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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또' 시장에 갔다. 휴가 중이던 지난 28일, 울산 신정시장을 방문했다. '선거의 여왕' 시절, 시장에만 나가면 지지율이 올랐다는 근거 없는 환상을 아직도 믿고 있는 대통령의 나태함과 안일한 현실인식에 이제는 존경심까지 생길 정도다. 지겹도록 들어온 '민생행보'라는 청와대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럴 거면 가까운 성주군이라도 갔어야 하는 거 아닌지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는 사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5∼27일 조사한 7월 3주차 정례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4%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무려 5.0%포인트 빠진 수치로 역대 최저라고 한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19대 국회 개원이후 가장 낮은 26.3%였다.

이쯤에서 변함없이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멘탈을 번역기를 동원해 해석하자면, "나에게 레임덕 따위란 없다" 정도 될 것 같다. 정말이지 '초지일관'이자 대단한 멘탈의 소유자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5일 간의 휴가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이 업무로 복귀하기 직전, 남은 주말에 챙겨볼 만한 영화 몇 편을 소개해 드리고자 한다. 박 대통령이 즐겨봤다는 <태양의 후예>만큼 재미있고 국민들과 교감할 만한 작품들로 엄선했다.

<부당거래>가 묘사하는 부패검사

영화 <부당거래>의 비리 검사.
 영화 <부당거래>의 비리 검사.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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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휴가에 맞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2박 3일간 휴가를 다녀왔다고 한다. 각종 비리와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임에도 한가하고 여유로운 것이 딱 박 대통령의 사람임에 틀림 없어 보일 지경이다. 가급적 우 수석의 손을 붙잡고 봐주십사 하는 영화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다. 내용은 어렵지 않다. 비리 경찰이 스폰서 검사를 때려잡는 얘기다.

우 수석이고 진경준 검사장이고 홍만표 변호사고, 결국 줄기는 같다. 부패한 법조권력 말이다. 그들이 커서 청와대에 입성하고 대형 로펌을 운영하고 검사장 자리에 올랐다. 돈만 밝히는 법조인이 나라를 망쳐 온 셈이다. 또 그런 인물이 청와대에서 인사를 좌지우지한 셈이다. 아무리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우 수석의 거취를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주말 동안 이<부당거래>를 보시고 부디 심사숙고하시길.

세월호와 <나쁜 나라>

영화 <나쁜 나라>의 한 장면.
 영화 <나쁜 나라>의 한 장면.
ⓒ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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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의 단식이 오늘로 사흘째를 맞았다. 요구는 간단하다. "특조위의 조사 활동을 보장"해 달라는 것. 28일부터 시작된 세월호 인양 작업이 순조롭게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 현 정부가 지난 6월 30일로 강제 종료시킨 특조위의 활동의 골든타임이 8월 초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를 추천하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부족하다고 지적 받아온 '공감 능력' 때문이다. 이 세월호 다큐는 여타 <다이빙벨>이나 <업사이드 다운>과 달리 유가족들의 아픈 속내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그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는 말이다. 그 심정으로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 연장을 재고해 주십사 하는 바람이다. 특조위가 굳이 '대통령의 7시간'을 파헤치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두려워 마시고 세월호를 다시 마주해야 할 때다.

'공주' 박근혜 말고 <덕혜옹주>

영화 <덕혜옹주>의 한 장면.
 영화 <덕혜옹주>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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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 ·치유 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예상대로 반발이 거셌다. 대학생들은 기자회견장을 점거하며 항의했고, 김태현 이사장은 최루액을 맞고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일본의 10억엔과 재단은 별개"라는 재단 측 설명을 믿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오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덕혜옹주>를 추천하는 이유는 결코 '공주'라는 대통령의 별명 때문이 아니다. 아버지를 잃고 마지막 황녀로서 일본에 끌려간 덕혜옹주의 가슴 아픈 사연이 대통령과 닮아서는 더더욱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일제 강점기에 고초를 당해야 했던 당시 선조들의 지난한 삶과 일제, 그리고 친일파의 만행을 떠올려 보십사 하는 이유에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덕혜옹주> 속 이야기 중 일부는 분명 협박과 강요에 의해 일본 땅으로, 머나먼 타국으로 끌려가 고초를 겪어야 했던 강제 징용 노동자와 위안부들의 삶을 겹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용서가 쏙 빠진 강요된 화해와 치유가 얼마나 기만적인 행태인가. 또 하나. 이 영화엔 박 대통령의 아버님도 잠깐 등장한다. 부디 섣부른 감정이입보다 당시 상황과 현재를 연결시키는 폭넓은 사고력을 발휘해 보시길. 

'헬조선'을 질주하는 <부산행>

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영화 <부산행>의 한 장면.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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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주 초 천만 돌파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부산행>. 이 영화를 보고 '헬조선' 담론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부산행>은 좀비 떼가 들끓는 한국 땅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처한 시민들이 KTX에 몸을 싣고 사력을 다해 이 땅을 탈출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좀비들을 시위대로 왜곡하는 '사이비' 언론, '군복' 입은 '좀비떼'들의 습격과 '개저씨'를 대변하는 개개인의 이기심, 성장을 위해 내달리기만 했던 한국을 풍자하는 KTX 열차와 그 속에서 '우리' 안에서 또 다른 '우리'와 '저들'을 가르려는 선동 등등. 어쩌면 <부산행> 속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그리고 지지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은연 중에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좀비 떼를 성주 군민들로 여기거나 광화문의 세월호 유가족을 떠올리거나 위안부 할머니들로 볼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 물론 영화 속 좀비들을 누구로 보느냐는 순전히 박 대통령의 세계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슬픔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이라지만, 자나깨나 국민들만 생각한다는 박 대통령만큼 모르긴 몰라도 조금은 다를 것이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제발 <인천상륙작전> 같은 빤한 논리의 반공영화 말고, 지금, 여기를 제대로 반영하는 작품을 찾아보시기를 권하는 바다.


태그:#박근혜, #부산행, #덕혜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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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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