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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만 지어서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수십, 수백 마지기의 땅을 가진 대농이 아니라면 농사만으로 제 식구를 먹여 살리기 힘든 구조다. 대부분 중소농의 자식들은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다. 작은 땅이라도 평생 농사 밖에 모르고 살았던 노인들만 남는다. 그렇게 농촌은 늙어가고 있고 사라져가고 있다.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 '마을만들기' 운동은 '농촌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떼어놓고 실현될 수 없다. 1차 농산물의 가치가 지금처럼 떨어지지 않았다면, 넓지 않은 땅에서 농사만 지어도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 농촌지역 마을의 '생활공동체' 기능만 회복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과 같은 도시의 마을만들기는 '생활공동체' 기능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농촌지역의 마을만들기는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모두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제5차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 지난 22일 보령시 농민회관에서 제5차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이 열렸다.
▲ 제5차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 지난 22일 보령시 농민회관에서 제5차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이 열렸다.
ⓒ 정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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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산업이 농업을 살릴 수 있을까?

제5회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이 보령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자리가 잡은 농민회관에서 '농촌 마을과 6차 산업화 : 마을의 경제적 자립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6차 산업이란?
정부의 정책 설명자료에 따르면, '6차 산업'은 농촌에 존재하는 농산물, 자연, 문화 등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제조가공(2차 산업) 및 유통 판매, 관광 (3차 산업) 등을 연계해서 농촌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농촌체험관광을 활용한 농가공품 직거래' 등이 6차 산업에 해당한다.

일본의 이마무라 나라오미 동경대 교수는 6차 산업은 '1차+2차+3차 산업'라는 단순한 집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차×2차×3차 산업' 즉 산업 간 유기적인 결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6차 산업을 농촌 현실에 적용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대화마당을 주최한 충남연구원 구자인 초빙책임연구원은 "1차 농업 생산도 어려운 실정인데, 2차 가공 영역에 3차 유통 서비스 사업까지 결합하자니 무리라는 비판도 강하다"며 "농촌 마을 인구가 격감하고 초고령화 시대인지라 마을의 6차 산업화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판단도 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마을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6차 산업을 활용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 연구원은 "우리 마을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지 고민해야 한다"며 "6차 산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말했다. 이어 "6차 산업은 마을만들기와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에 같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현실적으로 6차 산업을 농촌마을에 어떻게 적용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충남연구원 구자인 초빙책임연구원 구자인 연구원이 '농촌 마을의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충남연구원 구자인 초빙책임연구원 구자인 연구원이 '농촌 마을의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라는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정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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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기도 벅찬 농촌, 리더는 누가?

농업에 6차 산업을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은 농촌에 흔치 않다. 대부분 몇십 년 땅만 보고 살아온 평범한 농민들이다. 그럼 누가 농촌 사람들을 모아서 기업을 세우고, 경영을 하며 돈을 벌 것인가?

이날 발제를 한 권오성 충남농어업6차산업센터장은 귀농, 귀촌인이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 지역민과의 갈등 해결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농업과 여러 사업을 융복합하려는 분들은 대부분 귀농귀촌인들입니다. 농민들은 농사만도 벅차다고 하시죠. 농사짓는 분들에게 6차 산업을 설명하면 '농업도 힘든데 그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하지만 귀농귀촌인과 지역주민의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해결된 상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농민들과의 관계를 조정하고 이끌어 가는 과정, 리더로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경제사업체가 꾸려지기 전까지 긴 시간 동안 리더가 보수도 받지 않고 희생봉사해야 하는 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충남의 한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무국장은 "리더들이 몇 년 동안 활동비 없이 봉사하며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가 마을에 사업비가 들어오거나 이익이 발생하면 주민과 리더 간에 갈등이 생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컨설팅업체 관계자도 "사업비가 확보되면 돈이 남는 것 아니냐는 잡음이 생긴다"며 "우리가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해도 컨설팅업체랑 리더가 한 통속 아니냐는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권오성 충남농어업6차산업센터장 권오성 센터장은 이날 6차산업의 개념과 사례를 발표했다.
▲ 권오성 충남농어업6차산업센터장 권오성 센터장은 이날 6차산업의 개념과 사례를 발표했다.
ⓒ 정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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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의 분리와 협력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 구자인 연구원은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분리해서 추진하되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공동체에 마을 전체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익이 마을(생활공동체)로 환원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구 연구원은 리더 문제에 대해서도 "생활공동체의 리더는 이장이, 경제공동체는 마을사업 위원장이 맡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을이 돈 버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마을이 똘똘 뭉쳐 돈을 벌어 본 역사는 거의 없습니다. 상호부조, 품앗이 그런 단위로 모였지, 마을 전체가 경제공동체였던 적은 없습니다. 마을발전계획을 세우는 일은 주민들이 다 같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돈 버는 일은 그 중에 뜻 맞는 사람들끼리 해보라는 것입니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기초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6차 산업의 두레기업 사업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농촌체험관광 같은 소득 사업을 마을 전체가 하려고 하니까 갈등이 반복되는 겁니다."

