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는 2008년 처음 방송을 시작할 당시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콘텐츠였다. 그 전에도 <천생연분> 같은 연예인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결혼 생활이라는 콘셉트는 신선한 분위기로 연결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16년, 여전히 <우결>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신선함'에 박수를 치던 시청자들이 이제는 '식상함'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대본 논란은 언제나 끊이지 않고 시청률도 떨어졌다. 그러나 <우결>은 여전히 방송사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다. 해외의 호응도 그렇지만, 안 본다 안 본다 하면서도 꾸준히 스타가 탄생한다. 신인들이 얼굴을 알릴 기회로 이 정도의 콘텐츠도 드물다. 때문에 연애 시뮬레이션형 예능은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인 것이다.

<우결> <님과 함께>, 그리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연애 시뮬레이션은 끊임없이 제작됐다. <우결>류 콘텐츠인 <님과 함께>는 '최고의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고 방영 중이다. 김숙은 이 프로그램으로 '계약 커플'이라는 신개념 커플을 연출하며 데뷔 후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이제 처음 같은 관심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청률 7%가 넘으면 결혼하겠다"는 신선한 공약은 결국 관심의 저하로 자연스럽게 지키지 못하게 됐다.

이 밖에도 <더 로맨틱&아이돌> <남남북녀> 등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은 꾸준히 생겨났다 없어졌다. tvN이 새롭게 선보인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이하 <연극이>) 역시 이런 맥락의 프로그램이다. 심지어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유라는 <우결>에, 이민혁은 <로맨틱&아이돌>에 출연한 전력이 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속 커플들은 진정한 속내를 카메라 앞에서 꺼내 보일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속 커플들은 진정한 속내를 카메라 앞에서 꺼내 보일까? ⓒ CJ E&M


<연극이>는 드라마 '아이언 레이디'를 촬영한다는 콘셉트 하에 카메라가 꺼진 순간을 주목한다. 실제로 러브신을 촬영한다는 명목으로 키스신이나 스킨십 등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우결>이 실제 스킨십에 한계를 보이는 것과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한 지점이다. 그 이후, 배우들은 남아있는 감정을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이냐가 이 예능의 포인트다. 배우들도 사람이고, 감정을 가지고 연기와 스킨십을 하는 행동에 따라 또 다른 감정이 생겨날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발상에서 시작된 예능이다. 선남선녀들끼리 한데 모여있으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법하다.

그러나 문제는 '카메라가 꺼진 후'라는 콘셉트를 가져 왔으면서도 여전히 카메라가 돌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카메라가 설치된 장소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후 이어지는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다. 연예인들이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얼마나 자신의 민낯을 내보일 수 있을까. 솔직해지려거든 차라리 '우리는 계약 커플'이라고 외친 김숙-윤정수가 훨씬 더 솔직했다. 촬영하기 위해 만난 연예인들이 카메라가 꺼진 후라는 콘셉트에도 여전히 돌고 있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리 없다. 그들이 보이는 감정이나 만들어낸 상황들도 어느 정도는 그들의 의도대로 흐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틀에 얽매인 채 진행되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리얼? 두 개의 페이크가 생겼을 뿐

하석진은 '영화 보자'는 윤소희의 제안을 '기사가 난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살기 위해서는 실제로 기사가 나는 편이 좋다. 그들의 연애가 가상이 아닌 실제라는 판타지를 심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중팔구 그들은 '진짜 연극이 끝난' 일상생활에서 개인적인 연락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단순히 작품을 위해 만났고, 예능을 살리기 위해 연기한 후 집으로 돌아가 또 다른 설정이었던 예능 상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현실'이라는 구조로 리얼리티를 강조하려 했지만 결국 두 개의 페이크만 생겨났을 뿐이다.

 연예인 커플 매칭 프로그램의 한계는 일반인 매칭 프로그램의 한계도 명확하다.

연예인 커플 매칭 프로그램의 한계는 일반인 매칭 프로그램의 한계도 명확하다. ⓒ JTBC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JTBC <솔로워즈>는 일반인 연애 매칭 프로그램이지만 <짝>이 보여주었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한다. 외모가 뛰어난 일반인은 카메라에 더 많이 잡히며 주목을 받고 서로를 파악하기 위해 대화를 나눈다. 특이점은 커플이 되면 천만 원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커플이 되기 위해 노력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천만 원이라는 매개체 때문에 오히려 진정성은 더욱 떨어진다. 100명이라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들이 서로를 알아갈 기회가 얼마나 주어지는지도 의문이다. 커플이 되고 돈을 받는다는 설정 자체가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솔로들의 '진정한 연애'가 아닌 게임 쇼의 한계는 명확하다.

카메라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인이든 연예인이든 출연자들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현실에서도 연애는 카메라 속에서 펼쳐지는 판타지가 아니다. 서로 신뢰관계를 쌓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걸어가는 과정이 연애다. 연애의 본질이 아닌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연애 매칭 프로그램은 이미 시청자들의 호감도를 획득하기 쉽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솔로대첩 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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