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장마를 앞둔 김녕성세기 해변에 때이른 피서객들이 찾아들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장마를 앞둔 김녕성세기 해변에 때이른 피서객들이 찾아들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 이영섭

관련사진보기


지난 6월 20일께부터 제주도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이 장마가 끝나는 7월 초가 되면 제주도 내 대부분의 해수욕장들이 본격적인 개장을 할 것이고, 아이들의 방학에 맞춰 제주로 내려온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안고 한달살이를 시작할 것이다.

제주도에 한달살이를 위해 내려오는 사람들은 크게 네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아이들의 여름방학 기간 동안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찾아오는 가족들이다. 주로 엄마와 아이는 한 달에서 한 달 반가량을 제주에 머물고, 직장에 묶여있는 아빠들은 며칠간의 휴가 기간과 주말을 활용해 육지와 제주를 오가곤 한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 그룹의 경우 아파트에 갇혀있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시골집을 얻길 희망하며(이것이 때론 엄마들에게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달살이 기간 동안 아이를 위탁할 학교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이직이나 실직, 창업 준비 등을 위해 잠시 생업에서 벗어난 이들이 홀로 혹은 부부나 커플 단위로 한달살이를 하는 경우다. 그동안 직장생활에서 쌓인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인적이 드물고 한적한 곳에 숙소를 얻길 희망하며, 숙소 주변에 바다나 산 등 고즈넉한 산책로가 있기를 희망한다.

가족 단위의 한달살이 여행객들과 차이가 있다면 굳이 마당 있는 시골집을 고집하지 않으며,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하다면 깨끗한 원룸이나 빌라·아파트 등에서도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제주로 발령을 받거나, 사업을 위한 장기 거주를 하게 돼 나머지 가족들이 따라오는 그룹이다. 이들의 문제점은 얼떨결에 따라온 가족의 경우 평소에 제주도에서 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에 쉽게 적응을 못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주로 대단지 아파트에 숙소를 얻길 희망하며, 주변에 병원과 대형마트, 요가학원이나 수영장 등의 인프라가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제주도 이주를 준비 중인 사람들이 집을 구하기 위해 한달살이를 하는 경우다. 이들의 경우 이미 제주도로 이주를 결심하고 실제 거주할 집을 구한다는 정확한 목적이 있기에 거주할 지역과 숙소의 선정, 일정 등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다(꼭 그런 것만은 아니기도 하더라).

이 네 부류의 그룹 중 제주도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목적을 가지고 한달살이를 시작하는 마지막 그룹을 제외하고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의 그룹들은 제주 한달살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일쑤다. 이에 많은 분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질문 몇 가지를 선정해 실제 사례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다.

[질문①] 제주 한달살이를 하고 싶어요, 어느 지역이 좋은가요?

제주 한달살이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원하는 마당있는 단독주택. 하지만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주 한달살이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원하는 마당있는 단독주택. 하지만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이영섭

관련사진보기


한달살이 관련 커뮤니티에 가장 많이 올라오는 질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자면 제주 한달살이보다는 여행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2박 3일의 단기 여행도 아니고 무려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생전 처음 접하는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한달살이다.

'OO지역에서 꼭 한 달을 살아보고 싶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온 분들도 이런 저런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이 한달살이다. 정말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한달살이를 시작했다가는 제주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한아름 안고 돌아갈 확률이 높다.

꼭 한 달 동안 살아보고 싶은 지역이 생길 때까지는 단기여행으로 만족하는 것이 어떨까? 여행을 할 때는 콘도나 펜션, 호텔보다는 마을 깊숙한 곳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해보자.

만약 아이가 있어 게스트하우스가 힘들다면 가정집을 개조한 독채 펜션도 괜찮다. 그리고 굳이 관광지를 찾아 떠돌 것이 아니라 숙소 주변 마을 이곳 저곳을 산책하며 동네 분위기를 살펴보자. 이런 여행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살고 싶은 동네가 생길 것이다. 그곳이 바로 '한달살이 하기에 좋은 지역'이다.

[질문②]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 놀게 하고 싶어요, 마당있는 시골집이 좋겠죠?

