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마인드>가 재미가 없는 이유, 정말 박소담 때문일까?

<뷰티풀 마인드>가 재미가 없는 이유, 정말 박소담 때문일까? ⓒ KBS


'도대체 누가 편성을 했길래?'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KBS와 SBS가 월화드라마 대전에서 동일하게 '의학' 드라마로 격돌했다. 하지만 같은 소재에도 두 드라마의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SBS의 <닥터스>가 19.7%로 20%를 목전에 둔 채 '대박'의 찬스를 맞았지만, <뷰티풀 마인드>는 애국가 시청률을 벗어나 4%를 회복한 게 자랑(?)이 된 처참한 상황이다.

하지만, 의학이라는 외피를 벗어내고 보면, 두 드라마의 행보는 판이하다. <닥터스>는 애초에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앞세워, 거기에 '키다리 아저씨'까지 토핑으로 얹었다. 결국은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닥터스>의 시청률 고공 행진은 '순리'이다.

그에 반해, <뷰티풀 마인드>는 매력을 강조했으나 졸지에 민폐가 되고만 여주인공의 고군분투가 붕 떠버렸다. 그저 여주인공 캐릭터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이 드라마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다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목에 가시' 같은 껄끄러운 이야기. 1·2회의 전개가 아쉽기도 하지만, 제아무리 이영오 선생 역의 장혁이 발군의 연기력을 보인다 하더라도, 애초에 대중적으로 선호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트렌디한 맛집과 산야초로 만든 자연식의 비교랄까? 그러기에 <닥터스>와 <뷰티풀 마인드>를 시청률만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너를 기억해>의 계보를 잇는 <뷰티풀 마인드>

<뷰티풀 마인드>의 기조는 2015년 방영되었던 <너를 기억해>의 정서를 연상케 한다. 안티 소셜 디스오더(anti social disorder), 결국 사이코패스(psycho-pass)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뷰티풀 마인드>와 <너를 기억해>는 유사하다. 그뿐만 아니라, 공감할 수 없는 정서를 가진 이들이 '범죄자'를 연구하는 프로파일러나,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아웃사이더'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더욱이, 그들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배척받아 마땅한 특징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분야에서 '천재'가 된다. 사이코패스이기에 범죄자의 심리에 능통한 <너를 기억해>의 이현(서인국 분)은 그래서 '범죄'를 꿰뚫어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없는 이영오는 다른 이들이 '이해'와 '편견'으로 뒤틀린 현상을 꿰뚫어, 흔들리지 않는 냉정함으로 환자를 고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가장 '인간적이지 않은' 주인공이, 가장 '인간적인' 일을 해내는 스릴러라는 점에서 두 드라마는 유사하다. 드라마는 인간적인 이들로 가득 찬 부조리하고 부도덕한 현재 인간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또한, 이들 주인공의 불행한 성격에, 물론 태생적 '낙인'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들의 성장 과정에서 '비인격적인' 대우가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 역시 두 드라마는 동일하게 지적한다. 결국, 인간의 문제에 인간의 책임을 묻는다.

이들의 조력자 혹은 상대역으로서, 상처받았지만 인간성이 훼손되지 않은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그들은 주인공의 상실된 캐릭터를 부추기고 보듬어 안는다. <뷰티풀 마인드>의 계진성(박소담 분)이 그러하고, <너를 기억해>의 차지안(장나라 분)이 그 역할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가장 '인간적이지 않은' 남자 주인공과 그의 조력자로서 가장 '인간적'인 여성 캐릭터가 합주하게 한다. 그 협력을 통해 그들에게 닥치는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며, 결국 부조리한 인간 사회의 허물을 벗겨간다.

<너를 기억해>와 동일한 캐릭터의 범주로 진행되고 있는 <뷰티풀 마인드>. <너를 기억해>가 범죄를 매개로 했다면, <뷰티플 마인드>는 좀 더 복잡하다. 의학 드라마인 듯하다가, 범죄 드라마인 듯하다가, 이제 조금 더 한 발 나아가 '인간' 그 자체에 대한 탐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음에의 탐구, 인간 그 본연에 대한 질문

 드라마는 인간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통해 오히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드라마는 인간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통해 오히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 KBS


강철민 살인 사건에서, 신동재 원장의 테이블 데스로 그리고 심은하 사망까지 사건들이 이어진다. 드라마는 가장 인간적이지 않은 인간 이영오를 통해, '이익'을 위해 인간의 목숨까지 거두는 비인간적 행태를 폭로한다. 드라마는 그렇다고 해서, 쉬이 이영오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마음이 없어 '인간'의 무리에서 벌어진 일련의 해프닝에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영오.

하지만 결국 그의 '텅 빈 마음'은 '사고'를 치고 만다. 강철민 살인 사건에서부터 늘 언제나 '용의자'로 몰렸다. 심지어 공개 석상에서 그의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폭로되고, 거짓말 탐지기의 대상이 된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내며 이영오는 돌아왔다. 하지만, 응급으로 들어온 교모 세포종 환자의 '심정지' 상황에 대한 그의 '판독'은, 복잡한 '인간사'를 읽기에 역부족이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학습했지만, 그의 학습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던 '사랑. 노력하면 인간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영오의 세계는 결국 무너진다.

무너진 이영오, 그리고 이영오를 거침없이 괴물로 지칭하는 그의 아버지 이건명(허준호 분) 그리고 현성 병원의 사람들. <뷰티풀 마인드>는 그저 흔한 병원 속에서 벌어진 부도덕을 넘어 인간의 모습을 탐구해 간다. 그래서 모호하고, 그래서 어렵다. 우리 드라마가 이렇게 깊숙하게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게 언제였었는지 싶을 정도로 신선하다. 그러니 용기 있다. 그 어렵고 모호한 퍼즐에 동참한 자들은 기꺼이 박수를 보낸다. 아쉬운 것은 그 박수를 치는 사람이 적다는 것뿐이다. 모두가 환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섣부르게 한 여배우에게 희생양을 씌우거나 작품성을 따질 일까지는 아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뷰티플 마인드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