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언론은 김영란법의 언론인 적용 여부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도 부패와 청탁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왜 크게 일어났는지 자성하는 언론을 찾기 어렵습니다. 많은 언론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언론 윤리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영란법이라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있어야 언론이 바뀔 수 있을까요. <오마이뉴스>는 언론의 자성을 기대하며 언론의 민낯을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2015년 3월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표, 반대 4표, 기권 17표로 통과됐다. 여야 의원들의 표결 결과가 본회의장 전광판에 찬성은 초록색, 반대는 붉은색, 기권은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 '김영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 2015년 3월 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표, 반대 4표, 기권 17표로 통과됐다. 여야 의원들의 표결 결과가 본회의장 전광판에 찬성은 초록색, 반대는 붉은색, 기권은 노란색으로 표시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156건.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신문광고윤리강령과 그 실천요강을 위반한 기사와 광고의 숫자다. 언론 윤리 위반 판정을 받은 기사의 대부분은 홍보성 기사다. 대표적으로 대학교 3곳과 특정 시계 브랜드를 홍보한 <조선일보>의 특집 기사를 꼽을 수 있다. 이들 대학교와 시계 브랜드는 이 신문에 광고를 싣기도 했다.

신문윤리위원회는 이 기사와 광고를 두고, '어떠한 경제세력의 부당한 압력, 또는 금전적 유혹이나 청탁을 거부해야 한다'고 명시한 신문윤리실천요강 1조 2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에 대한 위원회의 평가는 혹독했다.

"이러한 신문 제작 태도는 자사와 특정 대학 또는 특정 기업의 영리를 위해 기사의 정확성·객관성·공정성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특정 대학이나 기업에 유리한 편향된 정보를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면서 해당광고까지 싣는 것은 신문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보도 태도가 언론에 넓게 퍼진 관행이라는 것이다. 매달 100건이 넘는 언론 윤리 위반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28일 오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의 일부 조항 위헌 여부를 다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언론 윤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인에게 김영란법을 적용한 것은 '기레기'로 상징되는 언론 불신이 확산되는 등 언론 윤리가 땅에 떨어진 상황 때문이었다. 여전히 언론이 부패와 청탁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국민이 많다.

언론인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언론의 목소리를 두고, 이제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언론이 됐느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국민의 대답은 '아니오'다. 지상파 방송사, 보수언론·경제신문과 이들의 자회사인 종합편성채널 등이 보여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보도 태도는 왜 언론이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1년 6개월의 시간... 자정 기회 스스로 차버린 언론

2015년 3월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은 법 시행까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언론 입장에서는 취재원으로부터 기사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접대, 향응, 광고 등을 받는 관행을 끊고, 언론 불신을 떨쳐낼 기회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언론의 첫 일성은 국민의 기대와는 멀었다.

한국기자협회는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 사흘 뒤 대한변호사협회를 통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이들은 당초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들어간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의 법이 시행되면, 언론 자유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김영란법 공개 변론에서 최대권 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언론의 자정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김영란법의 언론인 적용은 헌법적으로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협회를 대리한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한국)언론의 부패지수가 세계에서 밑바닥 수준인가, 그런 증거가 어디 있나", "언론의 부패지수는 낮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김영란법이 급물살을 탔다는 의견과 관련해, "세월호 참사가 언론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라고 따졌다.

개별 언론 역시 언론 윤리를 지키자고 주장하기보다는 김영란법 흔들기에 나섰다. 특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농수축산업이 위축된다는 논리로 김영란법을 비판했다. 언론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언론, 김영란법 흔들기에 나서다

김영란법으로 농업과 축산업이 위기에 몰린다는 <조선일보> 보도.
 김영란법으로 농업과 축산업이 위기에 몰린다는 <조선일보> 보도.
ⓒ 조선일보

관련사진보기


김영란법 비판의 대표적인 기사는 지난 5월 12일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인 '한우의 한숨, 굴비의 비명'이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선물이 보통 10만 원대 이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에서 제한하는) 5만 원 이하 선물은 시중에 내놓기 어렵다는 (농.축.수산업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진다"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각각 25만 원, 24만 원짜리 한우등심 2.9kg 선물세트와 굴비 10마리 선물세트를 5만 원에 맞추면 한우등심 578g 한 덩어리, 굴비 2마리로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도 실었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 기사에 댓글을 단 독자는 "김영란법에서 언론계를 빼려고 별 수작을 다 부린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최근 '김영란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 된다'는 기획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지난 6일 '같은 병원인데... 학교법인 소속 세브란스 의사는 규제, 공익재단 삼성서울은 제외' 기사에서는 김영란법의 모호한 규정을 비판하면서 기자가 대기업 홍보팀 직원으로부터 술을 곁들인 식사를 접대 받는 사례를 소개했다. 금액 산출이 어렵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다루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언론 윤리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무너져 내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실천요강은 "(기자협회) 회원은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일체의 금품, 특혜,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동아일보>가 언급한 사례는 김영란법 적용과 관련 없이 언론인이 거부해야 하는 접대다.

<중앙일보>는 지난 5월에 낸 한 사설에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을 포함한 것을 두고 언론 자유 차원에서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은 광고와 기사를 바꿔 스스로 언론 자유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지난해 6월 <중앙>은 국방부 홍보대행사와 국방부 주요 정책을 홍보하는 기사를 써주는 대가로 1억 원을 받는 약정서를 썼다. 이후 이 약정서가 공개되면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은 <중앙> 기자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 기자는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정부부처와 언론사 사이에 이런 거래 관계가 흔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신문도 김영란법 흔들기에 한몫 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기자 13명을 투입해 '김영란법 카오스'라는 기획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경제>도 김영란법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영란법 적용보다는 언론의 내부 정화가 맞지만..."

오는 28일 언론은 헌법재판소를 주목하고 있지만, 국민은 언론을 주시하고 있다. 김영란법이 최종적으로 언론인을 적용대상으로 포함하느냐 여부는 언론의 관심사일 뿐이다. 국민은 언론이 스스로 불신을 떨쳐내고 언론 윤리를 수호하는 언론으로 거듭날지 지켜보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을 빼는 것보다, 언론 윤리를 강화하는 게 먼저다"면서 "김영란법과 관계없이 언론 스스로가 기업이나 취재원으로부터 식사비용을 비롯한 얼마만큼의 돈을 받을 수 있는지 기준을 정해야한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언론이 자율적으로 내부 정화에 나서는 게 맞지만, 그 가능성이 낮다"면서 "사회적으로 언론이 부패했다는 인식이 높은 상황에서, 언론인이 먼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빼달라고 하면 언론인의 신뢰가 더 떨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태그:#김영란법과 언론인
댓글1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