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저임금은 실질적으로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문제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260여만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비단 아르바이트 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낮은 기본급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 노동 현실에서 최저임금은 실질적으로 일자리의 질과 관련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분명 최저임금 인상 결과에 영향을 받는 이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비정규직. 특히 청년·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나는 44명의 '서울특별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중 한 명으로, 동대문구의 "우리동네노동권찾기"라는 시민단체와 함께 최저임금 캠페인 활동을 하며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청년들의 의견은 다양했고, 많은 청년들이 현재 최저임금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서일대학교에서 만난 청년들
 서일대학교에서 만난 청년들
ⓒ 최재성

관련사진보기


삼육보건대에서 만난 청년들
 삼육보건대에서 만난 청년들
ⓒ 최재성

관련사진보기


"내 손으로 졸업하고 싶다"

서일전문대학교와 삼육보건대학교 그리고 한양여자대학교에서 캠페인 활동을 하며 만난 청년들은 등록금과 관련하여 최저임금문제를 이야기했다.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고 싶은데, 현재 시급은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우기 위해 다니는 대학이 아니고 등록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것 같다"
"지속적으로 오르는 물가와 교통비에 알바비의 반 이상이 사라지고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 남지 않는다. 국가장학금도 제대로 지원받을 수 없어 학비와 생활비까지 병행하는 상황에서 최저시급이 만 원 정도는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최저임금 6030원을 적용하여 전일제 근무를 해도 월급은 약 126만 원이다. 2016년 평균 등록금 667만 5000원을 생각할 때 학기 중 생활비는커녕 등록금도 채우지 못해, 빚을 져야만 하는 것이다. 가계부채와 사회초년생의 학자금 대출 부채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물가는 오르는데... 생활비 감당 안 돼"

반면 구로디지털단지와 혜화동 대학로, 신설동 항공직업학교에서 만난 청년들은 도시에서의 삶과 관련된 문제를 이야기했다.

"서울에서 수도세, 전기세, 도시가스, 월세, 식비가격이 만만치 않다. 물가는 오르고 최저시급 6030원으로는 적자다."
"지금 임금으로는 일하는 것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고 한 달 생활비가 하루 종일 알바를 해야 벌수 있는 실정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생활비가 높은 순위로 8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물가에서는 뉴욕과 도쿄를 제쳤다. 특히 의식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밥 한 끼 값이 부담스럽다는 청년들의 외침이 엄살이 아닌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청년들의 댓글
 최저임금에 대한 청년들의 댓글
ⓒ 최재성

관련사진보기


최저임금에 대한 청년들의 댓글
 최저임금에 대한 청년들의 댓글
ⓒ 최재성

관련사진보기


"지금이 적당한 것 같아요."
"시급이 만원이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질 거예요."


그리고 소수의 청년들은 최저임금인상에 신중한 의견을 가지기도 했다. 바로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걱정이었다. 사실 우리는 그들의 걱정이 기우나 착해빠진 생각이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 자신의 부모님이나 형제가, 아는 사람이 자영업자일 수도 있고 동시에 그들이 받는 고통에도 공감하는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청년 문제, 우리사회 관통하는 자본과 경제구조의 문제"

지난 4주간의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세 가지를 느꼈다. 첫째로 청년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백여 명의 청년들 중 대부분이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교육의 기회와 생활의 안정 그리고 그들의 삶을 위해 현재 임금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느끼며 임금이 오르길 희망했다.

두 번째는 아르바이트를 부수적 수입 내지 용돈벌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노동이며 생계수단이라는 인식 전환의 필요성이다. 어느 청년은 자신이 미성년 고등학생이라 무시당한 사연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또 전문대를 다니는 청년은 학비를 벌기위한 자신의 노동을, 철없는 어린 학생이 자신이 사고 싶은 상품을 사기 위한 용돈벌이로 취급하며 그런 '알바생'으로 폄하하는 것에 불편함을 말해주었다.

늘어가는 비정규직과 말로만 만들어지는 양질의 일자리 속에서 알바는 더 이상 '진짜 노동'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가 아니라 직업노동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알바도 똑같은 노동이자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서 인식하고,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최저임금문제는 영세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연대와 공감 속에서 함께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청년들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며 형제이고 자매이다. 청년의 고통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떠나 청년 문제는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자본과 경제구조의 문제였다.

비록 캠페인 방식과 제한된 시간으로 청년 한명 한명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청년들은 자신의 목소리 내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울시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지난 5월 30일의 발대식
 지난 5월 30일의 발대식
ⓒ 최재성

관련사진보기


비영리민간 단체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비영리민간 단체 우리동네노동권찾기
ⓒ 최재성

관련사진보기


'서울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지킴이'는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당한 부당 노동행위와 노동인권침해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기초적 상담을 실시한다. 지난 5월 23일 부터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년 노동자들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우리동네노동권찾기(이하 우동)'라는 비영리 시민단체에 배치되어 지역 청년들을 만나며 최저임금에 관한 그들의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가졌다. 현재 '우동'은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청년 권리지킴이와 함께 특성화고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캠페인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캠페인은 최저임금위원회와 현황을 알리고 관심을 촉구하며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태그:#최저임금, #청년,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알바, #시급만원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