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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사드 미사일 발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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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해서 사드 배치는 국회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는 내용이다.

사드와 정전협정

한국 정부는 미국이 사드라는 미사일방어체제를 한국에 설치하는 것이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에 근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와 정전협정이 엇갈리는 정전체제의 구조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 정전협정 2조 13항은 신무기반입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에서 군사인원과 무기가 한반도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과 한미상호방위조약 4조는 서로 배치하는 것이다. 

정전협정에서는 신무기반입금지 뿐만 아니라 4조 60항에서 정전협정체결 3개월 내에 정치회의를 소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정치회의에서 외국군철수와 전쟁의 평화적 해결방안을 다루도록 협정 체결 관계정부에게 건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에 명시된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배경은 '1953년 7월 정전이 성립되자 북한의 재침을 막기 위한 대책'이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3개월이 못되어 주한미군의 주둔을 보장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것이다.

정전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서로 어긋나면서도 지난 63년 동안 정전체제 유지를 위한 기능을 수행한 것은 이중적인 상황과 요구로 복합한 한반도 현실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종결하고 평화를 창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다른 한편 북한의 재침을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형성하는 법적 기초로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었다.

그렇다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63년째 유지되고 있는 정전체제의 골격은 정전협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서로 어긋나는 두 개의 조약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이 1961년 7월에 체결된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은 한미방위조약과 맞서서 북한측에서 정전체제를 지탱시키는 수단이 되어왔다. 물론 북중관계를 한미동맹과 같은 견고한 동맹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두 나라 관계의 부침이 심했던 것이 그간 양국 관계의 현실이다.

정전협정과 한미동맹의 불균형 발전

지난 2013년 5월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3년 5월 7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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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상태가 한해 한해 연장될수록 우리는 세계신기록을 세운다.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고 정전상태가 60년 이상 유지된 경우는 근대국가가 성립된 이후 세계사에서 단 한 차례도 없기 때문이다. 정전상태가 60년 넘게 유지되는 것은 정전협정의 법적 효력 때문이 아니다. 정전협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문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쟁종결과 평화창출을 명시한 정전협정은 오래전부터 사문화되었지만, 북한의 재침을 막기 위한 한미동맹은 점차 강화되어 온 것이 정전 63년의 역사다. 오늘날 한미동맹은 국익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을 넘어서 목적이 되고 나아가 주술적인 대상이 되어 신화화되기까지 했다. 전쟁종결과 평화를 위한 노력이 사문화되고 전쟁 억지를 위한 군사적 기능만이 강화된 결과다. 한미동맹에 맞서는 북중 우호관계가 한반도에서 불안한 현상유지를 지속시켜왔다.

1957년부터 정전협정 무력화는 표면화되었다. 13항 신무기반입금조조항이 효력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엔군을 대표하는 주한미군은 1957년 6월 21일에 "유엔군 사령부는 정전협정 13조 신무기 반입금지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북한 측에 통보했다.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 근거라는 주장이 덧붙여졌다. 사드가 북한 위협 때문이라는 논리와 동일한 구조이다.

이후 1958년에 미국은 단거리핵미사일을 한국에 반입하기 시작했다. 1959년에는 소련을 사정권 안에 둔 크루즈 미사일을 반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은 이때 배치된 핵미사일을 냉전해체 이후인 1991년에 부시대통령의 전술핵폐기선언으로 비로소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미국이 1958년부터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한 것은 대량보복 (massive retaliation) 전략에 따른 것이다. 아이젠하워 정부가 대량보복전략을 채택하면서 1956년의 국가안보회의(NSC) 5602/1 호 문서는 대통령의 재가에 의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약속하였다. 이 당시 미국의 핵무기 사용계획은 대량살상을 가져오는 핵무기의 위력이 전쟁을 억지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신념에 따른 것이다. 전면전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유효한 핵 보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 기초한 것이다.

