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가 후반기에도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꼴찌 추락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LG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3-14로 대패했다. 최근 3연패를 기록한 LG는 35승 1무 48패 승률 0.422로 8위에 머물렀다. 9위 삼성과는 반게임차, 최하위 KT와도 1게임차에 불과하다.

4~5월까지 꾸준히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중위권에서 경쟁하던 LG였지만, 6월 10승 15패로 주춤한데 이어 7월에는 3승 11패에 그치며 추락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달에만 14경기에서 무려 105실점을 내주며 자책점이 6.92로 10개 구단 중 최악이다.

그나마 강점이던 LG의 마운드가 붕괴되면서 후반기 들어 4경기 연속 6실점 이상을 내주고 있다. 두 자릿수 실점만 벌써 두 번이나 허용하는 등 올스타 휴식기 재정비가 무색하게 부진이 더 악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악화되는 LG 팬심, 이어지는 현수막 시위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경기. LG 양상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LG 트윈스 경기. LG 양상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계속되는 성적 부진에 팬심도 악화되고 있다. 이날 승부가 기운 경기 후반에는 일부 LG 팬들이 외야에서 LG 양상문 감독에 대해 항의하는 현수막 시위를 기습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트윈스를 좀먹는 양상문 아웃", "더이상 팀을 망치지 말고 떠나주세요" 등 과격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며 최근 팀 성적에 대하여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LG 팬들의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과 14일 한화전 패배 이후에도 일부 팬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양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한 바 있다.

양상문 감독이 2014년 LG의 구세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양 감독은 2014시즌 초반 성적부진으로 중도사임한 김기태 감독의 뒤를 이어 LG의 지휘봉을 물려받으며 '독한 야구'를 표방했다.

당시 양 감독 부임 직전까지 10승 1무 23패(승률 0.303)로 당시 최하위를 기록 중이었던 LG는 이후 52승 1무 41패(승률 0.556)의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극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2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꼴찌팀이 감독 교체 이후 3강까지 올라가는 기적의 반전드라마였다.

하지만 양상문의 독한 야구는 거기까지였다. 2014년에 독기를 너무 다 소모해버린 탓인지, 2015시즌에는 9위로 추락했고, 올 시즌에도 8위에 머물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또다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승률도 해가 갈수록 점점 떨어지고 있다.

LG 팬들의 불만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인신공격성 현수막이나 감독 퇴진 시위는 아무래도 지나친 행동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알고보면 양 감독에 대한 일부 LG 팬들의 과격한 비난과 퇴진 요구는 이미 시즌 초반부터 계속되어 왔다. LG가 아직 중위권싸움을 펼치던 5월부터 이미 일부 야구 커뮤니티와 LG 팬덤을 중심으로 양 감독의 팀운영에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며 퇴진 시위를 선동해온 극성팬들이 있었다.

한화도 시즌 초반 최하위를 전전하던 시절, 성적부진과 각종 구설수 등이 겹쳤을때 일부 팬들의 감독 퇴진 시위가 벌어진 일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상황에 그쳤다. 오히려 대부분의 팬들은 팀을 위한 건전한 비판과는 별개로, 일단 경기장 안에서는 끝까지 성적부진에 흔들리지 않고 한화 선수단을 응원했다. 괜히 한화 팬들이 '보살팬'이라고 불렸던 게 아니다.

그에 비하면 LG가 최근 부진하다고는 하지만 아직 시즌을 포기할 단계도 아니고 양 감독이 특별한 개인적 구설수에 휘말린 적도 없음을 고려하면 팬들의 집단행동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할만하다.

양상문을 향한 비난, 과연 정당한가

이러한 일부 LG 극성팬들의 조급증은 암흑기 시절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와 무관하지 않다. LG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1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전 감독 등은 리빌딩과 성적 사이에서 확실한 방향을 못잡고 방황하다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낙마했다. 성적부진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일부 LG 극성팬들의 집단행동과 감독 청문회 등도 안좋은 의미에서 일종의 전통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말하면 결국 LG는 2000년대 이후 꾸준한 강팀이었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 최근 10여 년간의 평균적인 성적을 돌아보면 포스트 시즌에 2년 연속 진출했던 2013-2014시즌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고 최근의 성적이 원상복귀에 가깝다.

이는 양상문 감독 때문에 원래 잘하던  팀이 어느날 갑자기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부 극성팬들은 지나칠 정도로 감독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와 비슷하게 2000년대 후반 이후 장기간 암흑기에 시달리는 한화 팬들의 대응과 너무 비교가 되는 상황이다.

물론 팀의 성적부진과 팀 운영에 대하여 감독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어느 구단, 어느 프로스포츠에서나 당연하다. 건전한 비판도 어디까지나 응원의 일부다. 하지만 LG는 감독이 나홀로 전권을 쥐고 있는 팀도 아니고, 그간 LG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모두 양 감독만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없다. 양 감독의 용병술에 대한 비판과, 팬들의 집단행동의 정당성은 구분해서 봐야할 문제다.

무엇보다 팀에 대한 애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일부 LG 극성팬들의 행동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선수기용이나 경기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해도 지켜야할 선은 있다. 일부 극성팬들은 실력행사를 통하여 감독을 압박하고 현수막에 감정적이고 인신공격성 비난을 채워넣어 흔들거나, 이를 제지하는 경호원들에 욕설까지 퍼붓기도 했다. 정상적인 소통의 방식이라기 보다는 팬이라는 지위를 악용한 '갑질'일 수 있다. 

양 감독과 LG 구단에게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고 싶다면, 팬들 먼저 소통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 한다. 프로 팀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단지 선수와 감독만이 아니라 팬들도 포함된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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