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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일 있었던 강아지 공장 반대 철폐와 동물 간호사 제도 재고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경기도인재개발원.
▲ 경기도 수의사회 궐기대회 2016년 6월 2일 있었던 강아지 공장 반대 철폐와 동물 간호사 제도 재고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경기도인재개발원.
ⓒ 염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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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8일 한 방송을 보고 경악했다. EBS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에서 강아지공장에 대한 방송을 내보냈다. 그로부터 1년 하고도 조금 더 지난 지난 5월 15일. SBS 'TV동물농장'이 다시 강아지농장을 다뤘다.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좁은 장, 호르몬주사, 계속해서 새끼를 낳아야 하는 새끼강아지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외치고 있다.

강아지 공장이 있습니다

강아지 공장(Puppy mill)이라 불리는 대규모 교배장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만 있지는 않으니까. 외국에서도 한동안 골머리를 앓던 일이었다. 동물보호 문화가 발달한 독일엔 강아지 공장이 없다. 법률 규제도 심한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강아지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너무 쉽다.

우리나라에는 약 3000~4000개의 강아지 공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왜 추정이냐고? 우리나라는 강아지 공장을 단순한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다. 즉, '제가 강아지 공장을 하겠습니다'라고 신고만 한다면 운영할 수 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천 단위가 넘어가는 강아지 공장 중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강아지 공장 수는 약 10%. 나머지 90%는 한 마리가 겨우 있을 수 있는 좁은 철장에서 음식물 쓰레기 사료를 먹으며 아이를 낳는 기계로 임무를 다하고 있다.

심한 곳은 불을 껐다 켰다 반복하면서 혹은 호르몬 주사를 놓거나 수컷을 억지로 발정시켜 얻은 정액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임신시킨다. 그렇게 새끼 낳기를 반복하던, '살아있는 기계'는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판정되면, 식용견으로 팔려나가거나 길거리에 유기된다. 심한 경우에는 생매장당하거나 타죽곤 한다. 그렇게 살아있는 기계는 생을 마감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듣고 나면 "이런 잔인한 곳이 실제로 있나요?"라고 말한다. 강아지 공장의 존재를 모르고 살던 사람들이 많다는 것. 5월 15일 전후로 연달아 뉴스가 나오고 있었음에도 "강아지 공장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느꼈다.

처음으로 시작한 서명운동, 그리고 2000명의 서명

아침 일찍 새벽부터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고있다.
▲ 광교산에서 시작한 첫번째 서명운동 아침 일찍 새벽부터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고있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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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에서 나들이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일요일에도 이어진 서명운동 화성행궁에서 나들이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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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째주 주말은 운 좋게도 현충일이 걸려서 3일간 휴일이 생겼다. 휴일 첫 날인 토요일(4일)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경기도 수원과 용인에 걸쳐있는 광교산으로 서명운동을 나갔다. 남양주나 양평에서부터 오는 사람, 서울에서 오는 사람, 수원이나 용인에서 오는 사람…. 오전 5시 차를 타고 나왔다며 맑게 웃는 사람도 있었다. 오전 8시 반에 이어진 서명운동에서 우리는 조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뭔데 반대를 해요?"라는 사람은 양반이었다. "그런 개들 도와줄 시간 있으면 사람을 도와야지"라는 사람.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라"는 사람. "그걸 왜 반대해! 나는 그거 찬성이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

산책봉사 때부터 늘상 들어오던 나쁜 말이니까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정말로 가벼운 생각이었다. 나름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 장소에 가장 많을 시간을 골라 온 것이지만 반응은 정말로 냉담했으니까.

하지만 이것을 기반으로 우리는 더욱 더 열심히 서명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약간의 좌절은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듯이 오후 서명운동에서 노하우가 생겼으니까.

그날 오후에는 수원 시내 8개 동물병원 앞에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학원에 가는 사람,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사람, 주변 가게 직원분들. 강아지 공장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한 번씩 쳐다보시고 무엇이냐 질문했다.

이야기를 듣고 주변 분들과 각자 생각을 나누시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강아지 공장이 어쩌면 이번 기회에 정말로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근거리기도 했다.

힘들겠다면서 음료수를 선뜻 꺼내주신 동물병원 근처 가게 주인분들과 지나가면서 수고한다며 인사해주신 분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렇게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 덕에 이 날 우리는 적게는 200명, 많게는 400명씩 서명을 받아올 수 있었다.

4000명의 서명... 남아 있는 더 큰 산

수원 시청에서 있었던 혁신 기업 관련 행사에서 우리는 부스를 하나 받아 운영할 수 있었다. 강아지 공장 반대 서명운동을 중점으로 진행하였다.
▲ 수원시청 행사의 부스 수원 시청에서 있었던 혁신 기업 관련 행사에서 우리는 부스를 하나 받아 운영할 수 있었다. 강아지 공장 반대 서명운동을 중점으로 진행하였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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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시는 의원분들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시는 의원분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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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 수원시청의 혁신적 기업 관련 행사에서 우리는 부스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시청 행사이다 보니 의원 분이나 공무원들도 많이 오셨다.

혁신적 기업을 주제로 하는 행사였지만, 우리는 강아지 공장 반대 서명운동을 여기서도 이어나갔다. 강아지 진상이와 제시를 끌고 부스를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강아지 공장이 뭐예요?"

시청 행사라고 해서 이 질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또 다시 설명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 버렸다. <동물농장> 방송이 끝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인데도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많았다. <동물농장>이나 지상파 뉴스 등을 통한 이슈화가 무색하게도 금방 잊혔고,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닭장처럼 좁은 곳에 가둬놓고 아이만 낳게 하는 것입니다, 호르몬 주사와 같은 것이 이용됩니다."

경악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설명을 듣고도 그저 덤덤하게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꼭 자기 나라 일처럼 슬퍼하는 외국인도 있었고, 자기는 개를 기르지 않아 상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명운동을 하면서 우리는 단 하나 소박한 것을 꿈꿨다. 많은 사람이 이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소망. '백만 명 서명을 받겠다!'라는 거창한 목표가 아닌, 그저 아는 사람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하는 소망. 우리는 그것을 믿고 바랐기에 오늘도 서명 용지를 정리한다.



태그:#강아지 공장, #유기견 새삶, #유기견, #수원시 동물 보호 센터, #청소년 동물사랑 실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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