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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에서 언덕을 내려오며 바라본 레이나 시내 모습 - 안개가 자욱하다. ⓒ 이홍로
레이나 다리- 지금까지 건너온 다리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다리이다. ⓒ 이홍로
푸엔테 라 레이나의 산티아고 아포스톨 알베르게에서 편하게 쉬고, 아침도 빵과 커피, 오렌지 주스로 맛있게 먹었다.

아침 7시 15분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잔디밭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잔 할아버지가 텐트를 걷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굿 모닝" 인사를 하니 반갑게 인사를 받는다. 언덕을 내려오며 레이나 시내를 보니 아침 햇살과 안개가 신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아르가강가를 잠시 걷다가 우측으로 가야 되는데 레이나 다리가 너무 아름다워 왼쪽으로 한참을 걸어가 사진을 찍으니 순례객들이 우리를 부르며 그쪽 길이 아니라고 알려준다. 우린 "사진을 찍고 가겠다"고 말했다. 오늘도 마을을 벗어나면서 밀밭길을 걷는다. 작은 숲을 지나 오르막길을 걷는데 옆 고속도로,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철조망에 순례자들이 무수히 많은 나무 십자가를 만들어 놓았다. 자신의 신앙심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
마네루 마을을 지나 시라우키로 가는 순례자들 ⓒ 이홍로
포도밭과 밀밭을 지나 멀리 시라우키 마을이 보인다. ⓒ 이홍로
시라우키 마을 끝 언억 아래에 있는 세계지도-나무를 심어 세계지도를 만들었다. ⓒ 이홍로
마을 사람들이 언덕에 나무를 심어 만든 세계 지도

땀을 흘리며 언덕을 올라 서니 왼쪽에선 끝없는 밀밭이 이어지고, 멀리 앞쪽에 빨간 지붕을 한 스페인 특유의 마을이 그림처럼 나타났다. 마네루 마을을 지나 다시 밀밭길을 걷는다.

우리 바로 뒤에 폴란드 여자 에니카씨가 걷고 있다. 오늘은 같이 걷는 사람이 없이 혼자 걷고 있다. 시라우키 마을의 바에서 만났을 때는 다시 둘이서 커피에 빵을 먹고 있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같이 걷던 친구와 떨어져 걸을 때도 있다. 걷는 속도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혼자 걷고 싶어서 떨어져 걸을 수도 있다.

멀리 언덕 위에 시라우키 마을이 보인다. 이젠 넓은 포도밭이 이어지고 오른쪽에는 올리브나무가 보인다. 우린 여기에서 잠시 쉬면서 빵과 과일을 먹었다. 한국 시골의 오솔길 같은 길을 한동안 걸었다. 이런 길은 오래 걸어도 기분이 좋다.

시라우키 마을에 도착하였다. 오래된 성당들이 보이고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당 옆을 지나도록 되어 있다. 언덕을 조금 내려가니 마을이 끝났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 작은 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맞은편 언덕을 보면 멋진 세계 지도가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언덕에 나무를 심어 세계 지도를 만든 것이다. 
로르카 마을의 성당 ⓒ 이홍로
풍향계가 이색적인 비야투에르타 마을 ⓒ 이홍로
강열한 태양 아래 길을 걷는 순례자 ⓒ 이홍로
쓰러질 듯 힘든 순례길에서 신을 생각하다

시라우키 마을을 지나 그늘 없는 들판을 걷는다. 걷다가 지쳐 쉴 때도 그늘이 없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걷는다. 이런 태양 아래에서는 잠시만 피부가 노출되어도 까맣게 탄다. 손등과 눈 아래 얼굴이 까맣게 탔다. 친구는 앞서 가고 나는 천천히 혼자서 걷는다.   이 길을 걸으며 어느 때는 카미노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어느 때는 내가 왜 이 고생을 하지라고 생각될 때가 수없이 반복되었다.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복음송가 '나의 하나님'을 반복하여 부르고 있었다. 몸은 기계처럼 그냥 길을 걷고 있다.

