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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KBS 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이하 '소비자 리포트')는 '속 모르는 한약, 속 타는 소비자'편에서 한약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소비자 리포트'는 최근 모 한의원에서 당뇨치료한약에 양약 성분을 혼합한 사기 사건을 보도했는데, 사기 사건에 가담한 한의사는 중국에서 불법으로 당뇨병 치료 의약품인 메트포르민과 글리벤클라미드를 들여와 식품제분소를 통해 한약재와 섞어 환 형태로 불법한약을 만들어 한약으로 속이고 판매를 하였습니다. 메트포르민과 글리벤클라미드는 의사의 세심한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일정 용량을 정확히 복용하지 않을 경우 저혈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비자 리포트' 제작진은 사기 사건에 가담한 한의사가 당뇨병 치료 전문 한의원을 표방하며 수십억원의 불법한약을 판매하다 적발됐지만, 폐원한 후 4개월 만에 장소와 이름을 바꿔 개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해당 한의사는 여전히 당뇨병·고지혈증·지방간 등 성인병클리닉과 치료한약클리닉을 표방하며 진료를 계속하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한의협은 KBS 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엉터리 논문을 인용해 무리한 방송을 했다는 지적을 했다.
 한의협은 KBS TV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엉터리 논문을 인용해 무리한 방송을 했다는 지적을 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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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방송의 논문 내용에 문제 많아

보통 전문가단체의 경우 단체의 회원을 비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사기에 가담한 한의사에 대해서 비호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오히려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후 협회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징계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죠.

하지만 한의협은 방송에서 사용된 논문이 잘못된 논문을 인용하며 한약을 호도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비자 리포트'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소비자 리포트'에서는 사기 사건에 가담한 한의사의 한약 내용을 방송하면서 이를 전체 한약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전개해가며 한약 간독성 문제를 지적하였는데요.

한의협은 한약의 간독성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충남대 의과대학에서 발표한 논문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해당 논문이 이미 학계에서 수차례 문제가 지적된 논문이라며 잘못된 논문을 인용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한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약인성 간손상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RUCAM(약물유발간손상 평가법)이라는 진단 툴을 사용하는데 2000년대 초중반 한국의 양의사들이 한약의 간독성 문제를 조작하기 위해 Modified RUCAM(수정된 약물유발간손상 평가법)이라는 진단 툴을 만들었으나 이후 학계의 지적을 받아 해당 툴을 만든 사람조차도 문제점을 시인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진단 툴"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한의협은 "KBS가 인용한 충남대 의과대학 자료 역시 문제된 Modified RUCAM을 사용해 만든 자료로써 국제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엉터리 논문을 공영방송에서 한약 간독성을 무리하게 지적하기 위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인용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김지호 한의협 홍보이사는 "언론은 사건을 다룰 때 양쪽의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 하는데, 한의협에 자문을 구해보지도 않았고 (한의협에서) 인터뷰 등의 협조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의 편향된 입장만 듣고 방송을 만든 것은 잘못"이라며 "한약 간독성 문제를 자극적으로 방송하기 위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자료를 쓴 것도 지적받아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의협, 방송에 인용된 논문 문제될 것 없어

반면 방송에 인터뷰로 참여한 이성우 고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는 방송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성우 교수는 "논문이 학자들마다 견해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국내 유수의 대학 교수들이 포함된 검토자를 거쳐서 논문이 나온 만큼 내용상의 논쟁이 있을 수는 있지만 논문이 엉터리라고 말하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의협에서 문제제기한 modified RUCAM score는 미국 국립 보건원(NIH)에서도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방송에 사용된 논문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모두 취득한 대한의사한의사 복수면허의사협회 이종진 부회장은 "양약이나 한약 모두 부적절하게 복용하는 경우 간독성의 위험성이 있다. 매우 안전한 양약 중의 하나인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만 하더라도 간독성이 존재한다는 건 의사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사가 필요한 것이고, 간독성의 우려가 있는 한약이 남용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한의사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의협과 한의협 모두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강화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만큼 논란이 있는 논문으로 싸우기 보다는 앞으로 한약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한약을 현대화하는 제도를 빨리 마련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태그:#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KBS, #대한복수면허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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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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