 힘 없이 무너진 장면 역시 반복돼서는 안된다.

세 번째 실점은 김동준(21, 성남FC) 골키퍼의 부정확한 킥에서 비롯됐다. 손흥민의 백패스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추가시간 포함 1분이 남은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백패스였다. 일반적인 골키퍼의 킥만 나왔더라도 우리가 공격을 진행했거나, 수비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아쉬웠다.

모든 실점의 원인이 우리 선수들의 실수에서 비롯됐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풀백 선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좋다. 다만 "나갔던 속도로 다시 못 돌아올 것이라면 공격에 나가서는 안된다"라는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황희찬은 스트라이커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희찬이 중거리슛을 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희찬이 중거리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볼을 잡으면 기대감이 드는 선수들이 있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공격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유형의 선수들이 그렇다. 세계적으로는 아르연 로번(32,바이에른 뮌헨), 프랑크 리베리(33,바이에른 뮌헨), 가레스 베일(27,레알 마드리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서 이와 비슷한 선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황희찬을 선택할 수 있다.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과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설렘'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의 포지션이 측면 공격수가 아닌 스트라이커란 점이 문제다.

독일과의 경기 전까지 U-23 소속으로 14경기 1골에 그쳤던 그의 결정력이 말해주듯 '해결사'로서는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물론 이날 경기에서 선취골을 기록했고, 경기 내내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만 본다면 멀티골 이상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전반 5분 황희찬의 압박으로 만들어낸 역습 상황에서 1대 1 기회를 맞이하기도 했었고, 후반 34분에는 골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서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슈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하고, 골로 평가 받는다. '황희찬이 잡았던 기회가 손흥민에게 돌아갔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본 것은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골 결정력'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아쉬움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손흥민이 동점 골을 넣고 자신의 번호 7번을 가리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손흥민이 동점 골을 넣고 자신의 번호 7번을 가리키고 있다. ⓒ 연합뉴스


와일드카드이자 국가대표 에이스이기도 한 손흥민의 활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손흥민은 패스 하는 게 아니라, 받는 게 더 어울리는 선수다. 그의 최대 장점은 슈팅력과 결정력이다. 그런데도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우리 미드필드 선수들의 부진 때문인지 중원 지역에서 무리한 드리블 돌파와 패스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물론 팀의 리더로서 그런 역할을 맡게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낸 손흥민의 골에서 보듯이, 그의 장점은 '결정력'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류승우와 이찬동(23, 광주FC)을 선발 출전 명단에서 제외한 신태용 감독의 선택에도 의문이 따랐다. 첫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인 류승우는 독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다. 현 대표팀 내에서 손흥민과 함께 독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이다. 그런데도 그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선발로 나선 문창진과 권창훈이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신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다.

전반 막판 중앙 수비수인 최규백(22, 전북현대)의 부상으로 인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경기에 투입된 이찬동의 활용법도 아쉬움이 남는다. 더블 볼란테로 선발 출전한 장현수와 박용우는 전반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찬동이 투입된 뒤, 오히려 권창훈이 살아나고, 풀백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활용할 수 있는 패스들이 눈에 띄었다.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올림픽 역시 경험을 쌓는 자리가 아니라, 4년간 준비해온 것을 증명하는 대회다. 이는 선수뿐 아니라 감독에게도 해당한다. 어떤 선수를 쓰고, 전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월드컵을 통해 충분히 경험했다.

누구보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2연속 메달 획득을 바라는 입장에서 신 감독과 올림픽대표팀이 독일전에서 드러난 부족한 점들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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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축구 C조 2차전 한국 VS 독일 3-3 무승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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