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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고립돼 있다 황급히 군청을 빠져나가려하자 군민들이 저지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정부가 한반도 사드배치를 성주군으로 확정한 후 15일 경북 성주군청을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배치를 설명하던 도중 성주군민들이 투척한 계란과 물병을 피해 버스에 고립돼 있다 황급히 군청을 빠져나가려하자 군민들이 저지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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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1일 오전 10시 26분]

KBS 기자들이 사측의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도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보도 지침을 받았다"며 "세월호 당시 '기레기'로 조롱받았던 KBS 기자들의 수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일부 지도부의 공안 몰이에 현장 기자들을 이용하지 마라"고 요구했다.

20일 KBS 사내 게시판에는 전국기자협회(이하 협회) 명의의 성명이 올라왔다. 협회는 KBS 서울 본사를 제외한 지역총국 소속 취재기자들의 단체이다.

KBS기자들이 구체적으로 지적한 보도는 지난 19일 방송한 KBS 9시 뉴스의 <경찰, "성주시위 외부단체 인사 참가 확인">이란 보도였다. 이 보도는 일선 취재 기자가 아닌 대구총국 취재 데스크가 했다.

협회는 "당일(19일) 오후 문화일보의 '성주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 확인' 기사가 나간 뒤 이를 리포트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기사는 오보였고 확인된 건 단지 '통진당 등 정당인들이 시위현장에서 목격되었다'는 것뿐이었다"라고 말했다.

협회는 대구총국 취재 데스크가 "(외부세력이) 마치 시위를 주도하고 총리에게 날계란과 물병을 던진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 기사는 쓸 수 없다"면서 "만약 쓴다면 '종북몰이를 중단하라'는 성주 주민들의 반론이 꼭 들어가야 하며 그나마도 이런 리포트를 후배들에게 지시할 수 없고 본인이 쓰겠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부장은 "리포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윗선의 지시를 인정했다. 이후 이 보도는 4차례 수정을 거쳤고, 애초 담으려 했던 '종북몰이'라는 말도 원고에서 빠졌다는 게 전국기자협회측의 주장이다.

"겨우 찍어서 올려도 '보도지침' 따라 주민들 본래 뜻과 달리 비틀어져"

15일 오후정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로 지목한 경북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이 탄 버스가 성난 주민들에게 가로막혀 성주군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날계란과 물병을 던지고, 트랙터로 버스 통행로를 막으며 거세게 항의했다.
 15일 오후정부가 사드 배치 예정지로 지목한 경북 성주를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이 탄 버스가 성난 주민들에게 가로막혀 성주군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날계란과 물병을 던지고, 트랙터로 버스 통행로를 막으며 거세게 항의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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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기자협회는 지난 16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 입지 발표 뒤 처음 성주를 찾아 주민들의 달걀 세례를 받았을 때 역시 "25년 전, 정원식 국무총리에 밀가루 던졌다가 징역형 받은 그림까지 넣으라고 구체적으로 '찍어서' 대구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성한 대책위원회가 확대·개편되었다는 문장은 최종 보도에서는 삭제되었다고 덧붙였다. 

KBS 기자들은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가 보도 과정에서 무시된 사례도 지적했다. 전국기자협회는 "우리는 당초 성주시위 현장에 '외부인사 개입'이라는 연합뉴스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보고를 수차례나 했다"면서 "연합뉴스의 보도를 옳다구나 하며 그대로 따라 하라는 본사 지침이 계속돼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기자협회는 KBS기자들이 성주 취재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전했다. 주민이 KBS 취재팀에는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일도 있었고 실제로 KBS기자를 공격하는 상황까지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겨우 찍어서 올린 그림과 인터뷰는 '보도지침'에 따라 주민들의 본래 뜻과 달리 비틀어지고 현장 취재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국기자협회는 비판했다.

반면 보도지침을 내렸다는 의혹을 받게된 KBS보도본부 오헌주 네트워크 부장은 협회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오 부장은 협회의 성명 게시 뒤 '보도지침도 공안몰이도 없었습니다'는 입장을 냈다. 오 부장은 "KBS뉴스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7월 15일부터 매일 속보를 제작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객관적인 수사 관련 팩트와 함께 주민들의 반응 등을 중립적으로 보도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수사 진행상황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의 내용을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도해왔다"면서 "아무 근거도 없이 '공안몰이, 종북몰이' 등의 문구로 KBS뉴스를 자학하며 동료기자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있다"고 협회 측을 비판했다.

 반론보도문
한국방송공사(KBS)는 "성주 외부세력을 부각시키라는 KBS의 보도지침과 윗선의 부당한 지시는 존재하지 않았고, 리포트는 정상적인 편집회의 절차를 거쳐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게 제작되었으며, KBS 전국기자협회의 성명서는 5시간 만에 자진삭제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다음은 KBS 전국기자협회 성명 전문

취재 현장 무시한 '사드 공안몰이' 거부한다!

