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은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회복했을까.

이상민은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회복했을까. ⓒ JTBC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 대중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일은 분명 녹록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좋은 작품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논란은 종종 찬사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능인의 경우는 다르다. 캐릭터 뒤에서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한 배우와는 달리, 예능인의 경우 그 캐릭터 자체가 실제 그 사람의 사생활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한 번 망가진 이미지의 회복이 더욱 어렵다.

성공적이지 못한 노홍철과 이수근의 복귀

 복귀 성적이 신통치 않은 노홍철과 이수근

복귀 성적이 신통치 않은 노홍철과 이수근 ⓒ KBS, JTBC


<무한도전>에서 '찌롱이'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노홍철이나 <1박 2일> 등에서 활약하던 이수근 등은 여전히 대중의 호응을 되돌리는 데 성공적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중이 그들에게 지지를 보냈던 까닭은 그들이 만들어준 웃음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웃음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노홍철이나 이수근이 실제로도 책임감 있고 선할 것이라는 인식 말이다. 그러나 각각 일으킨 음주운전 사건이나 도박 사건은 그런 기대를 배반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들의 활동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들이 복귀한 후 성적표도 그다지 신통치 못하다.

노홍철은 복귀 후에도 프로그램이 논란이 되거나 폐지되면서 아직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현재 출연 중인 <어서옵쇼>가 유일한 방송이 되었지만, 이미지 전환은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그를 <무한도전>에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기는 하지만,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 예상되어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노홍철은 아직도 비판적인 대중의 시선을 온전히 반전시키지 못했다.

이수근은 <아는 형님>이나 <신서유기> 등 젊은 층에서 화제가 되는 작품들에 연속 출연하고 있으나 확실한 반전의 기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이수근의 개그 스타일은 농담과 상황극으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그 과정이 약간 올드하다. 과거 사생활을 고백하며 눈물까지 흘렸던 그지만, 도박 사건으로 오염된 이미지를 무마하기에는 다소 힘에 부쳐 보인다.

그가 예능 트렌드에 제대로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수근의 복귀 역시 여전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일'을 해낸 예능인이 있다. 가수로 출발했지만, 어느새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한 이상민이 그 예다.

이상민이 대중의 용서를 구하는 법

 때로는 지질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진중하게…. 이상민은 '진정성'을 보여주며 대중의 호감도를 회복했다.

때로는 지질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진중하게…. 이상민은 '진정성'을 보여주며 대중의 호감도를 회복했다. ⓒ KBS


이상민은 그룹 룰라로 데뷔하여 최고의 인기를 끌었고, 그를 바탕으로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하던 와중, 사업 실패와 각종 구설수로 주저앉은 인물이었다. 여기에 불법 도박장 운영 혐의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등이 터지며 이상민의 이미지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러나 현재 이상민에 대한 여론은 어느 정도 돌아섰다. 이상민이 각종 예능에서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때 출연금지였던 공중파에도 다시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이상민에 대한 여론이 돌아선 것은 이상민이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 때문이다. 이상민은 어느 예능에서건 스스럼없이 자신이 지고 있는 채무에 대해서 털어놓는다. 거기에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한 후회나 회한, 교훈 등은 공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그 일들을 교훈 삼아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상민이 보여주는 캐릭터는 확실히 웃음을 제공한다. 자신이 가진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내려놓은' 개그를 구사하는 것은 솔직함이 트렌드인 예능의 성격과도 맞아 떨어졌다. 특히 <아는 형님>에서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는 쟁쟁한 멤버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돋보인다. 숨기고 싶은 과거를 오히려 드러내고 거기에 맞장구까지 치며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이상민의 솜씨가 대중의 호감도를 좌우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이상민이 주축이 되는 <음악의 신 2>까지 제작되며 대세로 거듭나고 있다.

이상민의 강점은 그의 솔직함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의 '지질한' 캐릭터는 과거의 영광을 아직 못 잊은 듯 건들거리면서도 틈틈이 '자학' 개그를 선보인다. 도박, 표절, 사생활 등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회피하지 않고 언제나 '쿨' 하게 인정하며 정면돌파했다. 자신의 과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은 '짠한' 감정과 함께 확실한 웃음 포인트도 만든다. 여기에 정말 필요할 때는 예의 바르고 진정성 있게 자신을 낮추고, 때로는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치 않는 모습이 대중의 지지를 얻게 한 포인트다.

예능인의 복귀 역시 대중의 눈에 띄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은 당연히 적용된다. 그러나 예능인은 자신의 캐릭터 뒤에 숨을 수 없다. 그 캐릭터를 자신의 실제 성격 혹은 생활로 연관 지어 그 사람 자체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웃음을 전해 주면서도 자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만들지 못한다면 예능인의 복귀는 완전한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이상민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캐릭터화하며 대중 앞에 나섰다. 그를 용서하는 팬이 늘고 있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상민 노홍철 이수근 아는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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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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