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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전 의원. 사진은 지난 3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테러방지법-필리버스터-시민의자유에 관한 만민공동회 당시 모습.
 김광진 전 의원. 사진은 지난 3월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테러방지법-필리버스터-시민의자유에 관한 만민공동회 당시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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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알려진 백수, 김광진입니다."

당당한 발걸음으로 강연장에 선 김광진 전 의원이 던진 말이다. 이젠 시간 많으니 이런 데 많이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니 좌중 폭소. 백수 치곤 '꽤' 여유롭고 '여전히' 날카로웠다. 반뿔테 안경, 잘 빼입은 양복, 시원하게 넘긴 머리. 김광진 하면 떠오르는 날렵한 차림 덕에 더욱 그랬다.

그렇다. 그는 본투표를 치르기도 전에 공천에서 탈락했다. 비례대표 출신이라 연줄도, 믿는 구석도 없다. 그렇게 그는 최소 4년간 백수생활을 해야 한다. 직설적인 비판과 사이다 같은 청량감 역시 국회에선 볼 수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광진은 꼿꼿했다. 지난 25일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신입당원 아카데미의 강연자로 참여한 그는, 무대 위를 왔다 갔다 하며 질의응답식으로 청중과 대화했다. 같은 날 강연한 이훈 의원(서울 금천구)은 연단 옆에 섰고,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는 연단을 짚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경기 용인정)은 PPT를 준비했다. 무대를 누비는 그에겐 연단도, PPT도 필요 없었다.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자 그는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하나씩 꺼냈다. 그렇게 언급한 당부는 총 3가지. 질책하되 제대로 질책해달라, 항의만 하지 말고 지지도 '표현'해달라, 당 후원만큼 의원 후원도 생각해달라. 모두 그가 4년간 의정생활을 하면서 느낀 걸 토대로 한 것이었다.

"국회의원은 싸우라고 뽑힌 겁니다"

그가 국회의원을 하면서 항상 들은 말은 '왜 그렇게 싸우기만 하느냐'였다. 이에 대해 그는 "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싸우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은 "국민 대신 싸우기 위해 뽑힌" 거라고, 질책한다면 "왜 제대로 싸우지 않는지, 싸울 때 내 목소리는 왜 반영하지 않는지" 질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를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표현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그가 사례로 든 건 차별금지법. 종교단체에선 극구 반대하고 항의했지만 반대쪽에선 충분히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김 전 의원이 "항의만 받고 지지 얻긴 어려운 사안을 어떤 정치인이 적극 추진하겠느냐, 소신이 있더라도 힘들다, 다음 국회에서 공동발의 요청에 도장이라도 받을 수 있겠냐"고 일갈한 이유다(법안 발의 시 자신을 포함해 최소 10명의 의원 동의를 얻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한 건 의원 소액후원이다. 김 전 의원은 "소액후원금이 많아야 기업·노조 등 단체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라면서 "당 후원만큼이나 의원 후원도 중요하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그 역시 매해 상한선(1억5000만 원)을 꽉 채운 후원금 덕에 경제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의정활동에 힘을 얻었다고.

직구, 꺽일지라도

그는 여느 정치인처럼 말하지 않았다. 질문을 두루뭉술하게 넘기지 않았고, 혹시 꼬투리 잡히지 않을까 단어를 고르며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살짝 하이톤의 단단한 목소리는 강연 내내 변함없었다. 농을 던질 때도, 당부할 때도, 비판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1시간여의 강연을 마치고 퇴장할 때도 그랬다. 청중의 박수가 끝나자 그는 휙 하니 걸어 나갔다. 강연장에 들어설 때와 마찬가지로 성큼성큼.


태그:#김광진, #더불어민주당, #더민주, #신입당원 아카데미,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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