구자인 연구원 발표자료1 마을의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가 상호 협력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 구자인 연구원 발표자료1 마을의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가 상호 협력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 구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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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된 마을의 보조금 투입은 '독'

갈등을 줄이기 위해 마을 역량에 따라 정부의 사업비가 투입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오성 센터장은 "농림부 지원 사업을 받은 업체 중 10~20년이 지난 뒤 생존율은 27.6%에 불과하다"며 "준비되지 않은 마을에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라고 지적했다.

충남도 6차산업 정책 중 '두레기업 창업 지원사업'은 마을(행정리 기준) 가구주의 50% 이상, 20인의 주민이 모여서 신청하면 최대 10억 원(자부담 20%)의 사업비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을 역량과 관계없이 최대치인 10억 원의 사업계획만 세워서 신청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권 센터장은 전했다.

마을 역량별로 단계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이 역량에 따라 단계를 구분해 사업비를 차등 지원하듯이, 마을만들기의 소득사업과 사회적경제, 6차산업 등의 행정 지원 사업도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자인 연구원은 "마을이 단계별로 역량을 쌓으며 준비를 한다면 천천히 가도 된다"며 "돈이 없어 못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준비가 안돼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6차 산업의 두레기업도 역량이 있거나, 시행착오를 겪고 갈등을 해결했던 마을에서 추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충남의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의 관계자는 "작은 일이라도 규칙을 만들어서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연습 없이는 마을 사업은 힘들 수 있다"며 "협동조합을 만들어 적은 돈으로 공동으로 사업하는 연습을 한 후에 큰 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자인 연구원 발표자료2 마을만들기 단계별로 경제사업도 역량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 구자인 연구원 발표자료2 마을만들기 단계별로 경제사업도 역량에 따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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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회적경제+6차산업, 칸막이 허물기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 6차산업 영역의 중간지원조직들이 행정사업별로 칸막이에 가로 막혀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대상 마을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권오성 센터장은 "마을에서 두레기업만 하면 어려움이 있다"며 "큰돈이 마을에 들어가면서 발생했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이 빠져서 생긴 문제라는 것도 행정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차 산업이라는 영역에서만 계속 일했는데, 조금씩 사회적경제, 마을만들기 영역과 매칭되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며 "각 영역들의 경험을 모아서, 농촌 마을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연구원도 "마을만들기를 하면서 전국적으로 수많은 경험이 쌓여 있는데 시행착오가 수정되지 않고 계속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마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정비되면 이러한 시행착오가 더욱 빨리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6차 충남 마을만들기 대화마당은 8월 26일 '도농통합시의 마을만들기'라는 주제로 천안에서 열린다.

보령시, 마을만들기 지원시스템 구축 현황
보령시는 마을만들기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행정조직, 중간지원조직, 민간단체 네트워크 등을 적극 정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1일 행정부서 내에 마을만들기 전담 팀을 신설했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마을만들기 업무를 맡는 행정의 총괄조정부서가 마련된 것이다.

이를 위해 보령시는 지난해 연말 '마을공동체만들기 조례'를 제정하고 민관 협치기구인 '마을공동체만들기 위원회'를 지난 1월 신설했다. 보령시 건설과 마을만들기팀 김이현 주무관은 "6개 분야 11개 실과 14개 팀으로 이뤄진 마을만들기 전탐TF팀이 구축되어 있는데 향후 행정협의회를 만드는 데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설치된 중간지원조직 '보령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는 현재 행정직영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령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 박영식 팀장은 하반기에는 △어르신 구술을 통한 마을스토리자원 발굴, 마을만들기 소식지 발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권영진 보령시마을위원장 협의회장은 마을만들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6차 산업을 고민하고 있는 '보령시 은고개 마을의 누에 산업화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은고개 마을은 양잠연구회 활동부터 시작해 마을만들기 사업, 마을기업 설립을 추진하는 등 단계별로 마을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현재는 누에가루 환, 뽕잎가루 환 등의 6차 산업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의 블로그 '시골다락방(darock.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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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된지 10년 만에 신문사를 나왔습니다. 인터넷신문에서 5년, 지역신문에서 5년동안 기사를 썼습니다. 시골에서 로컬스토리 미디어협동조합, 지역콘텐츠발전소 등을 창업했습니다.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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