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공개된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포스터

지난 7월 공개된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포스터 ⓒ 박성호


방송PD로서의 힘겨운 일상이 지루해지던 때 즈음, 프로그램 제작으로 바쁜 와중에 잠시 눈을 돌려 곤충 매미에 빠졌다. 그로부터 16년째다. 그 시간 속에 한 권의 어린이를 논픽션 생태동화와 9년간 촬영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논픽션 생태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사계절출판사, 2004)와 도심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제작, 2011)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생태동화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다. 출간 당시 출판사에서도 제목으로 고심했는데 출판사 대표께서 아이디어를 내서 채택된 제목이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책제목 그대로 사용한 것은 생태동화가 사실은 이 다큐멘터리의 일부분의 내용을 어린이 화자를 기용해 각색한 내용이고 상당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제목이기 때문이다. 책을 완성 하는 데는 3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완성은 책이 담고 있는 내용보다 방대하고 촬영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완성 작업이 순탄하지 않았다.

촬영에서 연재로, 연재에서 출간으로

촬영에는 밤낮이 없다 밤 늦게 매미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 촬영에는 밤낮이 없다 밤 늦게 매미를 촬영하고 있는 모습. ⓒ 박성호

2001년 매미촬영을 시작할 때 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는 식의 특별한 목표가 없었다. 그냥 우연한 기회에 발동한 호기심을 나름 글로 기록하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기록하는 식이었고 그 와중에 모 방송사의 요청으로 영상제에 보내기 위해 급하게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완성해 우수상을 받게 되면서 방송 다큐멘터리라는 제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독립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매미 촬영 도중에 <오마이뉴스>에 연재기사를 시작했다. 2001년 7월 30일부터 2003년 12월 8일까지 <반포매미에 관한 한여름 보고서>라는 매미 관찰일기 총 29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연재 초반에 기사를 본 사계절출판사의 기획자가 제안을 해서 연재기사의 내용 중심으로 하되 화자를 반포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병규'라는 어린이로 하여 논픽션 생태동화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매미를 관찰하기 시작한지 3년만인 2004년 논픽션 생태동화를 출간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4만3000여 권을 인쇄했으니 꽤 성공한 스테디셀러가 된 셈이다. 책은 출판기획자와 함께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의 범위를 미리 정하고 집필이 이루어졌다면 다큐멘터리의 완성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기에 매미를 충분히 알기 전까지 그 범위를 설정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파브르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남긴 채 완성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쉽지 않았던 다큐멘터리 완성과 배급

참매미  나무에서 수액을 빨고 있는 참매미, 도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종이다.

▲ 참매미 나무에서 수액을 빨고 있는 참매미, 도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종이다. ⓒ 박성호

매미를 조금씩 더 알아 가면서 녀석들의 삶에 대한 의문은 커져갔다. 파브르 곤충기 등 각종 자료들로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생물학이나 곤충학을 전공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자료마다 매미의 생태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매미가 땅속 유충으로 5년을 산다고 하기도 하고 7년을 산다고 하기도 하고 뭐가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계절곤충인 탓에 촬영은 여름 3개월을 넘기면 일 년 내내 촬영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매미의 의문점을 카메라에 담아가는데 30분물에 담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매미 생태에 대한 의문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담아낸 것이 바로 2009년에 이르러서였다.

부분적으로 편집은 2007년부터 시작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밤마다 제작사를 하는 선배 사무실에 가서 짬짬이 편집을 하다 보니 2011년에야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때 매일 나를 지켜보던 선배는 '도대체 그건 언제 끝나니?', '대작이 나오겠다' 등 이런저런 핀잔을 주던 생각이 난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을 보더니 메신저로 '너 대단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촬영은 오로지 혼자서 진행했다. 하지만 편집 사무실뿐만 아니라 여러 지인들의 도움이 이작품의 완성에 큰 기여를 했다. 1차 완성본에서는 목소리가 남다른 친구PD가 더빙을 해 주었고, 2차 완성본에서는 평소 여러모로 존경하던 성우 배한성 선생님이 흔쾌히 성우 더빙에 참여해 주셨다. 지금은 없어진 여의도의 모 녹음실 대표께서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독립다큐멘터리인 점을 감안해 거의 원가에 녹음과 음악, 믹싱 작업을 해 주었다. 다들 너무나 감사했다.

