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사외전>에서 '꽃미남 사기꾼'으로 활약한 강동원.

영화 <검사외전>에서 '꽃미남 사기꾼'으로 활약한 강동원. ⓒ ㈜영화사 월광


사기꾼이 뜬다. 화려한 말솜씨로 남을 속이고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이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요 캐릭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강동원이 '꽃미남 사기꾼'으로 활약한 영화 <검사외전>은 올해 초 9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고, 세금공무원이 사기꾼과 손을 잡고 악덕 체납자들의 세금을 징수하는 OCN 금토 드라마 <38사기동대>도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섰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판 거하게 사기를 치는 유승호 주연의 <봉이 김선달>은 오는 7월 6일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이병헌이 원톱으로 나서는 영화 <마스터>, 현빈 출연이 확정된 영화 <꾼> 역시 사기꾼 세계를 그려낼 예정이다.

재밌는 건, 위에서 언급한 영화와 드라마 모두 주인공들이 사기꾼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예전 같았으면, 사기 범죄를 소탕하는 멋진 경찰이나 검사 등의 캐릭터로 분했어야 할 스타가 이제는 앞장서 범죄자 캐릭터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어째서 사기꾼은 인기(대세)캐릭터가 된 걸까?

드마라와 영화에서 '사기꾼' 캐릭터가 뜨는 이유

 세금 공무원과 사기꾼이 손을 잡고 악덕 체납자의 세금을 징수하는 OCN 금토 드라마 <38사기동대>

세금 공무원과 사기꾼이 손을 잡고 악덕 체납자의 세금을 징수하는 OCN 금토 드라마 <38사기동대> ⓒ OCN


우선 사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 제작 빈도가 왜 이렇게 높아졌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흔히, 경제가 불황이면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린다는 가설이 있다.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범죄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피해자 역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사기를 당하고 마는 것이다.

검찰이 발표한 '2015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발생한 사기범죄는 총 24만4408건에 달한다. 하루에 669건, 한 시간에 27건 꼴로 사기가 발생했다. 재산피해 정도를 보면 1000만원 이하가 29.3%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 100만원 이하 27.2%를 차지했다. '생계형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사기가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하다 보니, 대중문화 콘텐츠 역시 자연스레 사기 범죄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드라마나 영화 속 '사기꾼'들의 경우 현실과 달리 일종의 판타지를 선사해준다는 점이다. 그들의 표적이 일반 서민이 아닌 부패한 권력 혹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군림하는 위정자들인 경우가 많은 것 역시 같은 이유다. 사법정의가 실종된 사회에서 사기라는 일종의 판타지를 통해 대중들에게 통쾌함을 안겨주기 때문에, 사기꾼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실제로, <검사외전>의 강동원이나 <38사기동대>의 마동석과 서인국은 요즘 일컫는 '사이다' 캐릭터로 시청자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만약 그들이 생계형 사기나 치는 지질한 캐릭터였다면, 과연 흥행의 중심에 설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그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안티 히어로'에 열광하는가

 영화 <봉이 김선달>의 포스터.

영화 <봉이 김선달>의 포스터. 유승호는 누구를 위해, 누구를 향해 사기를 치는가. '사기'를 통해 풀어가는 이야기는, 권력자를 희롱하고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데 많은 공을 쏟는다. ⓒ CJ엔터테인먼트


사기를 소재로 한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의 특성은 개봉을 앞두고 있는 <봉이 김선달>과 현재 촬영 중인 <마스터> <꾼>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상, 어쨌든 그들을 멋있고 매력적으로 그려내야 작품이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캐릭터를 무작정 감싸줄 순 없으니, 더 큰 악에 맞서 싸우는 일종의 '안티 히어로' 임무를 주는 것이 작가와 감독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연기자들 역시 때로는 능글맞고, 때로는 카리스마 넘치며, 또 정의롭기까지 한 '사기꾼' 캐릭터로 점점 몰리고 있다. 한때 '악역'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이제는 선악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기와 개성을 뽐낼 수 있는 '사기꾼'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 많은 사기꾼 캐릭터 가운데 영화 <범죄의 재구성>의 박신양을 뛰어넘는 '사기꾼'이 나올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기꾼 38사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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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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