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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유태형을 팝니다'로 경매로 화제가 됐던 유태형씨는 2016년 7월 현재 2개의 스타트업에서 출퇴근에 구애받지 않고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2015년 12월 '유태형을 팝니다'로 경매로 화제가 됐던 유태형씨는 2016년 7월 현재 2개의 스타트업에서 출퇴근에 구애받지 않고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 유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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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가 도대체 편지 한 통을 오바마 대통령 가까이로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전혀 모르겠어서 좀 막막하다가 오늘 리퍼트 대사님과 운 좋게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편지를 흔쾌히 받아 주셨어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타일러 라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밌는 포스팅을 올렸다. 유태형이란 사람이 쓴 편지를 오바마 미국대통령에게 전달하는 'Do you know Obama?(두유 노우 오바마)'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며 지난 2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그 편지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이제 이 편지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 프로젝트의 최초 기획자는 바로 2015년 12월 취업준비생인 자신을 공개 경매에 부친 '유태형 팝니다' 이벤트의 주인공 유태형(29)씨다. 유씨는 당시 자신을 소개하는 글과 영상을 올린 '유태형을 팝니다'라는 제목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자신의 '1년 근무'를 공개 경매에 부쳤고 연봉 1억을 제시한 외국계 기업의 제안을 마다하고 연봉 1000만 원 스타트업에 취업한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7개월이 지난 지금 '두유 노 오바마' 프로젝트로 다시 주목받은 유씨를 만나봤다.

월 1, 2회 출근에 연봉 3400만 원... 마케팅 디렉터로 '투잡'

유씨는 현재 2곳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투잡족이다. 교육기업 인재양성소 '인큐'에서 월 1회 출근 조건으로 연봉 1000만 원을 받는다. 마케팅이나 프로그램 등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회사가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출근한다. 최근엔 핀테크 기반 대출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P2P금융플랫폼 '미드레이트'에서 마케팅 디렉터로 일을 시작했다. 연봉은 2400만 원으로 높지 않지만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이 파격적이다.

생뚱맞게도 그런 그가 '오바마 프로젝트'라는 이벤트의 최초 기획자로 알려지면서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몸 담고 있는 2개 회사 마케팅의 일환이냐는 질문에 2년 전부터 구상했던 아이디어이며 철저히 개인적인 프로젝트라고 잘라 말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관계의 6단계 법칙'(미국 영화배우 캐빈 베이컨 게임으로 알려짐)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최고의 권력자라는 상징적인 인물이죠. 그런 세계 최고의 권력자도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편지 내용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바마 프로젝트'는 편지를 전달받은 사람이 오바마 대통령과 가까울 것 같은 사람을 추천하는 방식이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되면 최종 미션이 완수된다. 당초 기획은 편지를 받는 사람들의 영상을 일일이 찍어 프로젝트 전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방식을 변경해 편지의 행방을 페이스북에 해시태그로 인증만 하면 된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유씨 지인의 사촌동생인 평범한 중학교 1학년 민우군에게 편지를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이신혁 프로젝트SH 감독, 구범준 세바시 PD, 문두열 필라멘트리 대표, 신창연 여행박사 대표, 방송인 타일러 라쉬를 거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까지 23번째 전달됐다.

유태형씨가 기획한 '두 유 노 오바마' 편지는 7월25일 오후 타일러 라쉬를 통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달됐다.
 유태형씨가 기획한 '두 유 노 오바마' 편지는 7월25일 오후 타일러 라쉬를 통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달됐다.
ⓒ 타일러 라쉬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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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힘, 즉 권력 여부 의해 삶이 좌우되잖아요. 학교폭력이나 대학 서열화, 직장 내 권력다툼, 국가 간 갈등 같은 현상들은 모두 힘(권력)의 불균형(불평등)때문에 생기는 현상 아닌가요. 몇 단계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고 우리가 어릴 적 사회 교과서에서 배운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환기시켜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타인을 억누르는데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2016년 '오바마 프로젝트'와 2015년 '유태형 경매' 이전에도 유씨는 대형 이벤트를 기획해 대중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바로 2012년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등 전국 5개도시에서 미혼남녀들의 단체미팅 '솔로대첩'을 기획했던 것. 취업과 진로를 고민하는 평범한 20대인 유씨가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왕따·구타 당하던 루저, 서류광탈 취업난에 '경매 프로젝트' 도전

"학창시절 저는 한 마디로 루저였어요. 공부도 못했고 왕따, 구타 당하기 일쑤였죠. 경매 프로젝트도 취업이 안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벌인 일이었어요. 그때 '인간이 왜 사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인간은 그저 소비하고 살다가 죽으면 아무것도 안 남는 존재더라고요. 저는 재미있게 살고 싶습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남기자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이벤트를 시도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또 그런 일들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마케팅이나 브랜딩, 직장생활로도 연결할 수 있어요."

남다른 생각으로 주목받는 그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도대체 그 많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지.

"초등학교 때부터 뭔가 하나를 보면 그 뒤에 숨겨진 것을 끝까지 펼쳐보는 연상의 습관이 있었어요. 연상을 하다보면 모든 것이 아이디어죠. 20대 초반엔 세계 광고기획사들의 포트폴리오를 뒤져보는 것이 취미였어요. 모든 재미있는 것에는 로직이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경험을 중시하는 편이라 책 보다는 페이스북을 많이 봐요. 사람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반응하고 어떤 것에 놀라는지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유씨는 '유태형을 팝니다' 경매 이후인 2016년 1월부터 교육기업 인재양성소 인큐에서 일하고 있다.
 유씨는 '유태형을 팝니다' 경매 이후인 2016년 1월부터 교육기업 인재양성소 인큐에서 일하고 있다.
ⓒ 유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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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제약 없이 연봉 3400만 원을 받는 유씨의 삶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그러나 그만큼 실적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도 심하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자신을 믿고 기회를 준 회사에 보답하기 위해 더 잘해야 하고 뭔가 터트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 못 이루는 밤도 많다.

"7월부터 합류한 미드레이트의 첫 번째 영상광고에 다소 도발적인 메시지를 담았어요. '우리가 빨리 망해야 대한민국이 삽니다, 우리가 필요없는 세상을 꿈꿉니다'라는 카피예요. 모든 사람들의 신용이 좋아져 대출회사들이 망한다면 행복한 일 아닌가 역으로 생각해봤어요. 심리적 부담도 크지만 일을 통해 자아가 실현되는 것이 느껴지는 지금 매우 행복합니다."

당초 유씨가 직접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던 '오바마 프로젝트'는 여건상 편지가 전달되는 것을 목표로 만족하기로 했다. 2개 회사와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면 동해부터 남해를 거쳐 서해까지 바다를 따라 국내 무전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작년 '유태형을 팝니다' 경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또 회사에서 마케팅 아이디어를 생각하느라 2년 넘게 긴장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바지랑 티셔츠만 입고 동쪽으로 걸어서 바다를 따라서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 계획입니다. 마케팅이라는 일이 매번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다 보니 거꾸로 순수함을 찾고 싶었어요. 직접 경험해보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내년, 후내년엔 훨씬 더 재미있게 놀 생각입니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유희니까요."


태그:#취업, #오바마, #솔로대첩,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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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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