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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학 박사
 이상학 박사
ⓒ 이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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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의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국내 50대 대기업들에 대한 기업 정보공개 투명성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사결과, 기업의 공개된 정보를 통해 반부패 정책 수립이나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평가하는 반부패프로그램 영역에서 50대 대기업이 얻은 점수는 5.6점으로 글로벌 기업의 7.0점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한국 기업들이 아주 낮은 점수를 받은 영역은 기업의 핵심적인 금융정보를 얼마나 제공하는지를 평가하는 국가별보고서 항목이었다. 50개 대기업 중 9개 기업만이 정보를 공개한데다, 그 정보조차도 매우 제한된 탓에 글로벌 기업은 물론 개도국 기업보다도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매우 좋음'부터 '매우 나쁨'까지 5단계로 이뤄지는 평가에서 1단계인 '매우 좋음' 평가를 받은 한국 대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한국전력이 2단계인 '좋음'에 속한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KDB 산업은행은 '매우 나쁨'으로 5단계인 최하위로 평가 받았다.

한국투명성기구는 이번조사 결과보고서를 영문으로 발간하여 국제투명성기구를 비롯한 전세계 반부패관련기관 그리고 해외언론에도 배포하였다(http://ti.or.kr/xe/archive/291941).

국내 최초로 한국의 50대 대기업들에 대한 '기업 정보공개 투명성 조사결과'를 지난 9개월간 준비, 총괄하고 발표한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정책위원과 지난 2주간 국제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여 싣는다.

"한국 대기업, 정보공개에 소극적이고 극히 부정적"

- 한국투명성기구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실시한 한국의 50대 대기업에 대한 투명성 조사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임이 드러났다. 한국 대기업들이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의 대기업들이 정보공개에 소극적이고 극히 부정적이라는 점은 조사 결과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조사과정에서 겪은 한국 대기업들의 폐쇄적인 모습은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수치들보다 더욱 심각하였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일반 시민이 기업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다수의 기업들은 일반인이 소통할 수 있는 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를 극히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상품 판매를 위한 연락처나 자동응답 장치를 일반인에게 열어놨을 뿐이었고, 이메일의 경우에도 제보용으로 공개된 정도였다. 많은 부서의 담당자의 연락처가 공개되어 있는 공공부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기업의 폐쇄적인 구조로 인하여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업과 연락하거나 소통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기업들이 자신의 정보공개를 지극히 부정적으로 대하는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비롯한, 당당하지 못한 기업의 모습이 기업의 폐쇄성에 작용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한국 대기업들은 부패방지 프로그램과 국가별보고서에서 10점 만점에 각각 5.6점과 0.14점을 받아 세계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2014년 조사(부패방지 프로그램 7.0점, 국가별보고 0.6점)에 비해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 대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들보다 이 두 분야에서 특별히 낮은 점수를 받은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핵심적인 원인은 이들 부문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거나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려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의 경우)부패방지 프로그램에선 세계적인 기업에 비해서 1.4점이 낮다.

문항별로 보면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반부패에 대한 의지 표명, 급행료 금지 정책, 회사를 대리해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반부패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정책 등에서 아주 낮은 점수가 나왔다. 반면 부패를 신고하는 내부고발 창구 개설이나 부패 관련법 준수와 같은 항목에서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별 보고서에서는 한국 대기업이 받은 점수는 0.14점으로 0점에 가깝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받은 점수도 0.6점으로 낮지만 한국 기업들은 더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에 조직투명성 부문에서 한국기업들은 6.9점으로 세계적 기업들이 받은 3.9점보다 무려 3점이나 높다.

점수가 높은 영역의 공통점은 법이나 정책적인 압박이 높은 곳이란 점이다. 반면 점수가 낮은 영역은 제도적 강제가 약하고 자율적으로 기업투명성을 높이고 부패를 추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일들과 관련된 항목이 많았다. 여기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한국의 기업들은 강제되는 영역에서는 잘하고 있지만 강제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 국가별보고서가 무엇인지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면?
"국가별보고서는 회사가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각각의 국가에서 발생한 일들을 보고하는 것이다. 회사가 각각의 국가에서 행하고 있는 판매와 수입, 자본지출, 세금, 사회기여 등이 조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다. 이 조사는 국제투명성기구에서도 최근 도입한 문항인데 국제투명성기구가 이러한 조사항목을 추가한 것은 국제적인 흐름의 반영이다.

미국의 2010년 Dodd-Frank Wall Street Reform과 소비자보호법에서는 기업들로 하여금 국가별로 그리고 프로젝트별로 정부에 대한 지출보고서를 미국 증권시장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13년 유럽의회는 채굴업과 벌목업을 영위하는 큰 기업들에게 그들이 각국 정부에 지출하는 비용을 보고하도록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최근에는 G20 금융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OECD권고에 따라 국가별 보고서 이행을 결의하였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사항을 국가별로 보고하게 하는 것은 기업들이 해당 국가로부터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 은밀한 거래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채굴업이나 벌목업에서 이러한 제도가 먼저 도입되고 있다."

