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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차원에서 툭 쳤을 뿐" 윤창중 전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사건 발생 후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을 지시해 따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자신은 여성 인턴에게 격려 차원에서 허리를 '툭' 쳤을 뿐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 "격려차원에서 툭 쳤을 뿐" 윤창중 전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기간 중 대사관 여성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013년 5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 하림각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여성 인턴에게 격려 차원에서 허리를 '툭' 쳤을 뿐 문화적인 차이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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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돌아왔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여직원 인턴 성추행 사건'으로 망측하게 물러난 지 3년여 만이다. 그는 지난 7일 네이버에 '윤창중칼럼세상'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하고 '내 영혼의 상처-윤창중의 자전적 에세이'라는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활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온라인이 후끈 달아올랐다. '윤창중'이라는 이름과 '윤창중 블로그'라는 키워드가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는가 하면, 그의 컴백을 알리는 관련 기사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윤창중'이라는 이름이 갖는 화제성을 생각해 본다면 이 같은 반응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가 누구던가.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입지전적인 인물이 아니던가. 평지풍파를 일으켰던 그가 칩거를 접고 활동을 재개했으니 대중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윤창중 전 대변인은 자신의 컴백을 알리는 글에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몇 가지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늘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먼저 자신의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언론이 말하는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무려 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워싱턴 검찰에서 나에게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법적으로 나에게 죄가 없었다는 법적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워싱턴 검찰이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자신을 기소하지 않았으므로 무죄라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그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미국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았고, 공소시효도 지났으므로 법률상 그가 무죄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사건의 수사진행을 유심히 관찰하면 미국 검찰이 왜 그를 기소하지 않았는지를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미국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으므로 무죄? 꿈보다 해몽

'국가 품위 손상' 윤창중 대변인 경질 9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수행중이던 윤창중 대변인을 전격 경질했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기간 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뉴욕행 전용기 내에서 수행원 및 기자들과 인사를 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 뒤로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2013년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중이던 윤창중 전 대변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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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사건이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외교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 때문에 워싱턴 검찰이 사건 수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워싱턴 검찰은 뚜렷한 이유 없이 사건 수사를 계속 미루며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수사 당국이 이 사건을 1년 이하 징역에 해당하는 '미스디미너(Misdemeanor, 경범죄)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점과 워싱턴 주에서는 성추행 경범죄가 1000달러 이하의 벌금이나 6개월의 구류형에 해당하고, 한국과 미국 간의 범죄인 인도 청구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윤창중 전 대변인을 미국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외교적 분쟁을 우려한 양국 정부의 복잡미묘한 입장과 미국 내의 성추행 경범죄 처벌 규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 같은 배경은 생략한 채 미국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으니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꿈보다 해몽에 불과할 뿐이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언론을 향해서도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언론의 조작, 왜곡, 선동보도는 늘어갔다"며 당시 성추문 사건이 언론에 의해 왜곡 보도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그들이 싸갈기며 남긴 오물들", "야멸찬 전방위적인 총공세", "천인공노할 폐인으로 만들어지는 광경" 같은 직설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윤창중 전 대변인이 언론을 향해 원색적이고 직설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것 역시 과거 자신이 '싸지른 오물들'을 떠올려 보면 적반하장일 뿐이다. 그는 과거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맹활약하던 당시 야당 정치인들을 '정치적 창녀'라고 표현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시위를 '황위병이 벌인 거리의 환각파티' 등으로 매도한 바 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전에는 "노무현을 용서한다면 대통령 이명박은 보수 우파 정권의 치욕으로 기록돼 두고두고 원용될 것"이라 말하는가 하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박원순 후보를 지칭해 "종북주의자 박원순을 선택하는 건 대한민국을 결딴내는 행렬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종북세력들이 점령군 완장차고 몰려가 서울시청 요직을 꿰차고, 종북시위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김정일 장군님 만세 함성을 터뜨리고야 말 것"이라는 이념편향적 칼럼을 쓰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다양한 칼럼을 통해 색깔론과 종북주의 등 이념갈등과 국론분열을 끊임없이 부추겼을 뿐만 아니라 입에 담을 수 없는 극단적 표현을 남발하는 '막말의 파티'를 벌이고는 했다. 이랬던 그가 자신의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거침없는 독수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에는 이처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황망한 해명과 주장이 담겨 있다.

 대선 기간 중 '칼럼세상'에 올라온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칼럼목록 일부.
 지난 대선 기간 중 '칼럼세상'에 올라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글 목록
ⓒ 칼럼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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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사건의 핵심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 여부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인 윤창중 전 대변인을 포함해 이 땅의 수많은 남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본인이 아무리 결백을 주장한다 한들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당했다면, 성추행 사건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엉덩이를 만졌든 허리를 쳤든, 아니면 야릇한 시선으로 특정 부위를 응시했든 상관없이 그로 인해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그것이 바로 성추행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권위적 남성우월주의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이 점은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글의 말미에 "혼신의 힘을 다해 기록으로 남기겠다"며 "기록은 무서운 것임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앞으로 본격적인 칼럼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윤창중 전 대변인이 칼럼을 집필하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나 간곡하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한가지 있다.

정치 칼럼을 쓰려거든 손을 조심하기 바란다.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자 분신인 청와대 대변인의 막중한 소임을 저버린 손. 주미 한국 대사관 소속 여자 인턴의 "허리를 툭 한번 쳤을 뿐"인 (윤창중 전 대변인의 주장) 그 문제의 손을 부디 잘 놀리라는 뜻이다. 그 손으로 인해 무너진 국격과 국민의 자존감이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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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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