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의당 이정미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 시사인천

관련사진보기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사고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고에 대해 국정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가습살균제 원료의 독성이 허위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가습기살균제국조특위 위원)은 19일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SKYBIO 1125'의 국문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이하 국문MSDS)와 영문 물질안전보건자료(이하 영문MSDS)가 독성 값을 다르게 작성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정미 의원은 2013년 SK케미칼이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국문MSDS 자료와 고용노동부가 2016년 6월 이정미 의원에게 제출한 영문MSDS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정미 의원이 발표한 내용을 요약하면 우선 SK케미칼의 영문MSDS에 표시된 피부독성 값이 국문MSDS에는 '자료 없음'으로 표시됐고, 영문MSDS에는 표시돼 있는 송사리 및 조류의 생태독성 값이 국문MSDS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문MSDS 표시된 물벼룩의 생태독성 값은 국문MSDS에 절반수준으로 낮춰 표됐고, 영문MSDS에는 흡입사고 발생 시 대비한 응급조치방법이 설명 돼 있지만, 국문MSDS에는 없었다.

이정미 의원은 "SK케미칼이 수출할 때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독성 값 표시하고, 국내에 판매할 때는 독성 값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했다"라고 질타했다.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SKYBIO 1125'는 SK케미칼이 생산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와 NaCl(염화나트륨), 물을 배합해서 만든 혼합화학 물질이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거래되는 것은 PHMG라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바로 이 'SKYBIO 1125'라는 혼합화학 물질이다.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된 가습기살균제 제품명은 CMIT/MIT가 아니라 SKYBIO FG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화학물질 구성성분의 명칭과 함유량, 안전보건 취급주의사항, 건강유해성, 물리적 위험성, 응급조치요령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자료를 일컫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규정에 의해 화학물질을 제조, 수입, 사용, 저장, 운반하고자 하는 자는 이 MSDS자료를 작성해 비치하거나 게시해야 하고, 화학물질을 양도 또는 제공하는 자는 MSDS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국내자료에 피부독성 자료 표기하지 않아"

이정미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문MSDS의 작성일자는 2011년 1월 21일이고, 영문MSDS는 2002년 12월 2일이다. 이 의원은 "9년 전에 SK케미칼은 생태독성과 피부독성의 값을 알면서도 국내에 판매하면서 독성 값을 표기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SK케미칼을 질타했다. 또한 2002년에 작성된 영문MSDS에 피부독성(dermal LD50(쥐)) 값은 8000mg/kg으로 표기 돼 있지만, 2011년 작성된 국내자료에는 표기 돼 있지 않다.

이정미 의원은 "SK케미칼이 생산하고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SKYBIO 1125는 샴푸와 물티슈 등 생활용품의 원료로도 많이 사용됐다, 피부독성 실험결과를 표기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표기 돼 있지 않다"며 "게다가 영문에 표시된 피부독성 값은 국내 유독물기준치 보다 낮아서(수치가 낮으면 독성이 더 강함)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피부독성 값 'dermal LD50(쥐)'은 실험대상인 '쥐' 개체 수 중 50%가 죽을 수 있는 독성 값을 표시한 것이다. 이 값이 낮을수록 독성이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생태독성 값의 경우 국문MSDS는 물벼룩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데 그쳤지만, 영문MSDS는 송사리와 조류의 생태독성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영문자료에 표시된 생태독성 값은 국내 유독물기준을 초과했다.

특히, 국문MSDS에서 유일하게 표시된 물벼룩의 독성 값은 1mg/ℓ(ppm)으로 유독물지정값 기준치였다. 즉, 가장 낮은 값이다. 그러나 영문MSDS에 표기 된 물벼룩 독성값은 0.42 mg/ℓ(ppm)으로 국문MSDS보다 두 배나 높게 표시돼 있다. 이를 두고 이정미 의원은 "SK케미칼이 독성 값을 절반수준으로, 국문MSDS에 허위 작성한 것이다"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SK케미칼, PHMG의 흡입독성 알고 있었다"

흡입독성 값의 경우 영문MSDS와 국문MSDS 모두 값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영문MSDS는 흡입독성에 대한 경고를 하고, 흡입했을 때 구체적인 응급조치방법을 같이 언급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국문MSDS에는 없었다. 영문MSDS는 PHMG가 들어 있는 SKYBIO 1125를 흡입했을 때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응급조치를 하라고 표시했다.

"일반적인 경우 응급처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증기 또는 먼지를 흡입해 자극(irritation)이 심해지면,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자극이 사라질 때까지 관찰을 한다. 만약에 자극이 통증(painful)으로 변화하거나, 30분 이상 지속되면 의사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이를 두고 이정미 의원은 "SK케미칼은 흡입독성을 실험하지 않아 독성 값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독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흡입에 의한 피해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라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이정미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뿐만 아니라 샴푸와 물티슈 등 생활용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SKYBIO 1125의 독성자료를 조작한 SK케미칼의 반생명, 반기업적인 행태야 말로 가습기살균제 재난을 발생시킨 근본적인 이유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 또 "SK케미칼이 영문MSDS에 표기한 독성자료를 국문MSDS에 표기하지 않고, 생태(물벼룩)독성 값을 절반수준으로 낮춘 것은 고의적인 조작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한 뒤,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SKYBIO 1125의 독성정보를 속였다는 것은 간접살인행위나 다름 없다"면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SK케미칼 "수출국가나 작성시점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이정미 의원의 의혹제기에 대해 SK케미칼은 20일 "국문MSDS는 국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되고, 영문MSDS는 국내 기준이 없어, 수출국가의 기준이나 작성 시점에 따라 일부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SK케미칼은 "예를 들면, 국문MSDS에는 단기 및 장기노출에 의한 지연, 급성영향 및 만성영향 등 16개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준과 자료유무에 등을 언급하고 있는 데 비해, 영문MSDS는 5개 항목만을 언급하고 있는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SK케미칼은 "당사는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누락한 사실이 없으며, 특별히 의도적으로 영문MSDS와 국문MSDS의 내용을 다르게 표시할 이유도 없다"고 한 뒤, 자료가 누락 됐거나 잘못 표기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영문에 표시된 피부독성 값이 국문에 자료 없음으로 표시' 된 데 대해, "피부 독성 데이터는 2011년 이전의 국문MSDS에는 명시돼 있었으나 2011년 국문MSDS를 작성하면서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명했다.

영문에 표시된 송사리 및 조류의 생태독성 값이 국문에 없는 것에 대해서도 "최초 국문MSDS 작성 당시 물벼룩 데이터만 있어 이를 기재했는데, 그 이후 개정하면서 추가로 확보한 송사리 및 조류 실험데이터는 자료는 있지만 반영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물벼룩의 생태독성 값이 국문에 영문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춰 표시된 데 대해서는 "물벼룩에 대한 독성 값으로 기재돼 있는 1mg/ℓ(48시간)라는 수치 중에서, 1mg/ℓ라는 실험결과 값 자체는 제대로 기재된 것이 맞으나, '24시간'인 실험조건을 '48기간'으로 잘못 표기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국문에 흡입독성 발생 시 응급조치 설명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영문의 응급조치사항은 원료물질 취급자에 대한 응급상황 시 조치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기재로써, 최종 제품 사용자에 대한 흡입독성과 관계된 내용이 아니다"라며 "국문도 예방조치로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 등의 내용이 반영 돼 있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 #이정미, #정의당,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