완성도 완성이지만 배급은 더욱 난감했다. 2011년 완성을 한 후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영화사 중심으로 극장상영을 위해 여러 군데를 만났다. 하지만 대부분 단관 개봉이나 예술 영화관 개봉을 추천했다. 사실 어른이 동반되는 어린이 영화라고 마케팅 포인트를 설명하고 여름 극장가를 뚫어보자고 제안했으나 최근 달라진 여름 극장가 풍경 때문에 여름 배급이 '하늘에 별따기'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멀티플렉스 상영관 중심인 우리 극장가가 여름이면 애니메이션 개봉이 너무 많아 극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티켓판매보다 F&B 즉 음식이나 음료 장사가 극장에게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극장 입장에서 여름철 가장 좋은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왜 매미에 빠졌는가

우화 직전의 5령 애벌레 해질무렵 매미는 땅속 굴에서 나와서 우화를 하기 위해 나무 위를 올라가기 위해 힘든 행군을 해야만 한다.

▲ 우화 직전의 5령 애벌레 해질무렵 매미는 땅속 굴에서 나와서 우화를 하기 위해 나무 위를 올라가기 위해 힘든 행군을 해야만 한다. ⓒ 박성호


이 작품에 대해 들은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질문을 한다. 마치 수염을 길렀더니 왜 기르냐라는 질문과 비슷하다. '왜 매미를 찍게 되었냐?' 어떻게 보면 나에겐 질문답지 못한데 던지는 이들은 정말 궁금한가 보다. 그 시원한 답을 해보련다.

다큐멘터리는 도심 아파트 복도에서 발견한 죽어가는 한 마리 매미의 몸부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우화, 생존, 번식 등 매미의 생태를 다룬다. 특히 야생의 매미 이야기가 아닌 도심 공간에서 우리들이 쉽게 발견하는 매미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보는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어느 날 아파트 현관 밖 바닥에서 죽어가는 말매미 한 마리를 보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아마도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친 김에 아파트를 둘러보니 온 천지에 매미 소리였다. 말매미, 참매미, 애매미 등등. 사실 당시에 말매미와 참매미 소리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다. 그 외에도 분명 어떤 매미 소리가 섞여 있었을 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울에 올라와서 매번 여름마다 매미 소리를 들었을 텐데 매미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만큼 바쁘게 살아서이든, 어릴 적 추억의 한 장으로 자리 잡고 있을 법한 매미가 어른이 되면서 관심사에서 밀려 나서였을 것이다. 이때부터 매미의 일생을 내 눈으로 그리고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이상하리만큼 강렬하게 생겼던 것 같다. 순간적인 각성 때문에 이렇게 긴 세월을 한 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뭔가를 기록하고 다시 사람들에게 공개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방송PD로 살면서 회사일과 다른 한 축으로 내 삶을 구성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다큐멘터리는 이 동기를 담담하게 초반에 설명한다.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매미는 정말 땅 속에서 7년을 살까?

우화등선 해질무렵 참매미 유충이 성충이 되기 위해 우화를 하고 있다.

▲ 우화등선 해질무렵 참매미 유충이 성충이 되기 위해 우화를 하고 있다. ⓒ 박성호


그동안 잘못 알려졌거나 평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노력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낀다. 과연 매미는 땅 속에서 7년을 유충 상태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성충으로 2주일 정도만 사는 것인가? 매미는 짝짓기를 위해서 우는 건가? 다큐멘터리가 담아낸 답은 그렇지 않다. 매미는 종별로 땅속 유충기간이 다르며, 우는 행위도 짝짓기 외 다양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매미에 대해 여기 저기 자료를 수집하면서 도심 매미에 대한 편견을 개선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도심 매미가 시끄러운 이유는 도심 소음과 경쟁하다 보니 점점 더 시끄러워진다는 이야기들이 떠도는데 내 결론은 아니다. 도심 기온 상승으로 시끄러운 종인 말매미가 많아져서일 뿐이다. 특히 이 말매미라는 종의 특징이 한 마리가 울면 다른 매미가 동시에 따라 운다. 그러다 보니 개별적으로 우는 참매미나 애매미의 소리와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말매미는 남방계 매미로 알려져 있다. 남방계라 함은 한반도 보다 아래쪽을 의미한다. 애석하게도 그런 행동적인 특징이 있는 말매미가 도심 기온 상승으로 개체수가 증가하다 보니 도심 매미 소리가 소음으로까지 취급당하게 된 것이다. 정말로 산에 가면 매미 소리는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도심에서는 적어도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일수록 말매미 개체수가 많다. 말매미는 뜨거운 도심에 맞는 종이라는 얘기다. 소음일 수 있지만 좀더 따지고 보면 우리가 만든 환경 탓일 가능성이 높다.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한 한 할아버지는 '이 공기 나쁘고 각박한 세상에서 매미가 우는 건 기적이고, 요즘 TV에서 매미소리가 소음이 되버린 건 안타깝다'라는 얘기를 전한다. 도심 녹지 사업으로 수목이 늘어났고 도시의 기온도 지속 상승하는 등 결국 인간이 환경을 바꾸면서 생긴, 감내해야만 하는 불편함일 수도 있어 보인다.

