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지난 6일 <함부로 애틋하게>가 첫방송됐다. ⓒ KBS


많은 시청자가 기다린 <함부로 애틋하게> 첫 화가 드디어 방영됐다. 시청률은 12.5%(닐슨코리아)로 같은 시간대 수목드라마 중 1위다.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비단 첫 화의 시청률만이 이 드라마의 인기를 증명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 티저, 현장 사진이 하나씩 올라올 때마다 이 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듯, '함부로 애틋하게'는 검색어 최상단에 오르내렸다.

시작부터 이 드라마가 뜨거운 이유에는 두 주연 배우인 김우빈과 수지의 몫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 <고맙습니다>(2007)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 <참 좋은 시절>(2014)을 집필한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함부로 애틋하게> 첫 회 속에는 이경희 작가의 강점인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의 전조가 잘 보였다. 톱스타 신준영(김우빈 분)과 다큐PD 노을(수지 분) 간의 사랑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이경희 작가만의 여러 장치가 드라마 곳곳에 배치돼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함부로 애틋하게>도 과거 <미안하다 사랑한다>처럼 '미사앓이' '미사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일단 극의 구성에서부터 <함부로 애틋하게>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뿐만 아니라 이경희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도 상당히 유사한 부분을 띤다.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난 두 주인공

6일 오후 방영된 <함부로 애틋하게>의 1화의 마지막 장면은 과거부터 얽힌 신준영과 노을의 인연을 짐작하게 한다. 신준영은 자신을 찾아온 다큐PD 노을에 "나를 모르느냐"며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는 신준영을 가만히 응시하는 노을의 눈빛에서 그들 사이에 어떤 복잡한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2화의 예고, 두 사람은 원래 알던 사이였고 어떤 계기로 인해 헤어지게 됐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호주 멜버른에서 우연히 만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두 주인공 소지섭과 임수정은 다시 한국에서 재회하게 된다. ⓒ KBS


이처럼 헤어지고 난 후에 다시 재회하는 과정에서 운명적인 인연을 만드는 서사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역시 마찬가지다. 호주 멜버른에 출장을 갔다가 길을 잃은 송은채(임수정 분)는 호주로 입양된 한국인 차무혁(소지섭 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송은채는 한국에 돌아와 한국에 생모를 찾으러 온 차무혁과 우연한 계기로 재회한다. 다시 만난 차무혁과의 인연을 만들어가며 송은채는 그를 조금씩 알게 된다.

'운명적인 재회'라는 패턴은 <함부로 애틋하게>나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만이 아닌 이경희 작가의 많은 작품 속에서 반복된 사랑 공식이기도 하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에서 주인공 강마루(송중기 분)는 사랑하는 여자 한재희(박시연 분) 대신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 6년 후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한재희와 재회한다.

이경희 작가의 다른 작품인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2009)도 마찬가지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어렸을 때 만난 한지완(한예슬 분)과 차강진(고수 분)이 어떤 계기로 인해 헤어지지만, 우연히 다시 만나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경희 작가의 다른 드라마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도 역시 재회의 공식을 반복한다. ⓒ SBS


이러한 '재회' 설정은 결국 두 주인공을 운명론적 세계로 이끈다. 분명 우연한 계기로 다시 만난 것인데, 그들은 단지 다시 만났다는 이유만으로 더 애절한 사랑에 빠진다. 이들 사이에는 다른 사람이 쉽게 침범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단단한 끈이 있다. 그러니 흔한 삼각관계 서사도 없다.

시한부 삶을 사는 남자 주인공 차무혁과 신준영

다시 시한부다. <함부로 애틋하게> 1화에서 신준영은 세상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은 톱스타로 등장하지만, 곧 그가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함부로 애틋하게> 속 톱스타 신준영은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총에 맞고 죽는 전개에서 갑자기 "죽지 않겠다"고 선언해 드라마 현장을 곤란하게 만든다. 하지만 상식에서 벗어난 그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신준영은 드라마 속에서조차 죽고 싶지 않다고 버틴 것이다. 이런 신준영 특유의 행동은 그가 시한부의 삶을 산다는 사실을 계속 상기시킬 것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에서 차무혁의 뒤틀리고 괴팍한 성격은 그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이 그 주요한 원인이 됐다. 이는 그의 특이하고 이상한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좋은 변명이 된다. 차무혁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과 신준영의 시한부 판정은 두 주인공의 미래를 예측하게 만들고, 그들이 빠질 사랑의 비극성을 더 심화시킨다.

 MBC <고맙습니다>

MBC <고맙습니다> 역시 여자 주인공 영신이 부양 가족이 있다는 설정 아래 시작된다. ⓒ MBC


또 아픈 아이나 돌봐줘야 하는 부양 식구가 있는 설정 역시 기존 이경희 작가의 작품 속에서 많이 반복된 설정이기도 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차무혁은 아픈 누나 윤서경(전혜진 분)와 그 누나의 아들을 돌봐야 했고, <고맙습니다>의 이영신(공효진 분) 역시 에이즈에 걸린 딸 이봄과 치매에 걸린 노인 이병국(신구 분)을 돌봐야 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강마루(송중기 분) 역시 강초코(이유비 분)를 돌보는 역할을 맡았다.

계절감을 살린 연출


 <함부로 애틋하게>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계절은 눈이 내리는 겨울이다. ⓒ KBS


한동안 '미사앓이' '미사폐인'을 낳았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연출에서 그 특유의 계절감을 잘 살렸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끝나고도 몇 년 동안 이 드라마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은 겨울이 시작되는 계절이 되면 이 드라마를 기억했다. 드라마 특유의 질감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박효신이 부른 OST '눈의 꽃'은 큰 공이 돼주었다. 당시 임수정이 입었던 무지개 니트랑 어그 부츠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안의 계절감을 극대화했다.

<함부로 애틋하게>도 마찬가지다. KBS <태양의 후예>와 마찬가지로 사전제작으로 촬영된 이 드라마의 배경은 눈이 내리는 한겨울이다. 드라마는 내내 산과 들에 눈이 내리는 풍경을, 두 주인공의 머리에 눈이 쌓이는 장면을 비춘다. 과연 이 드라마가 끝나고 난 이번 겨울 우리는 <함부로 애틋하게>를 '애틋하게' 기억할 수 있게 될까. 드라마 제작은 이미 끝났고, 이제 그저 한 회 한 회 드라마를 지켜보는 일만이 남았다.



함부로 애틋하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수지 김우빈 시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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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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