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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복장 박재동 화백. 박 화백은 이 복장으로 행사 내내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식사를 할 때도 가면을 벗지 않았다.
 배트맨 복장 박재동 화백. 박 화백은 이 복장으로 행사 내내 참가자들과 함께했다. 식사를 할 때도 가면을 벗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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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송창순 교사, 백병부 경기도 교육 연구원 연구위원, 박재동 화백, 유기만 경기도 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지원단 단장, 김경관 경기도 교육청 꿈의학교 담당 장학관. 1차 쇼미더스쿨을 마친 뒤 기념촬영
 왼쪽부터 송창순 교사, 백병부 경기도 교육 연구원 연구위원, 박재동 화백, 유기만 경기도 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지원단 단장, 김경관 경기도 교육청 꿈의학교 담당 장학관. 1차 쇼미더스쿨을 마친 뒤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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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연극을 만나다 꿈의학교. 왼쪽부터 이희원 성남 효성고 학생, 김은경 꿈지기(극단 하땡새 기획자), 전민선 성남 효성고 학생.
 청소년 연극을 만나다 꿈의학교. 왼쪽부터 이희원 성남 효성고 학생, 김은경 꿈지기(극단 하땡새 기획자), 전민선 성남 효성고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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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두 번째 꿈의학교가 출발했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간의 콘퍼런스 '쇼미더스쿨'을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열었다. 첫 번째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진행됐다. [관련 기사] 학교 직접 만드는 '통큰' 학생들, 입시제도 바꾸나

'학교 설립'이 아닌 '진행'이라 표현한 것은 '꿈의학교' 자체가 특별한 배움을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는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와 함께 경기도 교육청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올해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 78개교와 함께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학교 150개교를 선정했다.

이 행사가 열린 곳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동양인재개발원'이다. 학교를 직접 만들어 운영할 학생과 학생을 지원하기로 한 교사 500여 명이 참여해 자신들이 만들어갈 학교 운영 계획 등을 공유했다. 행사는 1, 2차로 나누어 1박 2일씩 진행됐다.

흐느적거리며 춤추던 아이들, 언제 그랬냐는 듯 집중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 콘퍼런스
 '학생이 만들어가는 꿈의 학교'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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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분위기는 자유로우면서도 진지했다. 아이들은, 음악이 흐르면 거리낌 없이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다가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하는 '신공'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1기 꿈짱(꿈의 학교 대표 학생)과의 대화가 무척 진지했다. 꿈짱과 꿈지기(도우미 교사)는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듯 귀를 쫑긋 세웠다. 학교를 직접 만들어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1기 꿈짱들 설명은 리허설이라도 거친 듯 청산유수였다.

20년 뒤 자기 모습을 3분 동안 쓰는 시간도 있었다. 아이들은 과학자, 배우, 체인점 사장 등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현직 국어교사인 꿈지기는 장학관이라는 소원을 적었고, 자원봉사센터에 근무하는 한 꿈지기는 자신의 목표를 '무직'이라고 밝혔다. 일을 손에서 놓고 가족들과 여행하고 싶다는 소원이었다.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 유기만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지원단 단장은 "세계에서 처음 만드는 학교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데, 그에 구애받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성과가 없어도 된다. 멋지고 보람 있는 행복한 학교를 꾸리라"고 덧붙였다.

김경관 경기도 교육청 꿈의학교 담당 장학관은 1박 2일간 진행한 1차 행사를 마친 뒤 "기존 틀 넘는 혁명적 학교가 오고 있음을 느끼며 설렌다"라는 말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이런 학교를 맛보지 못한, 그동안 학교에서 근무한 기성세대로서 (학생들이) 부럽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만화가로 유명한 박재동(64세) 꿈의학교 운영위원장이 1기 꿈짱에게 선물 받은 배트맨 가면과 망토를 두르고 등장해 1차 '쇼미더스쿨' 마지막을 장식했다. 박 화백은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를 제안한 장본인이다.

박 화백은 "여러분은 이 세상 사람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는 창조자"라며 "새로운 기쁨을 만들고 누리는 세상을 만들라"고 격려했다. 박 화백은 "대학도 직접 만들어 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러분이 인류 역사상 첫 사람, 창조가 입니다"

김이헌 학생 꿈은 배우.
 김이헌 학생 꿈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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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지기를 자원한 전준표 배곧 고등학교 국어선생님 꿈은 '장학관'
 꿈지기를 자원한 전준표 배곧 고등학교 국어선생님 꿈은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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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지기를 자원한 정민석 씨(여주시 자원봉사센터 직원)의 꿈은 '무직'
 꿈지기를 자원한 정민석 씨(여주시 자원봉사센터 직원)의 꿈은 '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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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화백은 배트맨 복장으로 콘퍼런스 내내 학생들과 함께 했다. 식사할 때도 배트맨 가면을 벗지 않았다. 다음은 박 화백이 학생들에게 전한 당부와 기대다.

여러분! 여기 앉아 있는 여러분은 이 지구가 생긴 이래로 첫 사람입니다.

아주 옛날에는 제사장같이 아주 소수의 특별한 사람끼리 교육을 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귀족이나 양반같이 특권층에만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처럼 모든 국민이 다 교육을 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모든 국민이 다 글자를 배우고 숫자를 깨우치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나 이 교육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이 여러분에게 교육을 한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 해도 여러분은 교육을 당한 것이고, 평가받고 등급까지 받은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앞으로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를 운영해야 하고 자신을 평가해야 합니다. 평가는 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소고기처럼 등급을 나누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만이 아는 기쁨과 보람과 아쉬움으로 평가하면 됩니다.

지구 상에 이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확실한 공적 제도로서 학생이 학교를 만들어 온전히 운영한 일은 없습니다. 아직 실감 할 수 없겠지만, 이 일은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저는 오늘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등 예술을 해왔습니다. 제게는 생명보다 귀중한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이 모습이 너무나 좋아서 난 이대로 그냥 죽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창조자가 되십시오. 여러분은 창조자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 세상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갑니다. 저보고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 했는데, 사실 저는 여러분보다 모릅니다. 이 일을 기획하긴 했어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만들어 해보니 어떻더냐고 물었을 때 누가 대답을 할 수 있습니까. 저입니까, 여러분입니까. 오직 여러분만이 압니다. 여러분만이 그 맛을 압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인류 역사상 첫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제까지 어느 학생도 맛보지 못한 새로운 기쁨을 만들고 누리는 세상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삶의 길을 걸으십시오. 그리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에게 배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여러분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을 하십시오. 그게 얼마를 버느냐보다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머리 싸매고 대학에 가려고만 하지 말고 대학도 스스로 만드십시오. 새로운 대학을, 새로운 학문을 만드십시오. 그래야 세상이 바뀝니다. 할 수 있겠죠?


태그:#꿈의학교, #박재동,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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