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이 모습이 유지될 수 있을까?
 케이블카가 들어선다면 이 모습이 유지될 수 있을까?
ⓒ 박그림

관련사진보기


2016년 4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시민들이 잠시나마 미소 지을 만한 소식을 전했다. 세상이 봄의 싱싱함으로 물들 무렵, 지리산 국립공원에 아기 반달가슴곰 세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었다.

환경부는 지리산에 야생 상태로 반달가슴곰 세쌍둥이가 태어난 것은 처음이라 전했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세쌍둥이 출산은 지리산의 자연생태계가 곰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증식∙복원을 통해 생물다양성 제고와 생태계의 건강을 회복시킨다는 이유로 멸종위기종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반달가슴곰과 산양 복원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관련 사업비로 약 6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자연 부문에서 적지 않은 예산이 복원 사업에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을 할까? 종복원기술원은 "서식지 자체의 보전/관리가 가장 우선되는 근간"이라는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기본 원칙 아래, 지리산은 "안전하고 넓은 서식공간, 풍부한 먹이자원, 충분하고 우수한 서식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 사람에 의한 밀렵, 서식지파괴 등 인위적 영향을 배제 시킨다면 반달가슴곰이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서식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지리산이 반달가슴곰을 복원할 만큼 생태계가 훌륭하게 보전되어 있다는 의미다. 설악산 또한 산양 복원기반 확충을 위한 "생태축 거점지"로서 현재 251마리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고, 월악산, 오대산 등 백두대간 생태축을 따라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생태축 복원이 전제되지 않는 종복원 사업은 한계가 있지만,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은 설악산을 산양 251마리가 서식하는 "산양의 땅"으로, 지리산을 남한에서 유일하게 반달곰 44마리가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의 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반달가슴곰과 산양의 땅이 현재 위험에 처해있다.

복원 사업 물거품으로 만들 대통령의 한 마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지주 근처에서 찍힌 산양의 모습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지주 근처에서 찍힌 산양의 모습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조기에 추진되었으면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불이 붙었다. 그 후 환경부는 직접 사업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컨설팅에 나섰고, 결국 지난해 8월 28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되었다.

당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앞으로 전국 명산에 불어 닥칠 '케이블카 광풍'을 우려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막지 못하면 전국의 모든 산간이 케이블카로 뒤덮일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블카는 '반달가슴곰의 땅' 지리산 국립공원도 위협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경남도는 산청군 중산리~지리산 장터목~함양군 추성리를 잇는 총연장 10.6km, 1200억 원 규모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국립공원계획 변경 신청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과거 2012년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환경성, 공익성, 경제성 문제로 부결되었던 사업이다. 이번에 신청한 노선은 그때 부결된 함양군~산청군 노선을 합쳐 신청한 노선이다. 환경성, 공익성, 경제성이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나아졌을 리 없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또한 2012년, 2013년 환경성, 공익성, 경제성 문제로 두 차례나 부결된 사업이다.

산을 있는 그대로 지키기 위해 설악산 케이블카는 막아야 한다.
 산을 있는 그대로 지키기 위해 설악산 케이블카는 막아야 한다.
ⓒ 박그림

관련사진보기


지리산과 설악산은 모두 생물다양성과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지리산케이블카반대공동행동에 따르면, 지리산 케이블카 노선에는 "신갈나무와 구상나무 군락 등의 극상림이 존재하고, 보호종의 서식지와 산란처가 형성되어 있는 원시 생태의 공간"이며, "연중 4개월만 개방하는 특별보전지구인 칠선계곡 위를 통과하게 되어 우리나라 3대 계곡인 칠선계곡의 경관 가치가 심하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5가지의 보호구역(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며, 산양을 비롯한 10여 종의 천연기념물과 38여 종류의 멸종위기 생물들의 서식처이다. 또한, 상부 정류장 예정지는 아고산대 식생으로 한번 파괴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소중한 생태계를 지닌 곳이다. 이곳마저 꼭 개발해야만 하는 걸까?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반달가슴곰과 산양을 잃을 뻔했다. 우리는 역사를 되풀이 할 것인가? 한 번 훼손된 것은 복원하기 어렵다. 케이블카로 훼손될 설악산과 지리산을 복원할 수 있을까? 반달가슴곰, 산양을 비롯해 야생생물들이 사라진 지리산과 설악산. 감히,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상상할 수도 없다.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지리산케이블카반대공동행동과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 케이블카를 비롯한 산지 난개발로부터 국립공원을 지키고자 하는 목소리를 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앞으로 환경영향평가,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설악산을 지켜야 지리산을 지킬 수 있다. 우리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함께 행동해야 한다.

시민들이 설악산-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시민들이 설악산-지리산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설악산을 케이블카로부터 지키기 위해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설악산, #지리산, #설악산케이블카, #지리산케이블카, #멸종위기종
댓글10

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