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회마다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고민해야 할 사회적 고민을 던지고 있는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의 '축소 편성'이 논의 되고 있다고 한다. 좀더 익숙한 표현으로 바뀌 말하면, '조기 종영'될 위기(팬의 입장에서 바라본 관점이다)에 처했다는 얘기다. <뷰티풀 마인드>의 미래에 대해 KBS 관계자는 "올림픽 특집 편성을 위한 축소 편성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KBS 측은 다음달 6일 개막하는 '2016 리우 올림픽'이라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다지 와닿는 변명은 아니다. 조기 종영이 논의되는 가장 큰 이유, 아니 절대적인 유일한 이유는 단연 '시청률'일 것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뷰티풀 마인드> 10회의 시청률은 3.9%를 기록했는데, 가뜩이나 낮았던 9회(4.4%)보다도 소폭 하락한 초라한 수치다. 

조기종영 위기에 놓인 <뷰티풀 마인드>

주인공 이영오(장혁)를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이 점화되기 시작하고, 주인공 간의 '러브 라인'까지 가미된 상황에서 맞이한 시청률 하락은 치명적이었다. 무엇보다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무릎에 힘이 쭉 빠지게 한다.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률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를 무시할 수 없다.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의 범인이 미션으로 '시청률 20%'를 제시한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높은 시청률은 '이익'을 담보하고, 또 그만큼의 '전파성'을 상징한다. 이것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유기적으로 묶여 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할 텐데,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률'이야말로 무시할 수 없는 지표이자 꽤나 공정한 객관적 자료가 아니겠는가.

 <뷰티풀 마인드>, <닥터스> 포스터. 시청률 승패는 명확하게 갈렸지만, 그것이 <뷰티풀 마인드>가 <닥터스>보다 별로라는 뜻일까.

<뷰티풀 마인드>, <닥터스> 포스터. 시청률 승패는 명확하게 갈렸지만, 그것이 <뷰티풀 마인드>가 <닥터스>보다 별로라는 뜻일까. ⓒ KBS, SBS


그렇다면 <뷰티풀 마인드>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눠서 살펴보자면, 우선 바깥에는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라고 하는 걸출한 상대가 있다. '병원'이라고 하는 공통된 배경을 취하고 있는 두 드라마의 성적표는 극과 극처럼 대조적이다. 19일 방송된 <닥터스> 10회의 시청률은 19.3%로 20%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병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멜로'를 전면으로 내세운 <닥터스>는 김래원과 박신혜라는 매력적인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달달한 '케미'를 극대화시키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은 자연스럽게 '내부적 요인'으로 연결되는데, <뷰티풀 마인드>는 두 주인공인 장혁과 박소담으로부터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화학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교통 경찰관'으로 등장한 박소담은 '민폐 캐릭터'라는 지탄을 받으면서 시청자들의 눈 밖에 났다. 주인공이 외면당한 드라마가 어찌 '성공'을 바라겠는가. 뜨거운 피를 가진 계진성 순경(박소담)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할 수록 비현실적인 전개에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고작 '순경'이, 그것도 '교통 경찰'이 할 수 있는 능력과 범위를 넘어선 활약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채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이다.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한 이유들

 박소담이라는 배우의 브라운관 연기가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그 비난이 다소 과한 측면도 있다.

박소담이라는 배우의 브라운관 연기가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그 비난이 다소 과한 측면도 있다. ⓒ KBS


물론 박소담에게 쏟아진 비난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었다. 예를 들면,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고작 순경에 불과한 박우재(육성재)도 그 위치에서는 할 수 없는 '활약'들을 펼치며 줄기차게 등장했지만, 딱히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병원(의학)에 관련해선 철저히 '공부'를 한 티가 역력한 김태희 작가가 경찰 쪽에 대해선 왜 그토록 무지막지한 밀어붙이기를 했는지 의아하다.

<닥터스>와의 대결에서 '완패'한 <뷰티풀 마인드>는 뒤늦게 '멜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장혁과 박소담의 러브 라인은 왠지 모르게 '억지'처럼 느껴진다. 우선, 수염을 기른 아저씨 장혁과 여전히 고등학생처럼 앳된 외모의 박소담은 '연인 관계'라고 보기에는 어색해다. 뿐만 아니라 '한 병 더' 현석주(윤현민) 바라기였던 박소담의 급작스러운 변화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뷰티풀 마인드>가 뒤늦게 멜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물음표이다.

<뷰티풀 마인드>가 뒤늦게 멜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물음표이다. ⓒ KBS


남녀 관계의 '사랑'이라는 강렬한 감정을 통해 이영오의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를 극복하려고 하는 선택도 지나치게 쉬워 보인다. 애초에 <뷰티풀 마인드>가 담고 있었던 '가치', 인간과 감정에 대한 고민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시청률의 압박에 따른 최근의 변화와 시도들은 다소 아쉽기만 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 의식을 담고, 복잡한 관계로 얽히고설킨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상큼 발랄한 멜로가 아니라 진중한 인간 탐구를 지향했던 <뷰티풀 마인드>가 차라리 케이블 방송에 편성됐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장르적 특성을 좀더 뚝심 있게 살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 와선 지나치게 일찍, 그것도 명쾌하게 선과 악으로 갈린 갈등 관계의 헐거움도 극의 긴장감 상실에 한몫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는 방송국과 내용이 다소 무겁지만 진솔한 감동을 전하는 드라마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청자. 그 모든 엇갈림이 마음 아프기만 하다. 부디 <뷰티풀 마인드>가 마지막까지 그 본연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

뷰티풀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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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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