지금은 월정리 못지 않은 카페촌이 되어가고 있지만 해맞이쉼터가 위치한 평대리의 한적함에 반해 시간이 날 때마다 이 동네를 찾곤 했다.
 지금은 월정리 못지 않은 카페촌이 되어가고 있지만 해맞이쉼터가 위치한 평대리의 한적함에 반해 시간이 날 때마다 이 동네를 찾곤 했다.
ⓒ 이영섭

관련사진보기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하루종일 마음껏 뛰어 놀려면 아파트나 빌라 등의 공동주택보다는 마당있는 단독주택이 좋다. 문제는 그 집이 과연 얼마나 집으로서의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부분과 뛰어 노느라 신난 아이들 외에 나머지 가족들의 적응도가 문제다.

한달살이 카페에 올라온 임대글을 보고 바닷가 앞 돌담집을 숙소로 얻은 젊은 부부가 있었다. 아이의 돌을 기념해 세 가족이 늦겨울에 제주로 한달살이를 온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막상 숙소에 도착해보니 오래 동안 빈집으로 방치된 데다 단열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구옥이었다. 겨울 바다의 칼바람이 그대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부부는 집주인에게 간신히 임대료를 돌려받은 후 곧바로 묵을 수 있는 숙소를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마당 딸린 집을 구할 때 혹시 그 집이 구옥이라면 오랫동안 비어있진 않았는지, 단열은 제대로 돼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리모델링이 됐거나 새로 지은 집이라 해도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 중 도시 생활에 무척 익숙한 사람의 적응도도 관건이다. 마당 있는 집에서는 도시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생명체들이 살고 있기도 한다. 이런 저런 벌레들은 기본이고 개구리와 지네, 심지어 뱀이 나올 수도 있다.

애월읍 전원주택 단지에 한달살이 숙소를 구해 서울에서 온 가족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100평 내외의 마당을 갖춘 신축 타운하우스에 가족들은 너무나 만족해했다. 문제는 그날 밤부터 시작됐다. 밤새 집 주변에서 개구리 떼가 합창을 하는 덕에 예민한 엄마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집주인에게 연락해 집 주변 개구리를 다 잡아줄 것을 요청했고, 당황한 집주인과 감정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간신히 개구리의 합창에 익숙해질 무렵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집 안으로 지네가 기어들어와 아이가 물릴 뻔 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온 엄마는 결국 이러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임대료조차 포기한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고 말았다고 한다.

벌레에 대해 무덤덤한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의 경우 다리가 여럿 달린 생명체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품기 마련이다. 마당 있는 집을 고를 때는 그런 생명체들과의 조우에서 초연할 수 있을지, 우리 아이의 행복을 위해 내가 그 공포를 감내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질문③] 차 없이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한달살이 할 수 있을까요?

먹구름이 드리운 마을 안쪽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바로 앞 해변가에는 따뜻한 햇살이 드리워 있다.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먹구름이 드리운 마을 안쪽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바로 앞 해변가에는 따뜻한 햇살이 드리워 있다.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 이영섭

관련사진보기


주로 혼자서 내려오는 대학생 혹은 아빠 없이 엄마 혼자 아이들을 데려오는 분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은 하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제주시내나 서귀포시내에만 있을 생각이라면 대중교통으로도 얼마든지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내에서 벗어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버스가 있다고 해도 배차 간격이 1시간에 한두 대인 경우도 있다. 만약 아이까지 있다면 차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봐온 바에 따르면 한달살이를 하러 온 아이들 대부분이 초반에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배탈이나 감기 등 이런 저런 잔병치레를 하곤 한다. 집 앞에 뛰어나가면 병원 응급실이 있는 도시와 달리 병원에 가려면 차가 필수인 시골에서 이런 상황에 처하면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다.

[질문④] 한 달 동안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초등학교가 있을까요?

한달살이를 하는 도시인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몇 년 전만 해도 제주도 내 많은 학교들이 도시에서 온 아이들을 위탁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받아주곤 했다. 하지만 위탁교육을 원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짐에 따라 현재는 불가 방침으로 전환한 곳이 더 많다고 한다.

이에 단기 전학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나, 이 역시 사전에 해당 초등학교에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담이지만 제주 내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 한 분은 위탁교육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친해질만 하면 떠나버리는, '이별'이라는 감정에 아이들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감이 한몫 했다고 한다.