주한미군 핵무기 배치와 사드

정전협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신무기반입금지 조치는 미소 핵군비경쟁 시대를 맞이한 미국의 핵전략에 따라서 사문화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국의 사드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지만 정전협정에서 명시한 신무기반입금지조치의 사문화를 거듭 확인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의 산물이다.

사드는 진화하는 무기체계이다. 결국 AN/TPY2레이더와 미국의 우주탐지방어시스템(SPSS)이 결합해서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탐지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1957년 아이젠하워의 한반도 핵미사일 배치는 소련에 대한 선제공격능력 보유를 통해서 전쟁억지 기능을 수행하려는 것이었다면, 사드는 한층 발전한 개념이다. 미사일 방어체계를 통해서 중국의 보복공격능력을 무력화하고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포위와 압박을 강화하려는 공세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은 미국에 의해서만 무력화되어온 것은 아니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정전협정의 모든 기능을 부정해왔다.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이라는 경계선, 비무장지대라는 구역, 군사정전위원회라는 관리기구를 통해서 유지된다. 북한은 1991년부터 군사정전위원회 기능을 부정하고 1994년부터는 군사정전위원회 대신 인민군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했다. 1996년부터는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이행 의무를 포기했다. 2013년에는 키리졸브 한미합동훈련에 대한 반발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항구적 평화가 정착되지도 않고 전쟁도 재발하지 않는 불안한 정전 상태는 정전협정 63년을 맞이한 2016년의 현주소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미동맹은 중국을 견제하는 지역동맹으로 진화하고 있고, 북한과 중국도 이에 맞서서 북중 우호관계를 복원시키고 있다.

북중 우호조약 체결 55주년을 맞아 지난 7월 11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전을 교환하였다. 미국과 중국, 한국과 중국이 경제적인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냉전시대와 같은 제로섬 게임을 하는 진영대결구도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미동맹과 북중우호관계의 대립구조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부조화한 두 기둥을 바로 잡아야 한다

지난 18일 경북 칠곡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지난 18일 경북 칠곡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안동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정의평화위원회가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생명평화미사를 열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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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체제를 유지해왔던 두 개의 축 가운데 상처투성이가 된 정전협정은 사실상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엔군사령관은 북한의 도발에 대항하기 위해서 2014년에 비무장지대에 다종의 중화기 배치를 허용했다고 한다. 

'유엔군사령부 규정 551-4'에 따르면 ▲ 개인화기(반자동 및 자동: K1, K2, K3) ▲ 중(中) 기관총(7.62㎜) ▲ 중(重) 기관총(K6 50구경·K4 40㎜ 자동 유탄발사기) ▲ 무반동총(최대 57㎜) ▲ 60㎜와 80㎜ 박격포 ▲ 유선 조종식 클레이모어 지뢰 ▲ 수류탄 등의 비무장지대 반입이 허용되었다.(연합뉴스 2016.7.10)

이는 당연히 정전협정 위반이지만 정전협정이 사문화된 결과라는 것이 더 타당하다. 앞으로 비무장지대의 무장화를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완충기대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불안한 정전상태를 종결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전체제를 유지해온 엇갈린 두 개의 기둥이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해야 한다. 정전협정이라는 기둥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한미동맹의 전쟁 억지기능만 강화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안보딜레마를 심화시키게 된다. 안보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머지않아, 안보가 흔들리는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이미 사드 배치라는 한미동맹에 맞서 북중동맹이 강화되는 것으로 안보딜레마는 너무 빨리 현실화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사드에 맞서는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을 강화시켜서 한반도를 주변국가들의 미사일 각축장으로 만들 것이다.

한미동맹이 한반도 전쟁억지라 순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의 발동요건과 적용범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무력해진 정전협정이 추구했던 한반도 평화창출에 대한 대안적 시도를 다시 모색해야 한다. 한국의 반대여론을 계기로 해서 사드 배치에 대한 미중간의 합의를 촉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위한 국제적 협의구조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긴장과 불안으로 점철되어온 63년의 정전상태가 주는 교훈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코리아연구원 원장입니다.



태그:#정전협정,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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