"투명성, 부패 연루 가능성 차단하는 유력한 장치"

 한국투명성기구 한국 50대 대기업들에 대한 기업 정보공개 투명성 조사결과 발표회 및 기자회견 중
 한국투명성기구 한국 50대 대기업들에 대한 기업 정보공개 투명성 조사결과 발표회 및 기자회견 중
ⓒ 한국투명성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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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이 기업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
"국제투명성기구에서는 '투명'을 부패를 막는 중요한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 투명성은 부패에 연루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유력한 장치임이 분명하다. 부패는 불투명한 조직구조, 비밀을 허용하는 관할권, 부적절한 행동과 거래에 의해서 대단히 자주 도움을 받고 있다. 이는 부패나 부정한 방법을 숨기는 중요한 통로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이슈가 되어 있는 파나마 페이퍼스 문제에서도 바로 이러한 불투명한 거래와 구조가 부패의 온상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투명성은 회사의 관계자는 물론이고 이해관계자, 일반 소비자와 시민들에게 회사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고 회사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게 한다. 회사에 대한 신뢰와 좋은 이미지는 곧바로 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음은 잘 알고 있는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 광고와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입하면서도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효율성을 중시하고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는 상당히 모순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투명성이 경쟁력이고 투명성이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의 기업들이 과연 모르고 있을까?

뿐만 아니라 각종 국제기구에서 기업투명성을 강조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럽 등에서 기업투명성을 강제하는 법안들이 만들어지고 있어서 글로벌 플레이어들인 한국기업들이 이를 마냥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

- 이번에 기업의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 자료의 수준을 조사한 만큼 다른 방식으로 공개된 자료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결과에) 부정확한 면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기업의 홈페이지만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다. 아니, 한국투명성기구가 이 한계를 먼저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들이 일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핵심적인 통로가 홈페이지라는 점에서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상당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사실 기업들이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으면서 별도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자료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더 광범위한 조사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조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제투명성기구가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음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1차 조사 결과를 각 기업에 통보해 피드백을 요청했는데 피드백에 응답한 기업이 매우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50개 기업 중 몇 개 기업이 응답했나? 응답한 기업들은?
"정확하게 피드백과정에 참여한 기업은 한국전력, LG화학, 두산, 두산중공업, 한화생명, 삼성중공업 등 몇 개 되지 않는다. 그 외의 일부 기업들도 조사에 대해서 문의하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조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기업에서는 자신들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을 불편해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조사과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기업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 중 일부 기업들은 조사결과 발표 현장에 참여하기도 하였고 일부 기업들은 전화 등으로 조사결과나 조사방법 등에 대해서 문의하고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기업들이 조사결과의 영향을 받아 기업투명성을 높이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한국 대기업, 정보공개 투명성 조사에 무관심"

- 응답 안 한 기업들의 이유가 궁금한데? 무관심인가 아니면 할 말 이 없어서 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
"응답을 하지 않은 기업이 응답을 하지 않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대체로 이러한 조사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으로 이해된다."

- 이번 조사에서 (주)대한항공, 삼성물산(주), (주)한화, 현대자동차(주), ㈜효성, SK하이닉스(주). CJ제일제당(주), GS칼텍스(주) 등이 '나쁨' 점수를 받았다. 이 '나쁨' 점수를 받은 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점수가 낮다는 점 외에 특별히 이 집단에서 나타난 공통의 특징은 없었다. 단, 이 점수에 속한 기업들 중에 한국의 초대형 그룹집단이 아닌 그 다음 그룹의 이름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나 삼성그룹의 계열사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한진, 한화, 효성, CJ, LS, GS 등의 이름이 많이 보인다."

-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에 '나쁨' 평가를 받은 기업들은 향후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쁨'의 성적을 받은 기업을 포함하여 다수의 한국기업들에게 투명성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2년 후에 조사를 하면 홈페이지는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보여주는 부분에는 눈에 띄는 개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이는 것만 그렇게 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는 기업투명성의 극히 일부분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사실 기업의 투명성을 말한다는 것은 매우 광범위한 영역의 문제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조사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형식적인 측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업들이 투명성이 필요한 이유를 깨닫고 진정으로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하려는 자세이다. 그렇게 할 때에 비로소 한국기업들은 투명하고 청렴한 기업이라는 이름을 얻게 될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 반부패 정책, 국제사회와 거꾸로 가고 있다"

- 한국투명성기구의 상임정책위원으로서 반부패 활동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한국사회는 급격한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와 사회의 여러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들도 많이 산적해 있다. 한국 근·현대사와 개발독재가 만들어 놓은 굴절된 사회구조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영역에서 진전이 있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경제위기와 경제사조의 변화를 거치면서 많은 문제들이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패는 해결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극히 위험한 것이다. 부패는 관계에서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공동체의 가치와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그래서 반부패활동의 성공여부는 우리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 끝으로 투명성과 부패문제와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평가하는가?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할 것이 있다. '열린정부파트너십'(Open Government Partnership: OGP)에 제출한 한국 정부의 실행계획이 거의 실천되고 있지 않다. 정부가 스스로 정부의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국제기구에 제출하였는데 이를 정부 스스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투명성과 반부패가 중요한 국제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음에 비추어 한국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정책위원은 사회학박사이며 민주노총 정책실장(전), 한국노동복지센터 이사, 교통안전공단 청렴옴부즈만, 서울시교육청 청렴교육강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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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국민권익위윈회 청렴포럼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