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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지난 4월 7일 입국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지난 4월 7일 입국했다고 밝혔다.
ⓒ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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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왜 문제제기를 하는가?

2016년 4월 8일 통일부는 중국 저장성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 집단 탈북 사실'을 발표했다. 이들이 탈북 및 남한귀순을 결심하고, 4월 5일 밤 중국식당을 빠져나와 6일 새벽 말레이시아를 거쳐 7일 서울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4월 12일 북한은 납치행위라고 반발을 하였고, 4월 18일 여종업원의 부모들이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딸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같은 날 류경식당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종업원은 평양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고 동료들이 납치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과과정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하나는 우리 정부의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과 그 가족들의 반응이다. 우선 우리 정부가 탈북자들의 탈북 사실 및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위다. 그간 정부는 탈북자들의 신변보호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탈북자들의 신원을 공개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특히 재판에서 탈북자가 증인으로 나올 경우에도 비공개재판으로 전환하고, 탈북자에게 가명을 사용할 수 있게 배려해 주었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공개조치였다. 한편 정부가 이를 공개한 시점 역시 총선을 약 5일 앞둔 때라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이해될 소지가 다분했다.

그리고 북한의 반응도 이례적이었다. 즉각적으로 납치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여지가 있으나 가족들이 공개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특히 가족들은 유엔에 도움을 요청하고,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와 딸들을 만나겠다고 하는 등 매우 적극적이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북한의 반응에 특별할 것도 없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북한이라는 변수를 빼고 보면 가족들의 반응은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타당한 호소이다. 어느 한순간 딸들이 사라져버렸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면, 특히나 딸들이 자의적으로 가족들을 버리고 남한행을 택했다고 보기 어려운 관계였다면 누구나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이라는 변수를 지나치게 확대해석 하고 있음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한편, 5월 9일 탈북 여종업원 중 한 명이 북으로 송환을 요구하며 단식하다가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이 사건의 진실을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 이 사건은 남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이고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천륜의 문제인 것이다. 이 사건을 가장 신속하고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탈북 여종업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래서 민변에서는 탈북 여종업원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상 인정되는 변호인 접견권을 근거로 국정원에 만남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만 놓고 본다면 자의로 탈북한 것인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한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왜 탈북자들은 대한민국에 들어오면 곧바로 아무도 만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최장 180일 동안 수용(또는 구금)당한 채로 국정원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왜 탈북자들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면서 난민보다 못한 법적 대우를 하는지, 탈북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는 왜 감시하고 개선할 수 없는지에 대한 문제들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들어오면 국정원이 운영하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최장 180일 동안 수용되어 조사를 받는데 외부에서는 누가 조사를 받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가족도 알기 어렵고 심지어 국회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있더라도 외부에서 도와줄 수도 없고 변호사가 만나러 갈 수도 없다.

물론 탈북자들은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국정원에 권리보장을 요구할 수도 없고, 남한 정착을 결정하는 곳이다 보니 그럴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이 탈북 사실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매우 드문 사건이다. 대한변호사협회나 민변 등 시민사회에서 지금껏 이러한 기형적인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 타당한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제기를 하던 중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에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민변에 대해 북한의 대변인이라는 비난을 하거나 북한 주민의 인권침해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탈북자의 인권을 이야기 하면 종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한편으로는 북한 정부에 의한 북한주민의 인권탄압을 문제삼고 있는 사람들이 왜 남한에 들어온 북한 주민의 인권에는 침묵하는지 묻고 싶다.

2. 현재 진행 상황 - 국정원은 '유해물질 있을 수도 있다'며 서신 전달조차 거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통일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앞에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리은경 외 11명 긴급접견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통일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앞에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리은경 외 11명 긴급접견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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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은 5월 13일 탈북여종업원 12명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으나 5월 16일 오전 국정원으로부터 접견 거부 통보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같은 날 오후에 북한 여종업원들이 수용되어 있는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접견을 신청했는데 이 역시 거부 통보를 받았다.

민변 변호사들은 접견이 거부된다면 최소한 이들에게 권리를 안내하고, 가족들의 소식을 알려주는 서신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이 역시 국정원이 거부하였다. 그런데 그 거부의 이유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변호인들이 제공하는 서신에 유해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러한 유해물질이 있는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이에 대하여 민변은 법원을 통해 위법성을 다투고자 하였다. 국정원의 이러한 행위는 크게 두 가지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하나는 위법한 행정처분이고, 하나는 수사기관의 위법한 처분인 것이다. 국정원은 행정기관인 동시에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정원이 두 가지 지위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 항상 문제가 발생하면서도 해결을 못하게 가로막는다. 어찌됐든 민변은 수사기관의 위법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준항고를 우선 제기해 두었고, 곧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민변은 5월 24일 가족들의 위임을 근거로 탈북여종업원 12명 전부에 대한 인신구제청구를 신청하였다. 인신구제청구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국가기관이나 정신병원 등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경우 수용을 해제해 달라는 청구다. 과거 유우성 사건에서 여동생에 대한 인신구제청구를 통해 사실상 수용이 해제된 사례가 있었다. 탈북여종업원들의 가족들은 중국 청화대 교수에게 위임장을 보냈고, 이를 받은 청화대 교수가 민변 대표 메일로 위임장 사본을 보내 이를 근거로 청구하게 되었다.

인신구제청구를 하면 법원에서 청구서를 수용자(국정원)와 피수용자(여종업원들)에게 보내주는데, 수용자인 국정원은 이를 받았으나 여종업원들에게 전달해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여종업원들이 자발적인 의사로 탈북하였고, 자발적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라면 이를 전달해 주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편, 국정원의 변하지 않는 입장 중 하나가 탈북자들을 구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탈북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부의 테러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데리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변호사를 만나게 하거나 신뢰관계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하고, 가족들과도 연락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에게도 면회와 서신연락이 허락되는데 보호를 받는 사람에게는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이 당연히 허용되는 일들이라 할 것이다.

3.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2015년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앞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2015년 10월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앞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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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집단 탈북이 사실인지 아닌지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와 탈북자들의 인권문제를 분리하는 것도 큰 문제이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탈북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침해가능성을 방치하는 것이 큰 문제이다. 그래서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개선하라고 끊임없이 주장하지만 정부와 국정원은 요지부동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탈북자들을 조사하고 보호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나 꼭 국정원이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통일부가 조사의 주체가 되거나 행정안전부 또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이를 담당하면 될 것이다. 수집된 주요 정보는 국정원에게 통보하면 된다.

그리고 탈북자를 조사하는 과정에 대한 사법적인 통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보장과 조사 시 신뢰관계자가 동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사실 현행 법률에 의하더라도 보호시설이므로 당연히 인정될 수 있다고 해석되나 국정원이 개입하는 순간 모든 일이 비밀이 되고, 국가안보가 되기 때문에 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우리의 시각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북한과 관련된 문제는 항상 사고의 마비를 가져온다. 지금처럼 부모가 자식을 찾는 문제에서도 우리의 사고는 경직되어 있다.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자세로는 한참 부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용민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통일위원회 소속이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공동 변호인이었습니다.



태그:#중국, #집단 탈북, #북한, #북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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