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미 더 머니> 시즌5의 이미지. <쇼미>가 정말 한국 힙합 신의 '현재'를 증명하고 있다면, 미래를 위해 그 현재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쇼 미 더 머니> 시즌5의 이미지. <쇼미>가 정말 한국 힙합 신의 '현재'를 증명하고 있다면, 미래를 위해 그 현재를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 Mnet


"한국 힙합 신의 현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검투장을 연상시키는 무대에 양옆으로 관객들이 있고 MC 김진표가 우렁차게 경연 시작을 알린다. 본선 무대에 앞서 김진표가 했던 그 말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쇼 미 더 머니>(아래 <쇼미>). 과연 한국 힙합 신의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보여주고 증명하라, 당신의 실력을'

대중문화에서 힙합은 이제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너도나도 힙합에 관심을 보이고, 래퍼들의 몸값은 뛰고 있으며 또한 유일한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는 올해로 5년 차다. 신인 래퍼들 혹은 전성기가 지난 기성 래퍼들에게 <쇼미>는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희망에 가깝다.

실제로 작년 시즌 4에서는 숱한 논란을 딛고 베이식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실력파 래퍼였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랩을 그만두고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의 우승은 모두를 납득시킬 만했다. 오랜 기간 힙합 신에서 실력을 검증받았고, 가시적인 작업물도 많이 냈기 때문이다. 힙합 신에서 존경받고 오래 활동했지만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했던 기성 래퍼들이 이번 시즌 5에 꽤 나왔던 것도 베이식의 우승이 어느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동시에 유독 작년 시즌 4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가사를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는가 하면,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제작진은 자꾸 그런 혐오의 언사들을 부추겼다. 제작진이 따로 어떠한 입장을 내보인 적이 없었을 뿐더러 한국 힙합의 뿌리 깊은 '원래 그래'식 정신적 태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악화시켰다.

사회적인 각성이나 정치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보다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전시하는 가사투성이인데, 문제는 그 자랑 자체라기보다는 자랑을 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대상을 깔아뭉개는 데에 있다. 여성혐오, 성 소수자 혐오, 노인 혐오로 점철된 힙합의 현실은 <쇼미>에서 어떤 성찰을 거친다거나 담론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는커녕 이것이 원래 힙합의 본질이라며 넘어가곤 한다.

힙합을 듣고 소비하는 이들, 소위 리스너도 이런 담론적인 논의에는 관심이 없다. 누가 더 랩을 잘하나, 누가 더 멋들어지게 디스를 하나에만 집중을 한다. 그리고는 '예술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끌어오곤 한다. 사실 다른 영역에서와는 달리 예술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논해야 할 것들이 매우 많고 복잡한 주제다. 그런데 단순히 '표현의 자유는 인정받아야 한다'라고 결론짓고 넘어가 버리면 다양한 층위의 논점들이 다 삭제되는 건 아닌가.

사회적 메시지도 당연히 중요하다

물론 힙합 신이 이렇게 질적인 하락세를 걷고 있는 동안, 사회적인 메시지나 한국힙합이 걸어가야 할 길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한 예로 작년 <뉴스타파>에서 래퍼 MC 메타와 최삼이 협업해서 만든 <쇼 미 더 힙합>을 내보낸 적이 있다. 내용인즉,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들이 많고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마땅한데 래퍼들은 누가 더 잘났는지 전시만 하는 것에 대한 뼈있는 비판을 담았다.

영상에서는 4대강 문제, 국정원 해킹 및 선거개입, 세월호 문제를 언급했다. 특히 세월호 문제는 정말 심각하게 다뤄져야 했던 문제 아니었던가. 실제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후에 뼈저린 통찰과 비판의 메시지를 담아 랩을 한 래퍼는 그렇게 많지 않다.

문제는 이렇게 사회 참여적인 랩을 하는 래퍼들에게 리스너들이 으레 핀잔을 주는 세태이다. '진지충이네', '랩이 별로다'란 식으로…. 진지해야 할 때 진지한 것을 두고 진지충이라고 비난하면, 우리는 무슨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쇼미>가 보여주는 한국 힙합의 현재 모습은 이렇다. 보여주고 증명하기에만 혈안이 된 채 '어떤 힙합을 해야 하는가', '사회적 혹은 저항적인 힙합은 무엇인가'와 같은 고민이 모자랐다. 이번 시즌 5는 별 논란 없이 대체로 무난하게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담론 생성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여전히 누가 더 잘났는지 경쟁하기에 바쁜 모습들을 보면서 과연 래퍼 당사자들은 씬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다.

<쇼미> 이후의 한국 힙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쇼미>가 보여주고 있는 게 진정 한국 힙합 신의 '현재'라면, 그 한국 힙합이 '현재' 받고 있는 비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힙합 #쇼미더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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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활동가이면서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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