끈질기게 추적한 매미 관찰기

곤충전문가 최동환 박사 촬영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최동환 박사는 감독이 촬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 곤충전문가 최동환 박사 촬영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최동환 박사는 감독이 촬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 박성호


생태 동화도 그렇지만 다큐멘터리 촬영에서 생태 관련 책이나 인터넷 정보에서 알려주지 않는 매미의 생태를 관찰만으로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어려웠다. 관찰을 아무리 오래 하더라도 실험실의 통제된 공간에서 관찰하는 게 아닌 이상 의혹에 대한 답을 반드시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실험관찰이다. 자연 상태의 매미 서식 공간을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생각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일정 정도의 긴 시간의 관찰을 통해 취합된 정보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매미 생태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관찰실험을 시도했다.

매미는 종류별로 땅 속 생활기간 즉 우화하기 전의 유충으로 사는 기간이 다르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종별로 땅속 생활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어디에도 자료가 불충분했다. 매미의 땅 속 생활 기간을 밝히기 위해 최근 순차적으로 완공된 아파트를 조사하여 아파트별 주요 서식 매매종의 차이를 알아보기도 했고, 새로 조성된 모 백화점 화단을 수년간 촬영하여 해마다 땅 속에서 올라와 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매미 종들을 기록하기도 했다. 곤충학자 파브르의 매미 관찰 일기에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관찰을 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매미를 볼 수 있는 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하고 이런 다양한 관찰실험 때문에 제작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파브르 곤충기보다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매미에 대해선 파브르 곤충기를 넘어서는 작품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다큐멘터리 속에 나오는 내용처럼 실제 2004년 동명의 어린이 논픽션 생태동화가 출간되고 나서 여름이면 도서관이나 어린이 단체의 초청으로 매미 강의를 했었다. 그때 마다 관찰이라는 것도 어떤 틀을 가지고 해야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꼭 들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뿐만 아니라 또 하나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매미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라는 게 아니라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하고 그것을 글이나 영상, 사진으로 기록한다면 파브르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막 시작할 무렵 이런 저런 곤충책을 찾아보면 대부분 번역서였고 그나마 일본식 도감류가 많았다. 다큐멘터리 제작과정 중에 출간된 책의 방향이 백과사전식 어린이 교양서보다는 논픽션 생태 동화를 택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였다. 책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도 단순히 매미에 대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주요 피사체인 매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매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오해, 촬영 중 감독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도 다큐멘터리의 스토리에 포함시켰다. 흔한 방송 프로그램 스타일의 자연다큐멘터리가 아닌 즉 정보 중심이 아니라 스토리 중심의 다큐멘터리 완성에 주력했다.

다큐멘터리로서의 진기한 시도와 기록들

말매미 1령 애벌레의 힘겨운 사투 나뭇가지에 산란된 매미알은 1년 후 부화를 하여 1령 애벌레가 된다. 1령 애벌레는 땅으로 떨어져 최대한 빨리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천적을 피해야만 한다

▲ 말매미 1령 애벌레의 힘겨운 사투 나뭇가지에 산란된 매미알은 1년 후 부화를 하여 1령 애벌레가 된다. 1령 애벌레는 땅으로 떨어져 최대한 빨리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천적을 피해야만 한다 ⓒ 박성호


다큐멘터리로서 이 작품은 이색적인 시도도 많이 했고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방송 다큐멘터리나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와 다른 색다른 모습, 진기한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전작 <한 여름의 기록, 반포매미>를 완성하던 2001년 당시만 해도 나의 매미에 대한 지식은 고만고만했고 촬영을 위한 시간적인 투자가 충분치 않았다. 고작 3개월 정도 매미를 봤고 촬영을 한 결과물이었다. 전작을 완성하고도 매미에 대한 탐구는 지속되었기에 전작에 일부 오류가 있다는 게 나중에 발견되었다. 대표적으로 매미가 유충이 성충이 되는 탈피의 순간을 '우화'라고 설명하고 우화라는 용어가 소동파의 적벽부에서 언급된 '우화등선'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반대였다. 전작의 촬영본을 새로 편집하지 않고 전작 그대로를 조금씩 분할해서 98분짜리 다큐멘터리에 집어넣을 때 나의 오류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었다.

