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이슨 본> 포스터

영화 <제이슨 본> 포스터 ⓒ UPI코리아


액션블록버스터의 진화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여름이면 등장하는 여러 할리우드 시리즈물은 물론이고, 국내 상업 영화에서도 해당 장르 영화는 저마다 차별점을 강조해왔다. 진기한 무술과 각종 격투에 방점을 찍거나, 놀라운 촬영 기술 등으로 말이다.

27일 개봉하는 <제이슨 본> 역시 액션 장르의 기본 조건은 두루 갖춘 영화였다. <본 아이덴티티>(2002) 이후 네 편의 시리즈가 나왔고, 흥행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최근작인 <본 레거시>(2012)가 스핀오프(원래 있던 이야기에서 새롭게 파생한 이야기) 격이라 맷 데이먼이 아닌 제레미 레너가 출연해 혹시 아쉬웠던가. 그렇다면 <제이슨 본>을 더욱 봐야 할 이유가 생긴다.

구관이 명관

 영화 <제이슨 본>의 한 장면.

영화 <제이슨 본>의 한 장면. 영화는 액션의 쾌감뿐만 아니라 비판적 메시지까지 충실하게 담아냈다. ⓒ UPI코리아


9년 만에 맷 데이먼과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본 레거시> 제작 이야기가 나올 무렵부터 맷 데이먼은 "본 시리즈에 다시 출연하려면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있어야 한다"며 강한 신뢰감을 여러 차례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됐고, 제작이 급물살을 탔다.

이미 다른 일정으로 꽉 차 있었기에 완성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개봉에 앞서 26일 언론에 첫 공개된 <제이슨 본>은 '구관이 왜 명관인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아마 가장 눈길을 끄는 게 이야기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본 시리즈의 핵심. <제이슨 본>은 자신이 왜 살인병기가 됐고, 그 배후는 누구인지 파헤쳐 가는 과정을 제법 명확하게 제시한다. 즉 12년 간 자취를 드러내지 않았던 제이슨 본은 아버지의 죽음 파헤치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의 요원화 과정까지 추적한다.

영화는 현 시대에 걸맞게 사이버 전쟁을 소재로 삼았다. 개인이 사이버 세상에서 능력만 있다면 다수를 지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미국 CIA의 통제와 이 틈에서 고군분투 하는 반대파들의 활약을 배치했다. 

만약 제이슨 본을 위시한 소수의 반대파가 개인의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웠다면 메시지는 명확해졌겠지만 오히려 이 시리즈의 존재 이유를 해쳤을 것이다. 영화는 그 함정을 여유롭게 피하며 데이비드 웹(제이슨 본의 본명, 맷 데이먼 분)의 개인적 목표를 철저히 따라간다.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수호라는 허상

그러니까 데이비드 웹은 그저 자신이 왜 기억을 잃었고, 그토록 강력한 격투 기술을 갖게 됐으며, 아버지는 왜 허무하게 죽었어야 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그를 CIA가 막아 세운다. 바로 자신들이 기획한 각종 공작 사건의 진실을 가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CIA 국장 로버트 듀이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미국중심의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그는 각종 요원을 만들어냈고, 또 희생시켜 왔다. 전 세계인의 모든 정보를 한 눈에 쥐고 파악하기 위해 거대 IT 기업 대표를 이용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비뚤어진 애국심에 대한 환기 내지는 국가주의의 허상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제이슨 본은 그저 개인적 목적이었지만 결국 국가적 음모에 대항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여러 조력자를 만나거나 또 잃는다. 이 조력자들 또한 각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졌기에 완벽한 아군이라 할 수 없다. 제이슨 본이 영화 말미까지 환하게 웃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CIA 내 젊고 능력 있는 신임 사이버 팀장 헤더 리(알리시아 비칸데르 분)가 자꾸 눈에 밟힌다. 국장의 음모를 눈치 채면서 이후 명민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역시 또 다른 야망을 지닌 인물. 제이슨 본에게 애국심을 바라는 헤더 리는 패기와 정의의 대명사로 그려지곤 했던 영화 속 신세대의 이면을 상징한다. 그래서 씁쓸하면서도 슬프게 다가온다.

여기까지 보면 <제이슨 본>은 그저 빠른 속도감을 즐기려던 일반 관객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영화 같다. 액션블록버스터가 이토록 강력한 메시지를 지녔던 적이 있었던가. 중반부까지 이렇다 할 신선한 액션 장면이 안 나온다며 지루해 할 이들은 후반부까지 참고 기다려보자. 새로운 카체이싱(차량 추격) 장면이 준비돼 있으니 말이다. <제이슨 본>은 세련된 메시지도 챙기고 장르적 재미까지 챙긴 흔치 않은 수작으로 다가올 법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 우리 국가정보원의 각종 조작 사건과 헛발질이 떠오른다. 이것도 덤이라면 덤이겠다.

한국 팬 찾은 <제이슨 본> 주연들  8일 오전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제이슨 본> 아시아 프리미어 기자회견에서 주연을 맡은 맷 데이먼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국 팬 찾은 <제이슨 본> 주연들 지난 8일 오전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제이슨 본> 아시아 프리미어 기자회견에서 주연을 맡은 맷 데이먼과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오마이스타's 한줄평 : 제이슨 본은 끝내 웃지 않지만 관객들은 환호할 것이다.

평점 : ★★★★(4/5)

 영화 <제이슨 본> 관련 정보


감독 : 폴 그린그래스
제작 : 프랭크 마샬, 맷 데이먼
출연 : 맷 데이먼, 알리시아 비칸데르, 뱅상 카셀, 줄리아 스타일스
수입 및 배급 : UPI코리아
관람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3분
국내 개봉 : 2016년 7월 27일(북미 개봉은 7월 29일)



제이슨 본 맷 데이먼 미국 CIA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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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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