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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를 배울 때가 있습니다. 세상이 혼탁하게 보이는 이유가 자연의 작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욕심이 분에 넘치기 때문이란 걸 알고 있지요. 사람들 가운데서도 대단한 부자로 소문난 재벌들이나 그를 추종하는 집단에서 더욱 그러하고, 정치인들 태반이 사람의 철학과 문화까지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용하려 욕심을 냅니다.

그렇지 않아도 혼탁한데 더 혼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런 못난 자들의 수족을 자처하는 기생식물 같은 무리입니다. 심지어 우리의 역사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뜯어고치겠다는 자들이 만든 교과서로 배울 자녀들의 미래가 과연 밝기만 할까요?

또다시 반복되는 깊은 절망에 허둥거리는 삶들을 살아야 하겠지요. 자녀들의 가슴에 올바른 가치관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을 가르쳐주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습니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 자연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맑게 자란다.
▲ 7월 푸른 하늘과 흰구름, 자연의 가장 기본적인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맑게 자란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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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가까워서겠지요. 여름 휴가철이면 강원도엔 많은 분이 찾아옵니다. 물론 설악산과 같은 경우엔 여름보다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은 그야말로 몸살을 앓습니다.

이런 강원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설악산이나 동해보다는 역시 감자와 옥수수일 겁니다. 길목에서 주민들이 솥을 걸고 삶아 파는 찰옥수수를 사 먹기는 하지만 이 옥수수가 수정하는 과정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그러나 옥수수도 분명히 수정해서 열매를 맺습니다.

옥수수는 수꽃만 있고 암꽃은 꽃이라기보다는 특별하게 발달한 생식기로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수꽃은 바로 옥수수 줄기의 맨 위쪽에 피는 '쇠꼬리' 또는 '개꼬리'라 부르는 그것입니다.

지금 시기에 잘 익어가는 찰옥수수는 이른 봄 일찍 모종을 길러 밭에 옮겨 심어 초여름에 시장에 나온다.
▲ 찰옥수수 지금 시기에 잘 익어가는 찰옥수수는 이른 봄 일찍 모종을 길러 밭에 옮겨 심어 초여름에 시장에 나온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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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옥수수의 꽃 중에 수술에 해당하는 부분은 이제 알았습니다. 그럼 암술에 해당하는 건? 이제부터 그 비밀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꽃이 없는 과일이 무화과라는 것도 처음 만난다는 분들도 있지요. 무화과는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꽃 그 자체가 과육이라 그걸 열매로 알고 먹다 보니 꽃이 없는 과일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옥수수도 분명히 수정과정을 거쳐 맛있고 찰진 찰옥수수가 됩니다.

찰옥수수는 일부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사료나 가공용으로 사용하는 누르스름한 옥수수가 대부분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군요. 옥수수도 종류가 감자만큼이나 많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즐겨 먹는 '팝콘'도 옥수수를 버터에 튀겨낸 것인데, 이 옥수수는 알갱이가 쥐의 이빨을 닮아 '쥐이빨옥수수'라고 부르는 종입니다.

찰옥수수도 잘 마른 옥수수송치에서 알갱이를 발라낸 뒤 튀밥을 만들기도 하는데 팝콘보다 많은 시간과 특별한 장비를 사용하지요. 시골 장터에서 만날 수 있는 '강냉이 장수'의 동그란 원통에 곡물을 넣고 불 위에 올려 빙글빙글 돌리다 적정 압력이 되면 뚜껑을 열며 "뻥이요!"를 외치는 바로 그 도구 말입니다.

오늘은 정말이지 자세히 살펴보고 관찰하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갈 옥수수의 수정방법, 그리고 암술에 대한 비밀을 풀어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옥수수송치의 옥수수수염이 옥수수의 암술에 해당합니다. 벌이나 나비 등의 곤충을 매개로 하는 여느 꽃들과는 달리 오직 바람과 중력의 힘만으로 수정이 됩니다. 다만 그 수정을 돕는 게 있습니다. 바로 옥수수의 넓은 잎이 그것인데 자세히 관찰하면 정말 경이로운 자연의 힘을 이 옥수수를 통하여 배울 수 있습니다.

수정을 마치고 알갱이를 알차게 키우고 있는 찰옥수수는 수염이 서서히 말라간다.
▲ 수정을 마친 찰옥수수 수정을 마치고 알갱이를 알차게 키우고 있는 찰옥수수는 수염이 서서히 말라간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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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보이는 붉은 빛을 띠는 수염을 한 옥수수는 이미 수정이 끝나 알곡을 단단하게 익혀가고 있습니다. 수정 중인 옥수수는 연한 옥빛의 수염을 하고 있으며, 옥수수송치는 잎과 줄기 사이에서 겨우 머리만 내밀 아이처럼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수정에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찬찬히 이 글을 읽어보시면 올해 부터는 옥수수를 드실 때 아이들에게 자연을 탐구하는 안목을 좀 더 깊이 있게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겁니다.

