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포르쉐-현대차-도요타-BMW...(미국 J.D.파워 2016신차품질조사 순위)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16년 전만 해도 미국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시장 중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는 북미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그렇게 출발했다. 지난 2000년 미국 소비자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신차 품질 만족도는 '꼴찌'였다. 현대기아차 딜러 매장에 들어선 그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 지엠(GM)의 파산 등이 겹치면서 시장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현대기아차도 글로벌 톱 5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외형적 성장과 함께 여전히 '그저 그런차'였던 소비자 인식도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신차품질조사를 해온 제이디 파워(J.D. Power) 신차품질조사 결과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16년전 꼴찌평가를 받던 현대기아차, 포르쉐-도요타를 제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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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이디 파워(J.D. Power) '2016 신차품질조사(IQS) 결과(전체 브랜드 기준) |
| ⓒ 현대기아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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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디 파워(J.D. Power)가 22일 공개한 '2016 신차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를 보면 33개 전체 자동차브랜드 가운데 기아차가 1위(83점)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3위(92점)에 올랐다. 2위는 지난 3년 동안 1위를 차지했던 독일의 포르쉐였고, 4위는 일본 도요타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를 대상으로 구입 이후 3개월이 지난 차량 고객들에게 품질만족도를 조사했다. 질문 항목수만 233개에 달하고, 해당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꼼꼼하게 답한다. 제이디 파워쪽은 이를 바탕으로 100대당 불만건수를 조사해 점수로 환산해 발표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다.
무엇보다 올해로 30년째를 맞는 J.D.파워의 신차초기품질 평가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기아차는 일반 자동차브랜드로 지난 1989년 도요타가 1위를 기록한 이후 27년 만에 전체 1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일반 자동차브랜드는 모두 21개였다. 현대기아차는 일본 도요타를 비롯해, 미국 쉐보레, 독일 폴크스바겐 등을 모두 따돌렸다.
또 이날 공개된 25개 차급별 평가에서도 현대기아차는 11개 차종이 품질우수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엑센트와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기아차의 쏘울과 스포티지는 차급별 '최우수 품질상'을 수상했다. 또 제네시스(DH), 투싼, K3, 쏘렌토 등 7개 차종은 각 차급에서 3위 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우수품질상'에 선정됐다.
정몽구 회장 "오로지 품질", 품질-디자인 경영 가속화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자동차 품질과 디자인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객이 믿고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라며 "그 기본이 품질"이라고 강조해왔다. 그의 '품질 제일주의'는 10여 년이 넘도록 그룹 경영 이념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최고의 품질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차를 고객에 제공할 것"이라며 "또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제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품질 안정화'를 넘어 '품질 고급화'를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새롭게 고급 자동차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내놓았다.
정 회장의 품질경영과 함께 정의선 현대차부회장의 '디자인 경영'도 눈여결 볼 만하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5년 기아차 사장에 올라 '디자인 기아'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내부 체질 개선을 위해 과감히 외부로 눈을 돌렸다. 디자인 총괄부문에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앉힌데 이어,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센터장 등 세계 유수 자동차브랜드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기아차의 케이(K) 시리즈를 비롯해 현대차 아반떼 등은 자동차 부문에서 세계 유명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 결과는 미국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기준"이라며 "자동차 업계에서도 해당 브랜드의 품질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사로 미국내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뿐 아니라 향후 판매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회사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보다 더 높은 수준의 품질표준을 운영하고, 협력사 등과 함께 소통과 협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