도시에서 온 아이들에게는 여름방학에 스쳐지나가는 추억에 불과한 만남과 이별이 제주에 남아있어야 하는 이곳 아이들에게는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주 이주 전 친한 형님과 자주 들렀던 게스트하우스. 얼마 전 이 동네 근처에서 영화 계춘할망의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제주 이주 전 친한 형님과 자주 들렀던 게스트하우스. 얼마 전 이 동네 근처에서 영화 계춘할망의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 이영섭

관련사진보기


[질문⑤] 도서관 이용을 하고 싶어요. 전입신고가 가능할까요?

공립·국립·도립도서관 이용을 위해 전입신고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아이를 데리고 오는 엄마들의 경우가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입신고가 가능한지 여부는 각각의 숙소에 따라 천차만별이니 계약 전에 미리 확인하면 된다.

대출 관련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가능할 것이다. 다만 전업주부의 경우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장의료보험에 가입된 남편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는 어떤 전업주부 한 분이 도서관 이용을 위해 전입신고를 했다.

문제는 이 전입신고로 인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별도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됐다는 사실이다. 과연 어느 것이 득이고 실일지 개인마다 다를 테니 다시 한 번 확인해보도록 하자.

[질문⑥] 계약금·임대료를 어떻게 지불해야 하죠? 계약서는 써야 하나요?

최근에는 한달살이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 숙박업소가 등장하고, 기존에 펜션으로 운영되던 숙박업소들도 한달살이 임대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런 숙박업소들의 경우 예약부터 결제까지 잘 갖춰진 기존의 운영 체계가 있을 테니 그대로 따르면 될 것이다.

문제는 일반 가정집을 단기 임대하는 한달살이 집들의 경우다. 한달살이는 숙박업이 아닌 말 그대로 '단기 임대'다. 월세나 전세, 년세 등 모든 형태의 임대 계약은 임차인에게 2년이라는 계약기간을 보장해주고 있지만, 계약 쌍방이 합의한 특수한 형태(임대료 등의 계약조건이 평균과 상이한)에 한 해 단기 임대로 인정되고 있다. 가정집의 한 달 임대라고 하면 바로 이 단기 임대에 해당하는 계약인 셈이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한달살이 계약을 할 때는 되도록 임대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만나기 어려워 계약서 날인을 할 수 없다면 이메일로라도 서로 주고받고 구두 합의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계약금과 임대료의 지불은 이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따르면 될 일이다.

보통 계약금의 경우 계약과 함께 지불하고, 임대료의 경우 입실 30일 전부터 입실 당일까지 등 각 집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아무래도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인터넷 카페 등에서 임대인의 활동내역을 꼼꼼히 확인하고, 계약서와 함께 등기부등본과 임대인 계좌정보 등을 받아 일치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한달살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달살이의 경우 일반적인 숙박과 달리 예약이 취소될 경우 그 기간 동안 집이 공실이 돼버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때문에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입주일 한 달 정도 전에는 임대료를 완불받고, 이후에는 예약 취소시 환불 규정 등의 패널티를 두고 싶어 한다.

반대로 임차인의 경우 제주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실제 집을 보지 못하고 임대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직접 집을 확인할 수 있는 입주일 당일에 임대료를 완납하고 싶어하게 마련이다. 양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합의점이 필요할 것이다.

[질문⑦] 한달살이 동안 뭘 하면 좋을까요?

정답은 없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 그동안 제주 여행을 오면 비행기 시간에 쫓겨 한 곳이라도 더 가보려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을 것이다. 이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오늘 못한 일이 있다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도 못하면 모레 하면 된다. 도시에서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움직이던 습관에서 벗어나 그때 그때의 감정에 충실해져보자.

제주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리 멀어도 차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바다와 산, 오름, 들판 등의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자연환경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 오름에서 일출을 보고, 햇볕이 강한 점심에는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밤이 돼 야경이 보고 싶어지면 차를 몰고 별빛누리 공원으로 달려가면 된다.

이 모든 것을 하루에 다 할 수도, 하루에 하나씩 삼 일에 걸쳐 할 수도 있다.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순간 한달살이가 더 즐거워질 것이다.

이제 곧 피서객들로 인산인해가 될 함덕서우봉 해변의 한적한 모습.
 이제 곧 피서객들로 인산인해가 될 함덕서우봉 해변의 한적한 모습.
ⓒ 이영섭

관련사진보기


제주 한달살이를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부족한 글이나마 작은 도움이 되길 기원해본다.


태그:#제주이주, #한달살이, #한달살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