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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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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다 한 번씩(월 1회) 방과 후에 '산길 걷기+저녁밥+찜질방 토크'로 이어지는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다. 평균 10명 안팎의 학생들이 매번 동행한다.

어제(13일)는 그 프로그램을 진행한지 4년째 되는 1학기 마지막 날이었다. 8월은 쉬고 9월부터 다시 이어간다.

마쳐야 할 학습 진도며 수행평가, 지필평가 시험도 다 끝났으니 이들에게 남은 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여름방학 뿐이다.

그 때문인지 이번엔 16명이나 동행을 했다. 맨날(?) 가는 피시방도 한 달에 딱 한 번 돌아오는 이것보단 못하다고 생각하는 녀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다(신청자는 그보다 10여명이나 더 많았다).

이 핑계로 학원엘 빠져도 엄마한테 절대로 혼나지 않는다. 일탈치곤 좀 시시하고 김 빠지는 일일 수도 있을 텐데 녀석들 표현을 빌리면 '개꿀잼, 핵꿀잼'이란다.

저희들끼리 푸름 가득한 숲길을 뛰고 걸으며 왁자지껄 대화를 나누고, 숲의 향기를 맡으며, 숲의 품을 누리고 즐긴다. 그 안에서 흐르는 땀도 기껍다.

저녁밥을 먹으러 가서는 여러 음식을 시켜 서로 한 입씩 나누어 먹기도 한다.

월 1회 단골손님인 이들이 행차하면 식당 아주머니는 다른 손님들을 거부하고 녀석들 밥상부터 차려낸다.

돌도 씹어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플 이들의 먹성을 생각해 특별히 '고봉밥'을 챙겨주시는 마음도 4년째 그대로다. 녀석들은 밥을 다 먹은 후 제가 먹은 밥그릇들을 주방으로 나르고 식탁을 치우는 것으로 보답한다.

배에 달라붙었던 등가죽을 넉넉한 인심으로 차려낸 저녁밥으로 두둑이 채우고 가는 목욕탕에서는 냉탕에서부터 난리가 난다. 평일 저녁 시간인 탓에 다른 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니 사실상 전세를 낸 셈인데 녀석들은 이 기회를 결코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다.

냉탕에서 저희들끼리 물놀이를 하느라 욕탕 안이 괴성과 비명으로 진동한다. 표정은 하나같이 환하다. 이런 재미를 알고 산행보다 냉탕놀이 재미에 따라붙는 녀석들이 더 많다.

결국 목욕탕 관리인 아저씨에게 서너 번 야단을 맞고서야 진정이 된다. 관리인은 그런 녀석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나한테도 잊지 않고 싫은 소리를 한다.

나는 이들이 사고 없이 안전하기만을 지켜볼 뿐이다. 다른 사람도 없는 욕탕에서 열여섯 살 사내 녀석들이 냉탕에서 물놀이 좀 하면 어때서, 라고 생각한다(하지만, 관리인에게는 굽신굽신 잘 봐달라고, 저 친구들 이쁘게 봐 달라고 애원한다).

냉탕놀이가 좀 진정되면 찜질방으로 이동한다. 얼음방, 소금방, 숯가마 등을 오가기도 하고, 저희들끼리 진실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철저히 그림자 노릇만 한다. 이들의 행동이나 활동에 개입하지 않는다(물론 위험하거나 공중도덕을 어기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때에는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관여한다).

평소 대화가 필요했던 녀석은 잠깐씩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평소 말이 없던 녀석도 이런 때에는 말문이 터져 '9년 홍수'가 난 것 같을 때도 있다. 녀석들도 그런 사정을 익숙히 아는 터라 잘 어우러져서 즐기며 쉬고 논다.

그렇게 7시간여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밤 11시가 넘어 모두 '쭉 뻗는다'. 오늘 하루는 학교에서 보낸 시간보다 더 오래 함께 한 것이다.

귀가 확인을 알리는 메시지를 내게 보내는 것도 잊고 집에 가자마자 곯아떨어졌다가 새벽녘에 불쑥 깨어 안전하게 귀가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친구도 있다.

귀가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면 다음 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해 두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러거나 말거나 메시지도 안 보내놓고 다음 번 활동에 넉살좋게 참여를 희망하고 당당히 동행하는 이들도 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놈들이다.

이런 깜찍한 녀석들과 함께 한 시간의 한 철을 또 마무리하면서 생각하고 기원한다.

이들의 하루하루가 여름 숲처럼 짙고 깊어지기를, 넉넉하고 때로는 고즈넉해지기를.

그것이 이들이 살아갈 바탕이 되고 그로 인해 이들의 삶이 풍요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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