옥수수는 수꽃만 꽃이 피고 암꽃의 역할은 옥수수수염이 담당한다.
▲ 옥수수의 수꽃 옥수수는 수꽃만 꽃이 피고 암꽃의 역할은 옥수수수염이 담당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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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옥수수의 수꽃인 쇠꼬리입니다.

노란색의 수술들이 보이는데 그 수술에는 아주 많은 양의 꽃가루가 있습니다. 그 꽃가루는 벌의 소중한 양식이 되지만 벌이 수정을 직접 도와주지는 않습니다. 벌이 움직이며 떨어트리는 꽃가루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옥수수의 수정을 돕는 수염이 막 나오기 시작한 모습
▲ 옥수수의 수염 옥수수의 수정을 돕는 수염이 막 나오기 시작한 모습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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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잎과 줄기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수정기관인 수염을 내민 옥수수입니다.

자세히 보면 그 수염에 수많은 솜털 같은 돌기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저 솜털과 같은 것들 하나하나가 옥수수의 수정을 돕는 기관인 동시에 스스로 옥수수의 암술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벼이삭처럼 발달한 옥수수의 숫꽃은 많은 꽃가루를 아래로 떨어뜨리기 좋은 구조로 발달되어 있다.
▲ 옥수수의 숫꽃 벼이삭처럼 발달한 옥수수의 숫꽃은 많은 꽃가루를 아래로 떨어뜨리기 좋은 구조로 발달되어 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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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술의 모습부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볏과의 식물처럼 이 자체가 모두 종자를 생산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이삭 줄기는 모두 수꽃들입니다. 전혀 이 기관이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건 농촌에 살아 본 이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만개한 수꽃들입니다. 이렇게 줄기 이삭처럼 많은 수꽃이 줄기의 맨 위에 일시에 피어납니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그 수꽃들은 정말 묘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초접사를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운데 마치 수컷의 생식기와 같은 관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이 관 속에 꽃가루가 들어 있는 것이고 그 관 속에서 일시에 꽃가루를 아래쪽에 있는 옥수수의 암술에 해당하는 생식기관인 수염에 떨어트리는 것입니다.

옥수수의 잎은 광합성을 돕는 역할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을 돕는 중요한 역할도 맡았다.
▲ 옥수수의 잎 옥수수의 잎은 광합성을 돕는 역할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을 돕는 중요한 역할도 맡았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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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의 잎은 줄기를 완전히 감싸고 반대 방향으로 이렇게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는데 바로 이 잎의 펴진 끝과는 정반대 쪽에 해당하는 잎의 밑부분이 골을 이룬 바로 아래쪽에 옥수수가 있습니다.

그 옥수수에 알곡이 영글게 하는 꽃술이 바로 이 잎의 위치 바로 밑 부분에 피어 수정이 용이하게 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줄기 끝의 수꽃에서 쏟아진 꽃가루들이 깔때기 모양의 옥수수잎에 묻은 걸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잎이며 줄기 모두에 섬모가 잔뜩 돋아 있기에 많은 양의 꽃가루가 묻어 암꽃역할을 하는 옥수수수염이 가루받이(수정)를 하는데 용이하도록 해줍니다.

구조적으로 자연의 힘과 원리를 이용하여 수정이 용이하도록 진화한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꽃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잎의 도움과 많은 수염줄기의 도움으로 옥수수는 수정된다.
▲ 옥수수의 수정 꽃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잎의 도움과 많은 수염줄기의 도움으로 옥수수는 수정된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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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수염이 나올수록 옥수수는 보다 알차게 알곡을 맺겠군요.

이렇게 한껏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수꽃에서 꽃가루가 쏟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옥수수는 정말이지 위치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생식과 수정이 용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수정을 마친 옥수수의 수염은 서서히 붉은 색을 띄며 수정이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 수정이 된 옥수수의 수염 수정을 마친 옥수수의 수염은 서서히 붉은 색을 띄며 수정이 완료되었음을 나타낸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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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가 암꽃에 해당하는 생식기관에 묻으면 서서히 자줏빛으로 변합니다.

이 생식에 대한 보다 다양한 자료들을 잘 살펴본다면 자연을 보는 모든 이들의 시각은 완전히 달라질 거 같습니다. 또한 수정을 마친 생식기관이 어찌하여 색이 변하는지 찾아보고 연구해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거 같습니다.

이렇게 자연의 모든 사물들은 종의 번식을 위하여 특별한 구조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정말 예술적이지 않습니까?

우리 정치인들보다 더 예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말 못하는 강원도 찰옥수수의 모습을 보니 인간은 문명과 문화를 지녔지만 못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삶의 방식과는 또 다른 경이로운 세상을 아이들에게 일러줄 기회라 생각합니다.


태그:#국정교과서, #찰옥수수, #옥수수의 수정방법, #옥수수수염, #양양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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