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참사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죽음을 모욕하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왔고 동료 교사와 학생들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달라는 우리의 요구는 법정에서 유죄를 다투고 있는 이 상황에 분노를 넘어 서글픈 마음이 든다. 교사의 양심, 헌법에 보장된 최소한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라."

지난 11일 청와대 게시판에 교사선언을 올렸다가 기소된 이민숙 교사의 최후진술 중 일부다. 그러나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6부(부장판사 이재석)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교사와 전교조 집행부 27명에게 국가 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 교사직을 상실할 수 있는 실형을 구형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전교조 법외노조 중단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교사직을 박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각계 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졌지만 정식 기소돼 유죄를 다투는 세월호 진상규명 촉구 목소리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유일하다.

 재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의 모습
 재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의 모습
ⓒ 강성란

관련사진보기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시국선언, 교사대회 등을 통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단행위를 했고 정치적 편향을 드러내는 이 같은 행동은 공익에 반하는 집단행위"라면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시국선언을 할 때마다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유죄 판결을 했음에도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어 이번 기회에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정훈 전 전교조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2명의 부위원장과 사무처장에게는 징역 1년을, 정책실장, 참교육실장, 16개 시도지부장 등 중집위원에게는 징역 10개월, 본부 집행부 3명에게는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이 지난 2009년 시국선언을 진행한 정진후 당시 전교조위원장에게 300만 원을, 함께 기소된 교사들에 대해 70~2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어 과도한 양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청와대 게시판 교사선언 관련 처음 게시 글을 올린 이 교사에게는 징역 1년을, 나머지 교사 1명에게는 500만 원, 교사 4명에게는 3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했다.

신문에 대국민호소문 발표하자 국가공무원법으로 기소

검찰은 현장 교사들이 2014년 5월 청와대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박근혜 정권 퇴진 교사 선언'과 '교사선언 탄압 중단 2차 교사 선언'을 올리고 비슷한 내용으로 신문에 대국민호소문을 발표한 것을 국가공무원법으로 기소했다.

또, 전교조가 2014년 6월 진행한 법외노조 철회 촉구 조퇴투쟁, 7월 세월호 참사 관련 2차 교사선언, 전교조 탄압저지 전국교사대회도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기소했고 재판부는 두 가지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진행해 왔다.

변호인은 대통령은 특정 정치 세력이 아닌 국가로 조직된 공동체의 대통령이라고 명시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인용해 '대통령에게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이 특정 정치 세력의 편을 드는 것이라고 말하는 검찰이 정치적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예외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된다고 했던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조퇴 투쟁으로 수업 결손이 일어났다고 했지만 변호인은 시도교육청의 사실 확인서와 증인 심문 등을 통해 조퇴 투쟁 참가를 위해 교환수업, 대체수업 등을 진행했고 이는 통상 수업 결손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검찰이 문제 삼는 교사대회 역시 평일이 아닌 법정 공휴일에 진행된 만큼 국가공무원법 위반의 전제가 되는 직무전념 의무 해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민숙 교사 "시도때도 없이 목이 메는 일이 일상"

 첫 공판이 열렸던 1월 재판정으로 향하는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과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
 첫 공판이 열렸던 1월 재판정으로 향하는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과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
ⓒ 강성란

관련사진보기


최후 진술이 이어졌다. 청와대 게시판에 교사선언을 올렸다는 이유로 기소된 이민숙 교사는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다수의 교사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그러한 일이다, 나는 중학교 교사이다"라며 "2014년 4월 16일 이후 무심히 교과서 진도를 나가기 어려웠다, 수업 중 시도때도 없이 목이 메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스승의 날 즈음에 한국교총이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교사 두 명 중 한 명이 참사 이후 수업 전후로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답했다고 하니 이 같은 경험은 개인적이지 않다"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넘어 교사의 양심에 따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참사 이후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내가 세월호 탑승 교사였어도 잠시만 기다려 보자고 아이들을 다독였을 것이고 이 판단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라며 "교사에게 학생 하나하나는 우주이다, 250개의 우주가 사라졌는데 그들이 왜 사라졌는지 그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은 교사의 의무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훈 전 전교조 위원장의 진술이 이어졌다. 김 전 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고 가르친 우리를 이 법정에 세운 것은 '국민의 99%인 민중은 개와 돼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인가"라는 물음으로 진술을 시작한 그는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집단적 입장을 밝힌) 공무원이라도 정부 입장에 동의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 현 정권 앞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 법의 보호를 받는 세상을 사법부가 이번 판결로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도 "아이들에게 이 땅의 양심을 말하는 것이 교직을 박탈하고 한 사람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검찰의 구형을 재판부가 바로잡아 달라"는 말로 양심적 행위에 대한 선고에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이들 33명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8월 26일 금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http://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2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