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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생동중학교 학생들이 충남 공주시 소학동 새들목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홍천 생동중학교 학생들이 충남 공주시 소학동 새들목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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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죽은 물고기와 악취만 풍기는 강이다. 태어나 처음 보는 죽음이었다."

금강 순례를 마친 학생의 말이다. 2일 오전 9시 강원도 홍천군 기숙형 대안학교인 생동중학교 학생 30여 명과 선생님들이 금강 순례를 위해 충남 공주시 신관둔치공원을 찾았다. 이날 안내를 맡은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도 함께 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인근 새들목(공주시 소학동 하중도)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일반보존지구로 야생동식물의 보고로 불리는 곳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일부 개체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삵, 흰목물떼새, 잿빛개구리매, 말똥가리, 흰꼬리수리, 참수리, 수달, 황조롱이, 참매, 원앙, 참수리, 새호리기 등 15종이 서식한다.

구더기 들끓는 주변엔 이끼벌레만 득시글

바위 밑에는 여전히 큰빗이끼벌레가 자라는 모습이 포착됐다.
 바위 밑에는 여전히 큰빗이끼벌레가 자라는 모습이 포착됐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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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끼벌레예요?, 여기도 있어요, 여기도요."

"읔~썩은 생선 비린내가 나요."

입구부터 조류 사체가 둥둥 떠다니고 부유물과 뒤섞인 녹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물이 조금 빠져서 돌다리를 건너자 썩어가는 물고기에 구더기가 생기고 냄새를 풍기고 있다. 물속 자갈과 바위 틈에서 자라는 이끼벌레를 뜯어서 보여줬다.

무서워서 다가오지도 못하는 학생부터 손으로 만져보는 학생까지 순식간에 현장 체험장으로 변했다. 학생들은 바위틈에서 자라는 이끼벌레도 찾아냈다. 손으로 눌러보고 자갈로 찍어보고 코 끝에 대고 냄새를 맡기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곧 주변의 썩은 악취 때문에 자리를 피해야 했다.

유혈목이가 작은 올챙이를 잡아서 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유혈목이가 작은 올챙이를 잡아서 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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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힘든 장면도 목격했다. 작은 유혈목이 한 마리가 올챙이 한 마리를 입에 물고 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에 학생들이 걸음을 멈춘 것. 4대강 사업 전부터 있던 웅덩이는 물이 맑다. 정수식물인 마름과 부들 등 수초도 적당히 자생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후 만들어진 웅덩이는 조류만 가득하고 생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이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금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팀장이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금강을 이야기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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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기계 소음이 들린다. 공주시가 생태계 교란종인 가시박 제거를 하기 위해 키 높이까지 자라던 풀들을 베어내고 있었던 것. 물컹물컹한 흙바닥은 트랙터가 지나가면서 움푹 파였다. 안내를 맡은 김성중 팀장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절반 정도의 모래톱이 4대강 사업 준설로 사라졌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 20여 종이 넘게 서식하던 곳인데 지금은 15종 정도만 남아 있다. 공주시가 가시박을 퇴치한다는 이유로 야생동식물의 보물창고인 이곳의 풀들을 베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여기 사는 동물들은 서식지를 잃고 사라지게 될 것이다."


보수, 보강으로 세금만 축내는 공주보

공주보 수력발전소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공주보 수력발전소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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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좌안 콘크리트 누수를 잡기 위해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다.
 공주보 좌안 콘크리트 누수를 잡기 위해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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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좌안 콘크리트 누수를 잡기 위해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다.
 공주보 좌안 콘크리트 누수를 잡기 위해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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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에서 무슨 공사를 하고 있는데 한번 와 보세요."

제보가 들어왔다. 서둘러 공주보 수력발전소를 찾았다. 입구엔 출입금지 테이프가 쳐져 있다. 장비가 널브러진 주변으로 3, 4명의 작업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무슨 작업을 하는지 안내판이 없어서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공사를 하나시나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다른 곳처럼 승강기를 설치했으면 좋은데 비용문제로 하지 못해서 불편함이 있다. 정비할 때마다 크레인을 동원하여 위 뚜껑을 들어올려야 한다. 그래서 아예 설치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환풍기 시설까지 갖추려고 한다."

수시로 보수보강을 하면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공사로 보였다. 일행들과 걸어서 공도교를 걷던 중 좌안 콘크리트 고정보에 밧줄을 연결한 작업자가 보였다. 누수로 물이 새는 지점을 보수하는 것으로 보였다. 방수 과정에서 흘러내린 것으로 보이는 물질이 주변을 하얗게 퍼지고 있다.

흐름을 멈춘 강은 죽는다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에 죽어 있는 물고기.
 공주보 상류 수상공연장에 죽어 있는 물고기.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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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두-두-"
"선생님 배가 불룩한 붕어가 죽었어요."

상류 수상공연장으로 이동했다. 정수 수초인 마름이 장악한 이곳에 지난해 수자원공사가 설치한 마이크로버블기가 둔탁한 기계소음을 내고 있었다. 배가 불룩한 상태로 죽은 붕어에는 파리가 잔뜩 앉았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날아오른다. 아이들이 죽은 물고기 주변으로 몰려들더니 심한 악취에 이내 걸음을 서두른다.

"저기가 하류가 아닌가요?"

바람을 타고 물에 떠다니는 부유물이 상류로 오르는 모습을 본 한 학생이 공주보를 가리키며 묻는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유속이 사라지면서 1초당 0.02㎧ 정도로 측정되다가 지난해 조사에서는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공주시 백제큰다리는 밑에는 안내표지판에 상류와 하류를 표기해 놓았다.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솔밭에 자리를 잡고 김성중 팀장으로부터 마지막 이야기를 들었다. 

"물이 잘 흘러 자연적으로 수질이 정화되는, 여울과 모래톱이 발달한 과거의 4대강이 건강한 강이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사람이 물에 발 담그며 걸을 수 있는 강가가 있는 강이 꿈과 낭만, 생명과 문화, 그리고 미래가 있는 강이다.

비단같이 아름다운 금강을 파헤치기 위해 22조2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민 1인당 최소 44만 원을 4대강 사업을 위한 세금으로 냈다. 4대강 정비가 아니다, 개악이다. 맑게 흐르던 강을 물이 고여 썩어가는 늪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강에 살던 물고기 등 많은 수서생물이 사라지고 썩는 물에만 사는 물고기가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홍수 피해와 수질 악화를 막기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형 보를 유지하는 한 4대강은 영구적으로 세금을 흡수하는 하마가 될 것이다."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솔밭에서 금강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명승 제21호 고마나루 솔밭에서 금강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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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사업, #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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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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