로르카 마을에 도착하여 성당에 들어가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었다. 친구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인간은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할 때 더욱 신을 찾는다고 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도 자기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오히려 믿음이 깊어진다고 한다. 나는 개신교 신자이지만 자리에 앉아 기도를 했다.
에스테야 입구의 다리- 여기에서 언덕 위를 보면 폐허가 된 성당이 보인다. ⓒ 이홍로
알베르게에서 샤워를 마친 뒤 가까운 산에 오르며 바라본 에스테야 시내 풍경 ⓒ 이홍로
산을 오르며 바라본 에스테야 시내 모습 ⓒ 이홍로
산 페드로 성당 ⓒ 이홍로
산 페드로 성당의 내부 모습 ⓒ 이홍로
에스테야 시내 풍경 ⓒ 이홍로
에스테야 입구의 다리 위에서 바라본 폐허가 된 성당 모습 ⓒ 이홍로
문화 유산을 잘 보존하는 민족이 선진국을 만든다

강한 태양에 지쳐 걷다가 큰 미루나무 아래에서 쉬면서 신발을 벗고, 양말까지 벗어 신발 위에 올려 놓고 말린다. 태양은 머리 위에 있어 그늘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오후 2시 30분 드디어 에스테야에 도착했다. 처음 나온 알베르게에 쉬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폴리 데 포르티보 알베르게를 찾아가기로 했다. 여기서 1.6Km를 더 가야 된다.

왼쪽 언덕 위에 오래된 성당이 보이고 오른쪽 다리 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언덕을 바라 보고 있다.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것 같다. 가이드북에 로터리를 두 번 지나 왼쪽에 있다는 알베르게는 보이지 않는다. 젊은 남녀가 마주 오길래 폴리 데 포르티보 알베르게를 찾는다며 지도를 보여 주니 자기들도 그 알베르게에 묵는다며 우리를 안내한다.

알베르게는 깨끗하고 시설도 좋다. 이 알베르게는 체육관 시설과 붙어 있는데 식당 옆에 실내 축구장이 있다. 샤워를 하고 빨래까지 양지바른 곳에 널고 물집난 발가락의 물을 빼고 반창고를 붙였다. 알베르게 앞에서 쉬면서 주변을 보니 가까운 곳에 낮은 산이 보인다. 이곳에 올라 가면 에스테야 시내가 한눈에 보일 것 같았다.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책을 보며 쉬겠다고 한다.

혼자 천천히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올라간다. 산 8부 능선까지는 길이 나 있어 쉽게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없어 가시떨기나무를 젖혀 가며 올라 갔다. 겨우 정상에 올라 갔으나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 온전히 시내를 조망할 수는 없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쉬면서 일기장을 정리한다.  바로 바로 정리를 하지 않으면 어제 걸은 길인지 오늘 걸은 길인지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오후 7시에 저녁을 먹는다. 친구와 나는 순례자 메뉴를 고를 때 한 사람은 닭고기, 한 사람은 돼지고기를 선택하여 서로 나누어 먹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온 친구도 여기에서 다시 만나 같이 식사를 한다. 이 친구도 끝까지 완주할 계획이라고 한다.

저녁을 먹는 동안 옆 실내 축구장에는 멋진 복장을 하고 공을 차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팀을 나누어 경기를 한다. 어느 프로팀 못지 않은 실력으로 공을 차는데 식사하면서 축구 경기를 즐겁게 구경하였다.

저녁을 먹고 난 뒤에도 이 곳은 아직 해가 남아 있다. 우린 시내로 나가 산 페드로 성당과 시내 입구 관광객들이 올라가 언덕을 바라보던 다리에 올라 지금은 건물 일부가 무너져 사용하지 않지만 멋진 성당들을 구경했다. 언덕 위 성당들은 그 규모가 엄청나고 석양에 물든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 문화 유산을 완전하게 복원하는 것과 지금처럼 보존하는 것 무엇이 후손들에게 더 바람직할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려 내일 먹을 빵과 과일을 구입하였다.
태그:#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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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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