'사드' 사태가 '제2의 세월호'사태가 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사드배치 지역 발표 이후, 경북 성주군민들은 그동안 다른 후보지 주민들이 그래왔듯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취재하는 KBS대구총국의 현장 기자들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싣지 못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보도지침'을 받았다.

어제(19일) KBS 9시 뉴스 5번째 리포트는 박준형 기자의 <경찰, "성주시위 외부단체 인사 참가 확인">이었다. 박준형 기자는 대구총국 현 취재데스크이다. 파업 상황도, 입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왜 취재데스크가 리포트 했나?

박준형 기자는 당일 오후 문화일보의 '성주 시위에 외부세력 개입 확인' 기사가 나간 뒤 이를 리포트로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기사는 오보였고 확인된 건 단지 '통진당 등 정당인들이 시위현장에서 목격되었다'는 것뿐이었다. 이들이 마치 시위를 주도하고 총리에게 날계란과 물병을 던진 사람인 것처럼 몰아가는 기사는 쓸 수 없다고 박준형 부장은 말했다. 만약 쓴다면 '종북몰이를 중단하라'는 성주 주민들의 반론이 꼭 들어가야 하며 그나마도 이런 리포트를 후배들에게 지시할 수 없고 본인이 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부장은 "리포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윗선의 지시를 인정했다. "KBS의 색깔이 있는데..."라는 말도 하며 윗선의 개입을 합리화하기까지 했다. 결국 그 '윗선'의 의도대로, 최초 작성된 리포트는 4차례나 수정이 이뤄졌고 '종북몰이'라는 말은 원고에서 빠졌다.

취재부장이 이렇게 '폭발'한 것은 지난 며칠 간 누적된 부당한 지시 때문이다. 우리는 당초 성주시위 현장에 '외부인사 개입'이라는 연합뉴스 보도가 잘못된 것이라는 보고를 수차례나 했다. 연합뉴스에 나간 비대위원장의 인터뷰는 '성주사람이 아닌 인근 칠곡, 고령 사람들도 '외부인'이라고 부른다는 의미였다'고 다른 주민대표들이 해명을 했지만, 이를 '외부세력'으로 몰아간 연합뉴스의 보도를 옳다구나 하며 그대로 따라 하라는 본사 지침이 계속돼 온 것이다.

16일(토) 9시 '총리에 달걀투척. 감금...경찰 수사' 리포트 역시 25년 전, 정원식 국무총리에 밀가루 던졌다가 징역형 받은 그림까지 넣으라고 구체적으로 '찍어서' 대구에 지시했다. 당일 MBC와 SBS는 '불법행위 수사...사드배치 반대 주민 대책위는 투쟁위로 확대개편' 이라는 리포트가 나가 우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색깔을 보였다. 우리 리포트에서는 비대위가 확대개편됐다는 문장이 삭제돼 버렸다.

이렇게 현장 기자들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진행되는 '보도지침'은 결국 현장 기자들에게 수모를 주고 있다.

15일(금) 황교안 국무총리 성주방문 당시, 9시 뉴스에 MNG 연결을 배정받은 기자는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연결할 전기를 쓰기 위해 군청 옆 부동산에 부탁했지만 주인은 "KBS는 안 해 준다. 그렇게 보도할 거면 전기 못 빌려준다"며 플러그 잭을 숨겼다. 기자는 "제가 방송하는 거 보고 말씀해 달라, 한 번만 빌려 달라"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MNG를 연결할 수 있었다.

MNG뿐 아니라 촬영에도 차질을 빚었다. 총리실 풀단으로 온 본사 부장급 촬영기자는 트라이포드를 뺏겼고, 대구총국 촬영기자도 공격을 당했다.

이후로도 성주에 취재를 갈 때마다 기자들은 인터뷰 거부를 겪고 있고 그때마다 사정하고 달래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그렇게 겨우 찍어서 올린 그림과 인터뷰는 '보도지침'에 따라 주민들의 본래 뜻과 달리 비틀어지고 현장 취재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급기야 TV조선과 함께 KBS를 항의 방문하겠다는 글들이 인터넷 언론사 등을 통해 나오기까지 했다.

현장 기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지키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북핵 위기 상황에 사드라는 중차대한 안보정책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억누르고, 외부세력이 선동해 국가원수대행을 감금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 아닌가? 확인되지 않은 '외부세력'이라는 보도를 하는 것 자체가 그 프레임에 묶이는 거라는 현장 기자들의 말은 무시한 채 "팩트만 말하면 되지 않느냐"며 '객관 보도'를 가장해 지시가 내려진다.

전국기협 기자들은 단언한다. 윗선의 객관보도를 가장한 공안몰이에 지역국 기자들은 가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KBS의 주인은 국민이고, 사장이나 본부장이 아니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은 현장 기자들이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도 현장 기자들이다. 세월호 당시 '기레기'로 조롱받았던 KBS 기자들의 수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일부 지도부의 공안 몰이에 현장기자들을 이용하지 마라.

2016년 7월 20일
전국기자협회




태그:#사드, #성주,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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