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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주필 출신인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중앙윤리위원장 임명장을 받은 뒤 인사말 하고 있다.
▲ 새누리 윤리위원장 맡은 이진곤 국민일보 주필 출신인 이진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객원교수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중앙윤리위원장 임명장을 받은 뒤 인사말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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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다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회(위원장 이진곤)가 27일 '최경환-윤상현 공천 개입 녹취록 사건' 첫 입장을 밝혔다. "다루긴 하지만, 시기상 보류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첫 회의를 소집해 여의도 당사에서 세 시간 가까이 논의한 것치고는 다소 '횡설수설'한 결론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취지는 분명했다. '녹취록 사건을 다루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최근 제기된 녹취록 사태에 대해 논의했는데, 공관위 때 호소하든가 해야 할 문제를 계속 갖고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터뜨린 것으로, 당사자도 어디 갔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건 배경이 불투명하고 폭로 또한 의도적이므로 사안 자체를 다루기 어렵다는 해명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 외에도 윤리위원들이 회의 당시 제시한 '녹취록 사태를 다룰 수 없는 이유'도 하나씩 나열하기도 했다.

"공천관리위원회 때 다룰 문제를 지금 폭로했는데, 새삼 정색하고 안건화 하는 건 이상하다."
"(배경) 줄기가 있는 사안인데, 한 지점만 잡아 이야기해서 (결과가) 잘못 나오면 어떡하나."
"윤리위 차원에서 사건의 맥락을 심도 있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가장 목소리를 높인 해명 사유는 '전당대회의 성공적 개최'였다. 이 위원장은 "우리 당에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거당적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런 계파 다툼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윤리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볼까 시도했지만 자칫 잘못 건들면 계파 간 갈등만 부채질할 수 있고, 특정 정파에 이익을 주거나 다른 정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녹취록 파문'은 할 수 없고, '이군현 사건'은 된다는 새누리당 윤리위

새누리당 친박계인 윤상현 최경환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 본회의장에 나란히 앉은 윤상현 최경환 새누리당 친박계인 윤상현 최경환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을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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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윤리위는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모두 나쁘다'는 양비론적 입장을 취했다.

이 위원장은 "사건 책임은 공천 개입을 한 사람에 있나, 통화를 녹취한 사람에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제 자체는 공천관리위원회라는 공식 기구가 아닌 장외에서 음모가 일어났다는 의심을 국민에게 심어준 사건"이라면서도 "당시 공관위에 억울하다고 (소명) 해야 하는데 다 (시기를) 넘기고 (이제 와서 공개한 건) 정치적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자칫하다가는 계파 대립 구도 속에 윤리위가 들어가 함몰될 우려가 있다"면서 "절차적, 시간적 문제가 있으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폭로한 자와 개입한 자, 양쪽 다 문제가 있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으니 다룰 수 없다는 동어반복이었다.

윤리위의 이 같은 모습은 애초 예상된 일이었다. 부구욱 영산대 총장, 여형구 신부 등 연거푸 윤리위원장 인선이 무산되면서 예상 구성 시기를 한참 넘긴 윤리위가 2주 뒤에 열릴 전당대회 전까지 당내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윤리위는 결국 이 사건을 전당대회 이후 새로 구성될 당 지도부의 몫으로 넘기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하루 이틀 진상을 밝힐 성격이 아닌 문제"라면서 "전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그때까지 해보자' 하는 건 특별히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 때문에)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의 모멘텀(동력)을 만들기 어렵지 않겠나, 확실하지도 않은 것 때문에 윤리위가 괜히 폭풍 속에 뛰어들었다가..."라고 일축했다.

당내에서 벌어진 잘못된 행태를 조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구성된 윤리위원회가 진상을 파악하기도 전에 '폭풍 속에 뛰어들 수 없다'며 조사 자체를 외면하는 모양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윤리위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한 것에 대한 나름의 답"이라며 개인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구조적으로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사태에 대한 진상은 차기 전당대회가 끝나면 새 지도부에서 지속적으로 관심 대상이 돼야 하고 명명백백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다시 이런 작태가 벌어진다면 당에 대한 공작으로 규정, 응분의 책임을 묻게 해야한다는 것이 제 입장"라고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 윤리위는 보좌진 월급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이군현 의원(통영·고성)의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에 대해선 정식 안건으로 채택,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조사 진행 상황에 따라 이 의원의 소명 절차도 함께 거치기로 했다.

자연스레 "이군현 의원 건은 조사하면서 녹취록 사건은 왜 조사하지 않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따라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군현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 중인, 현실적으로 드러난 사건인 반면 (녹취록) 이거는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감지만 하는 거지 그 배경은 판단하기 어렵지 않느냐"면서 "바로 파악은 어렵고, '지금부터 조사해보자, 이 문제는 계속 안고 갈 거니까 그렇게 봐주십사' 하는 것이다"라고 재차 설명했다.


태그:#이진곤, #윤상현, #최경환, #이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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