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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성군이 홍성의 옛 지명을 되찾겠다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주·충주·공주·홍주, 조선 시대 충청도의 4목 중 유일하게 고유 지명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다. 충남 홍성이 바로 그곳이다. 충남 홍성의 옛 이름은 홍주이다.

홍성 지역 향토 사학자와 <홍주일보> 등에 따르면 조선 시대의 홍주는 서산 예산 당진 등 충남 서북부 지역뿐 아니라 충남 내륙인 아산과 경기도 평택의 일부 지역까지도 아우르는 제법 관할 규모가 큰 지방 도시였다고 한다. 

그런 영향 탓인지 홍성에는 지금도 홍주성을 비롯해 홍주중·고등학교, 홍주체육관, <홍주일보> 등 옛 지명을 딴 명칭들이 꽤 남아 있다. 그렇다면 홍성은 어떻게 고유 지명인 홍주를 잃어 버리게 된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있다.

일제는 지난 1914년 4월 홍주군과 결성군을 통합했다. 명칭도 홍주의 '홍'과 결성군의 '성'자를 조합해 홍성군으로 변경한 것이다. 물론 당시 홍 주와 통합된 결성군은 현재 결성면으로 남아 결성이란 옛 지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결국 홍성이란 지명은 일제가 임의로 바꾼 지명인 것이다. 

한편 홍주 지명찾기는 홍성군청이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홍성 지역에서는 지난 2015년  '홍주 지명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홍성의 지역 신문인 <홍주일보>는 지난 2013년 무렵부터 홍주의 지명 찾기와 관련된 기사를 지속적해서 써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관우 <홍주일보> 발행인은 "조선 시대 충청도 4목 중 유일하게 홍주만 제 이름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일제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홍주라는 이름은 꼭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주 천년 2012년인가, 2018년인가 '논란'

홍성군과 민간, 학계 등 홍성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홍주라는 이름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홍주의 이름이 유래된 시점을 1012년으로 볼 것인지 혹은 1018년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는 홍성군과 지역 사회 시민단체의 입장 차가 크다.

홍성군청의 경우 홍주가 천 년이 되는 해를 2018년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홍성 지역의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홍주의 천 년을 지난 2012년으로 보고 있다. 홍주의 유래를 1012년으로 보느냐 혹은 1018년으로 보느냐에 따라 홍주 천 년의 시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홍주 천 년을 2012년으로 보는 견해가 나온 데는 한관우 <홍주일보> 발행인의 기사가 큰 역할을 했다. 한 발행인은 홍성 지역의 역사를 담은 <홍양사>라는 책자를 뒤적이다가 홍주의 지명 유래가 1012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발행인이 홍주 관련 기록을 발견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충남도청이 내포(홍성과 예산)으로 이전해 온 2012년과 맞물려 있었다. 한 발행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기사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관우 발행인은 "홍성 지역의 옛 기록을 담은 홍양사란 문헌에 따르면 홍주라는 지명은 이미 1012년부터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성군청의 입장은 다르다. 홍성군청은 홍주의 유래를 1018년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와 <디트뉴스> 등 일부 언론이 지난 20일 '홍성군이 2018년 홍주 천 년을 기념해 옛 지명 되찾기에 나섰다'고 일제히 보도한 배경도 바로 이 때문이다. 홍성 군청이 배포한 보도 자료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홍성군청의 관계자는 "역사학과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홍주의 이름이 유래된 시기는 운주(고려시대)에서 홍주로 이름이 바뀐 1018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천년 시점 논란, 그럼에도 결론은 '홍주'

이처럼 '홍주 천 년'의 시점을 언제로 볼지에 대한 견해는 홍성군과 일부 시민단체 사이의 시각차가 큰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홍성의 옛 지명을 되찾아야 한다는 견해는 같다.

이에 대해 홍성 군청의 한 관계자는 "홍주 천 년의 시점을 언제로 볼지에 대한 견해가 각기 다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홍주라는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지역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관우 <홍주일보> 발행인은 "홍주가 유래된 시기는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도 "홍주라는 이름을 되찾는데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군이 주도하는 '홍주 천년 기념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홍주라는 이름부터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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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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