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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언련 오늘의 나쁜 방송 보도(7/8~7/10)
- 채널A <'협치' 옷 입고 유승민과 환담>(7/8, 3번째, 심정숙 기자)
- 채널A <전원과 악수…환송만 80분>(7/8, 4번째, 이현수 기자)
- 채널A <청 시계 5세트씩 '깜짝 선물'>(7/8, 5번째, 이서현 기자)
- 채널A <단독/"이웃인데…" 신경전 말린 대통령>(7/10, 19번째, 고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로 새누리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 전원을 초청, 오찬간담회를 진행했다. 박 대통령은 여당 의원들에게 국정 협력을 당부하며 '단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지난 총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이 찍혀 탈당 파동 한가운데 섰던 유승민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과도 인사를 나눴다.

청와대 오찬 직후 대다수 언론은 '화합' '협치' '소통 행보' 등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당정 관계의 청사진을 대서특필했다. 오찬 직전 있었던 정부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 공식 발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또한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청와대 서별관 회의의 대우조선해양 밀실 자금 지원 등 산적한 의혹들은 어떻게 다뤄졌는지, 오찬 내용에 대해 언론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도 '대통령 오찬 찬양' 대열에 합류했다. 그 중 채널A는 수준을 의심케 하는 보도를 내놨다.

채널A의 야심작 '대통령의 파격 1, 2, 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국회의원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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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채널A는 박 대통령·새누리당 오찬을 8일 뉴스에서 세 번째로 배치하며 상당히 주요한 사안으로 다뤘다. 심지어 같은 날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이 공식 발표가 있었음에도 채널A는 이 오찬을 사드보다 앞선 순서에 내놨다. 안보와 국민의 안위보다 대통령 오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지, 채널A의 태도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그 내용은 더 심각하다. 채널A는 무려 세 건을 오찬에 할애하며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였는데, 세 건의 보도는 '대통령의 파격 시리즈 1, 2, 3'이라는 구성으로 이뤄졌다. 첫 보도인 <'협치' 옷 입고 유승민과 환담>은 "협치 행보의 상징인 연분홍색 상의를 입은 박 대통령이 입장"했다며 채널A의 '고질병'인 '대통령 패션 집착'을 선보였다. 이어 "당정청의 단합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보도의 나머지 부분은 온통 "'배신의 정치'를 했다며 여당 원내대표에서 사실상 퇴출"됐던 유승민 의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 의원은 중간 중간 박수를 치며 대통령의 말을 경청"했고 "오찬을 마친 뒤 참석자 개별 환송에 나선 박 대통령은 유승민 의원과도 손을 잡았"으며 "먼저 박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자 유 의원은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하고, 35초간 대화도 나눴"다는 것이다.

보도 말미에는 "유 의원의 손을 다시 잡은 것은 계파 갈등을 극복하고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마무리에 올인하겠다는 뜻"이라며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35초 대화'를 '계파 갈등 극복과 국정 올인'으로 해석했다.

이어진 <전원과 악수…환송만 80분>은 "새누리당 의원과 일일이 악수하며 환송하는 데, 무려 80분을 썼는데요, 휴대폰 사진을 함께 찍고, 쪽지를 건네받는 이례적 모습까지 보였습니다"라면서 이런 대통령의 모습을 "두 번째 파격"이라고 치켜세웠다. 화면은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셀카'를 찍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줬다.

<청 시계 5세트씩 '깜짝 선물'>는 '대통령 오찬 찬양 보도'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도였다. 대통령이 "구하려야 구할 수 없던 '대통령 시계'를 남녀용을 고루 섞어, 10개씩 챙겨"줬다면서 이를 "세 번째 파격"으로 소개했다. 이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는 역대 정부와는 달리 많이 배포하지 않아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라며 대통령 시계까지 찬양하기까지 했다.

농담 중재가 '단독 보도'?

채널A <'협치' 옷 입고 유승민과 환담>(7/8, 좌), <청 시계 5세트씩 '깜짝 선물'>(7/8, 우)
 채널A <'협치' 옷 입고 유승민과 환담>(7/8, 좌), <청 시계 5세트씩 '깜짝 선물'>(7/8, 우)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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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채널A는 오찬 후 이틀이 지난 10일에도 관련 보도를 내놨다. <단독/"이웃인데…" 신경전 말린 대통령>(7/10)은 "앙숙이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태흠 의원이 청와대 오찬장에서 뼈있는 농담을 주고 받았"고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웃으며 "같은 충청도 이웃인데 더 잘 도와주셔야죠"라고 말해 '중재'했다고 전했다. 여당 내 '친박-비박' 의원 간 농담과 이를 중재한 대통령의 발언이 과연 '단독' 딱지까지 달고 보도돼야 할 사안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총 4건의 보도로 '대통령의 파격 1, 2, 3'을 나열한 채널A의 태도는 과도함을 넘어 부끄러운 수준이다. 당·청이 모두 모였음에도 총선 참패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 동북아 정세를 뒤흔든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등 청와대 관련 의혹은 모조리 피한 채 무조건 단합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채널A는 '계파 갈등 극복과 국정 올인'의 의지가 드러났다며 '협치 옷'을 입은 대통령을 칭송했다. '배신의 정치' 유승민 의원과의 '35초 대화'를 그 근거로 제시한 대목은 채널A의 수준을 의심케 한다. '대통령의 시계 선물'의 경우 보도 가치가 있는지 의심됨은 물론, 그 부적절성도 검토돼야 마땅하지만 채널A는 찬양에만 힘을 쏟았다.

물론 타 방송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상파 3사는 모두 1건씩의 보도로 일제히 '대통령의 80분 환송'과 유승민 의원과의 '화해' 몸짓에만 집착했다. TV조선과 MBN보도도 '오찬 미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 청와대 연루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회피,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 등 박근혜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에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행태를 감안하면, 이러한 '대통령 찬양' 보도가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 모니터 대상 :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 #박근혜, #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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