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억 투수' 윤석민의 역투를 후반기에는 볼 수 있을까. 어깨 통증에 시달리며 지난 4월 17일 넥센전 완투패(9이닝 2실점)를 끝으로 3개월 넘게 전력에서 이탈했던 윤석민은 후반기 복귀를 목표로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전반기 3경기에만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3.32다.

윤석민은 미국 무대에서 좌절을 겪고 지난해 한국으로 복귀, 친정팀 KIA와 4년 총액 90억 원이라는 KBO리그 역대 투수 최고액에 계약을 맺었다. KBO에서 윤석민의 이름값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정작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지도 못한 투수에게 역대 최고액 계약을 안겨줄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놓고 팬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현실적으로 기아는 아직 윤석민에게 기대를 걸었던 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윤석민은 그간 자신을 괴롭히던 어깨 통증이 많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1군에서 통할 구위를 회복하는 게 관건이다. 또 기아 마운드가 '윤석민 카드'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후반기 5강 싸움의 열쇠, 윤석민

눈빛 투구 친정팀인 KIA 타이거즈에 복귀한 투수 윤석민이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회초에 등판해 강렬한 눈빛으로 앞을 보며 공을 던지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재활 중인 KIA 타이거즈 윤석민. ⓒ 연합뉴스


윤석민은 몸만 건강하다면 선발과 불펜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투수다. 하지만 현재 기아의 가장 큰 고민을 꼽으라면 역시 불펜 불안이다. 베테랑 투수 임창용이 징계를 모두 마치고 돌아왔음에도 불펜의 불안감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기아는 이미 전반기에만 팀 블론세이브 1위(14개)의 불명예를 안았다. 임창용은 복귀 후 6경기서 2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하며 1승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91에 그쳤다.

반면 선발진은 윤석민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양현종-헥터 노에시-지크 스프루일이 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선발로 전환한 홍건희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아는 현재 팀순위는 6위지만 선발투수의 퀄리티스타트는 무려 42회로 선두 두산(49회)에 이어 2위다. 5위 롯데를 3게임 차로 추격하고 있는 기아로서는 불펜만 안정을 찾는다면 5년 만의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윤석민은 지난해 기아의 주전 마무리였다. 미국무대에서 실패하며 KBO로 갑작스럽게 유턴한 윤석민은 부족한 시즌 준비 기간과 팀 상황을 고려하여 1년간 임시로 마무리 보직을 수락했다. 상황에 따라 2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롱마무리로 활약하면서도 2승 6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6으로 선방했다.

여전히 윤석민이 역시 가장 선호하는 보직은 선발이지만 현재 어깨 통증에 대한 부담을 안고있는 상황에서 매 경기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을 정도의 몸상태를 회복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시즌은 어느덧 후반기로 치닫고 있고 기아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넉넉치 않다. 기아가 만일 올 시즌 5강 진출에 전력투구할 방침이라면 마운드 전력의 핵심인 윤석민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해야 한다.

긴 이닝을 투구하는 선발보다는 적절한 관리를 받으며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으로 활용할 경우, 복 귀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어 팀에게나 개인에게나 더 적합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장기간 개점휴업상태였던 윤석민도 팀에 보탬이 되고싶어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용-윤석민 더블 스토퍼 체제로 가나

물론 윤석민이 복귀한다고 해도 당장 임창용의 보직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김기태 감독과 기아 코칭스태프는 임창용의 경험과 구위에 대하여 아직 낙관하고 있다. 징계로 인한 반 년간의 1군 공백기를 감안하면 복귀하자마자 완벽한 활약을 보여주는 게 더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임창용 앞에서 지탱해줘야 할 불펜 필승조의 구위가 후반기 동반하락했다는 게 더 문제였다. KIA 필승계투조는 '코치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임창용을 비롯하여최영필-김광수 등 베테랑들에 대한 비중이 유독 높다. 전천후 카드인 윤석민이 불펜에 가세할 경우, 임창용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더블 스토퍼로 기용도 가능하다.

윤석민은 최근 재활치료와 3차례의 불펜투구를 모두 성공적으로 마쳤다. 27일 퓨처스리그에서 첫 실전 등판이 포함되어 있다. 이후 1~2경기 정도 실전 검증을 마치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8월 초중순쯤 1군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윤석민이 과연 정상적인 몸상태로 돌아와 기아의 가을야구 진출을 견인한 구세주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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