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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25 전쟁 발발 66주년입니다. 분단 조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들치고 그 누가 이날의 의미를 모르겠냐만는, 특히 제겐 남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전쟁의 상처를 몸소 겪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아래 국유단)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2014년 7월 14일 육군에 입대하여, 2016년 4월 13일 전역할 때까지 국유단 소속 유해발굴병으로 1년 9개월 동안 군 복무를 했습니다.

본래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한시적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은 영구적 국가사업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2007년 유해발굴을 전담하기 위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되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곳에서 미수습 호국영령의 유해를 발굴하는 보직을 맡았습니다.

전역한 지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6월 25일을 다시 사회에서 맞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흘러간 군 생활의 추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언론들도 6·25 특집으로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 소식을 너나 할 것 없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 소식을 보면서 저 역시도 그 현장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한편으론, 여전히 고생하고 있는 후임들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발굴병들

2015년 6월 23일,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설악산 상봉 발굴현장에서 국유단 발굴병 및 발굴부대 장병들이 유해발굴에 임하고 있다.
▲ 유해를 찾기 위해 발굴하는 장병들의 모습 2015년 6월 23일,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설악산 상봉 발굴현장에서 국유단 발굴병 및 발굴부대 장병들이 유해발굴에 임하고 있다.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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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월 25일이 되면 많은 언론이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주목합니다. 그곳만큼 전쟁의 흔적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고생하는 장병들에게 주목하는 언론은 별로 없었습니다.

2000년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이래, 9100여 위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찾았고, 그중 113명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결국 그들이 현충원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한 발굴병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6, 7월 여름이 되면 국유단 발굴병들의 고생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저도 발굴병으로서 군 복무를 하며, 두 번의 여름을 지내봤기에 누구보다 그 딱한 처지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이 날씨에, 무거운 발굴 장비를 짊어지고서 높은 산을 오르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유해가 식별되기라도 하면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정밀 발굴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쏟아지는 아래, 한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유해를 노출하는 일이 녹록지만은 않기 때문이죠.

유해의 오염 방지를 위해 종일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니, 땀띠가 나는데,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달려드는 산벌레 떼는 말할 것도 없고요. 유해발굴병이란 보직은 정말 웬만한 사명감과 자부심 없이는 힘든 일입니다.

후임들을 위한 펀딩을 제안하다

2015년 6월 23일,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설악산 상봉 발굴현장에서 발굴병들이 유해를 모신 관을 태극기로 관포하고 있다.
▲ 유해를 모신 관을 태극기로 관포하는 발굴병들 2015년 6월 23일,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설악산 상봉 발굴현장에서 발굴병들이 유해를 모신 관을 태극기로 관포하고 있다.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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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는 현장에서 임무 수행을 할 수는 없지만, 예비역의 신분으로 뭔가 도울 일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곧바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SBS 뉴스와 환경재단에서 운영하는 '나도펀딩'이라는 소셜펀딩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결심했습니다.

'후임들을 위한 펀딩을 한 번 제안해보자!'

그렇게 시작된 국유단 발굴병 후원 프로젝트 '유해발굴감식단 후배들에게'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잠들어계실 호국영령을 찾기 위해, 비지땀을 흘려가며 묵묵히 산을 오르고 있을 후임 발굴병을 위한 펀딩 프로젝트입니다.

펀딩을 통해 모은 성금으로 발굴병들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한 위문품(아이스패드 및 물수건 등)을 후원하고자 합니다. 위문품 구입 후 차액이 발생한다면 호국영령께 제사를 올리기 위한 제례비용 및 생존 참전용사를 위한 위문비용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펀딩은 7월 31일까지 진행되며, 목표액은 200만 원입니다. 후원은 나도펀딩 웹사이트에서 할 수 있습니다. 뜻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소액이라도 괜찮습니다.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소액마저도 부담스럽다면, 주위 지인들에게 이 펀딩을 소개해주세요.

이번 펀딩은 그 자체만으로도 발굴 장병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묵묵히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을 장병들에게 "우리가 너희의 고생을 알고 있으니 좀만 더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2015년 6월 23일,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설악산 상봉 발굴현장에서 102기갑여단 장병들이 수습한 유해를 봉송하고 있다.
▲ 유해를 봉송하는 장병들 2015년 6월 23일,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설악산 상봉 발굴현장에서 102기갑여단 장병들이 수습한 유해를 봉송하고 있다.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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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 본인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개월 전에 전역한 예비역 육군 병장입니다. 전역병 출신으로서, 더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을 후임 발굴병들을 위해 펀딩을 제안하게 되었으나, 생각보다 펀딩의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도 않고, 참여율도 부족하여, 널리 알리고자 기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모금도 모금이지만, 이 기사를 통해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을 후임들에게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너희를 응원하고 있으니 좀만 더 힘내라"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태그:#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나도펀딩, #유해발굴병, #노무현,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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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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