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에 가담했다"며 구단과 KBO에 자진신고를 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좌완 투수 유창식. 유창식은 한화 소속이던 2014년 홈 개막전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며 구단과 KBO에 자진신고를 한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좌완 투수 유창식. 유창식은 한화 소속이던 2014년 홈 개막전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투수 유창식도 승부조작에 가담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번에는 선수 본인의 자진 신고로 관련 사실이 밝혀졌다.

유창식은 23일 구단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하여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한 사실을 털어놨고, 기아 구단은 이를 다시 KBO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창식이 승부조작에 가담한 경기는 이전 소속팀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2014년 4월 1일 삼성 라이온즈전이다. 당시 홈 개막전에 선발로 나선 유창식은 1회 초 상대 3번 타자 박석민에게 볼넷을 일부러 내주고 경기 후 대가로 500만 원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한화 이글스 구단도 유창식 사태가 알려진 이후 24일 "책임을 통감하며, 팬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프로야구는 최근 NC 다이노스 투수 이태양과 넥센 히어로즈 출신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 외야수 문우람이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렸다. KBO는 이미 두 선수에게 참가활동 정지의 징계를 내렸고, 최종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야구계에서 영구 추방당할 것이 유력하다.

또한 KBO는 지난 22일, 8월 12일까지 3주간의 자진 신고 및 제보 기간을 설정한다고 공표했다. 해당 기간에 자진 신고한 당사자는 영구 실격 처분을 내리지 않고 사안에 따라 2∼3년간 관찰 기간을 둔 뒤 추후 복귀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감경한다는 방침이다.

유창식, 자진 신고했지만 가볍지 않은 죄값

유창식은 KBO의 발표 이후 자수한 첫 신고자다. 이로서 유창식은 야구계 영구제명이라는 최악의 처벌만은 면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어쨌든 한때 촉망받던 야구계 유망주에서 승부조작범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것은 평생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유창식은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11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관심을 보일만큼 유창식의 주가는 높았고, 한화는 그런 유창식에게 7억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기아 한기주(10억원)에 이어 프로야구 신인 계약금 역대 2위 기록이었고, 한화 구단 자체로는 역대 최고 신인 계약금이었다. 당시 KBO 최고의 에이스였던 류현진보다 더 높은 계약금이었다. 한화 구단은 유창식이 제 2의 류현진이 되기를 바랐고, '7억짜리 팔'은 데뷔 이후 유창식의 대표적인 별명이 됐다. 

하지만 유창식은 프로 무대에서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유창식은 한화에서 2014년까지 4년간 16승 25패, 평균자책점 5.29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2015년 5월 6일 고향팀 기아로 트레이드 됐다. 유창식의 잠재력을 아까워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기대에 부응할 만큼의 실력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한 일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유창식은 고향팀에 돌아온 이후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한화-기아 소속으로 27경기에 나와 8패에 평균자책점 7.90을 기록하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유창식은 2016년에는 단 1경기 등판에 그쳤고, 1.1이닝 6사사구 3실점 평균자책점 20.25이라는 처참한 성적만을 남겼다. 승부조작 혐의와는 별개로 잦은 부상과 더딘 성장으로 한화와 기아에서 모두 실패한 유망주로 낙인 찍힌지 오래였다.

사실 유창식이 이번에 승부조작을 자진신고하지 않았더라면 해당 경기 내용만을 두고 승부조작 혐의를 입증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평소에도 유창식은 제구력이 좋지않은 투수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프로 입단 이후 많은 지도자들이 인내와 열정을 가지고 유창식의 잠재력을  살려주기 위하여 공을 들였던 것을 감안하면 더 씁쓸하다. 자신의 단점(제구력)을 오히려 역으로 악용하여 용돈벌이(승부조작)에 나설 정도의 잔머리를 굴리기 보다 야구에 더 혼을 바쳤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울 뿐이다.

유창식 징계 수위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프로야구 '끊임 없는 승부조작 파문' 지난 24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2016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KIA 좌완투수 유창식은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구단과 KBO에 자진 신고했다.

▲ 프로야구 '끊임 없는 승부조작 파문' 지난 24일 오후 광주 북구 임동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2016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KIA 좌완투수 유창식은 승부조작 가담 사실을 구단과 KBO에 자진 신고했다. ⓒ 연합뉴스


유창식의 죄는 밉지만 어쨌든 그가 최초의 자진신고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유창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는 있지만, KBO가 이미 공약한 것이 있는 데다 만일 유창식을 엄벌할 경우 향후 자진신고를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를 다른 가담자에게도 '자수해 봐야 어차피 죽는다'는 메시지를 줘 끝까지 진실을 은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때문에 신중하게 처벌 수위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유창식이 영구제명 같은 최악의 징계를 피한다고 해도 야구선수로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유창식은 1992년생으로 만 24세로 아직 젊지만, 프로 데뷔 이후 더딘 성장과 잦은 부상으로 그동안 보여준 게 없다. 

더구나 이미 승부조작의 주홍글씨가 깊이 새겨진 만큼 당분간은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피하다. 프로 선수로서 보여준 게 없는 유창식의 영입을 원할 다른 구단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귀중한 청춘을 헛되이 낭비한 유창식의 야구인생은 벼랑 끝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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