결국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나의 지식이 어떻게 달라져 가는지도 결국 이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는 한 과정이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의미있는 관람이라고 생각하고 내 실수를 인정하는 파격적인 고백을 그대로 담았다. 물론 잘못 설명한 부분들을 고백하고 일일이 바로 잡아 다시 설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9년간 촬영한 탓에 촬영 테이프만 해도 60분짜리 100여 개, 거쳐 간 카메라 기종만도 4종류에 달하며, 접사 촬영에 주로 사용되는 이너비전 대신에 곤충 마니아 대학생의 도움으로 스틸카메라 표준렌즈를 거꾸로 캠코더에 붙여 접사촬영에 성공하기도 했고, 아파트 정원이라는 촬영 환경과 온도나 빛에 반응하는 매미의 특성을 감안해 손전등을 이용해 초소형 조명을 만들기도 했다.

작품 속에 출연한 대구의 초등학생들은 내 조카들이었는데 이미 대학생이 되었고, 대학생 최동환씨는 실제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곤충관련 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사를 이리 저리 찾아보니 최 박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미에 대한 연구 이야기들이 한국에도 조금씩 알려져 있었다. 얼마 전 개봉 직후에 예고영상을 첨부해서 메일을 보냈더니 본인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아서인지 적지 않게 놀라는 눈치였다.

다양한 상영계획으로 어린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

어린이를 위한 생태 강사로 책을 출간한 후 매년 여름이면 전국을 돌면 아이들에게 매미의 생태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 어린이를 위한 생태 강사로 책을 출간한 후 매년 여름이면 전국을 돌면 아이들에게 매미의 생태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 박성호


이 작품은 극장 개봉을 과감히 포기하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VOD 상영 쪽으로 배급전략을 바꾸면서 올해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IPTV와 디지털케이블 등에서 지난 7월 초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9년 동안 촬영하고 거의 10년 넘게 공들인 작품치고 그 대가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묻힐 수도 있었던 작품이 이렇게 빛을 보게 되어 위로가 되는 면도 없잖아 있다.

배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약간의 문제의식도 생겼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어린이 영화는 지나치게 애니메이션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실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바람직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국 곳곳에 설립되어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생태박물관 특히 곤충의 생태에 대해 전문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곤충생태박물관에서의 상영도 계획 중에 있다. VOD를 보고 여러 에서 상영요청이 들어오기를 희망해 본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이 이야기가 책이 될지 장편 다큐멘터리가 될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다만 매미 생태에 대해 촘촘하게 기록을 해가다보니 연재기사는 각색되어 어린이를 위한 논픽션생태동화로, 연재기사의 재료가 된 비디오촬영은 장편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그리고 방송연출을 하면서 찾기는 힘든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 나름 노력했다는 자위를 해 본다. 아이들만 매미를 통해 곤충전문가와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른인 내가 작은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도 참 감사할 일이다.

현재 도시에서 인간이 부양을 해야만 산의 모양을 취할 수 있는 남산의 대한 이야기를 상당히 오랫동안 찍고 있는데 이 또한 매미 관찰에서 시작된 관심사의 확장이다. 이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해 준 <오마이뉴스>, 신용환 SBS PD, 최일주 사계절출판사 기획자 및 강막실 대표, 친구 조범, 성우 배한성, 곤충전문가 최동환 박사, 매미 소리 전문가 윤기상 박사, 조경 전문가 이교원 선생님, 그리고 지금은 성인이 된 내 조카 강산이, 강현이, 세영이 그 외 인터뷰를 했거나 출연은 했지만 촬영 당시만 해도 이게 뭐가 될지 몰라서 제대로 설명을 못 들었던 분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도심 매미에 관한 9년간의 관찰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의 예고편. ⓒ 박성호


작품정보
작품명 :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98분)

제작 연도 : 2001년 6월 촬영시작, 2009년 촬영완료, 2011년 완성, DV촬영 및 DV완성

제작단체 및 감독 ;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박성호 감독

구성 및 글 : 박성호

출연 : 최동환, 윤기상, 이교원, 김강산, 김강현, 김세영, 말매미, 참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촬영 : 박성호, 이종택   녹음 및 음악선곡 : 김동엽   성우 : 배한성, 조범

배급 : TSN컴퍼니   박성호 감독 : 메일 degadocu@daum.net


덧붙이는 글 박성호 시민기자는 방송 연출로 시작하여, 현재 모 유료방송채널에서 예능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부서 국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학에서 수년간 영상제작에 대한 겸임교수로도 활동했으며, 1998년 비영리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www.degadocu.com'을 운영해오고 있다.
매미 드가의다큐멘터리이야기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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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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