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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없는 약속 20년'에 이어 이제는 제 자신을 시작으로 나의 심리적, 생활상의 문제들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 걸림돌이 됐던 독(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움을 주는 요인)을 다스렸을 때 건강과 행복을 더 크게 느끼며 당당하게 생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연재기사의 이름은 '내 안에 독을 다스리면 덕이되고, 복이된 사연'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상담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 겁니다. 이 연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본인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을 동의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으로 합니다. - 기자 말

내가 중심이었다.
 내가 중심이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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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오늘날 내가 일하고 더 나아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나는 태어나서부터 일반적인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소화기능이 약한 상태로 태어나 3살 때까지 엄마 젖은 물론이고, 음식 섭취를 잘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유아기는 물론이고 고등학교 3학년 체육시간에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햇볕을 쬐면 속이 메스껍고 얼굴은 누렇게 변해 쓰러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햇볕에 약하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것을 입증하듯 몸과 함께 감정도 매우 예민한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도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하다 보니 이웃집 할머니나 어른들과 대문 앞에 함께 앉았다. 처음에는 그분들이 무슨 말씀을 나누시는지 모른 채 그냥 듣고 있다가 어느날부터인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인생을 논하면서…. 어린 아이가 인생을 말하는데, 어르신들께서는 어이가 없으셨을 텐데도 잘 들어주셨다.

일평생을 살려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까

7살 때로 기억한다. 모내기 하는 봄철에 강풍으로 모자리에 씌워놨던 비닐이 날아가버리곤 했다. 그러면 마음 선한 농부들은 아무런 불평없이 그 비닐을 다시 잡아서 씌우고, 또 강풍에 벗겨지면 또 씌웠다. 싹을 잘 자라게 해 그 모들을 논에 심었다. 그리고 모가 다 자라 벼가 익어갈 때는 봄철보다 더 강한 태풍이 여러 번 찾아와 다 익어가는 벼들이 쓰러지곤 했다. 벼들이 논바닥에 닿게 되면 쓰러진 벼들은 그곳에서 싹을 돋아나게 했다.

그때 생각했다. '사람이 1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는 데도 이 정도로 어려움이 있다면, 사람이 일평생, 수십 년을 살려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내가 그랬나 싶지만, 어머니 또한 내가 그런 말을 일곱 살 때 했다고 기억하신다.

지금은 "수술을 그렇게 여러 번 하시고, 전신마취를 33번 이상 하셨음에도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첫 번째 이유는 어려서부터 훌륭하신 벗(어르신들)들을 잘 만난 것이요, 둘째는 뛰어놀지 못하다보니 늘 쪼그리고 앉아서 생각의 힘을 키웠기 때문인 것 같다. 인생은 힘들다는 걸 어려서부터 받아들이는 훈련을 한 셈이다.

이 이야기를 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님이셨던 이동원 교수님께 전해드렸더니 "아니, 겨우 7살 때 그런 생각을 했단 말이야!"라고 놀라셨다. 한편으로 지금이니까 맥락적으로 좋은 일만 떠오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매순간이 여의롭지 않았다는 증거다. 마치 오늘날 상담받기 위해 나를 찾아온 분들이 "어떻게 그렇게 해결책을 쉽고 가까이에서 찾으세요"라고 말하면 나는 이러헥 대답하곤 한다. "그만큼 삶이 힘들었단 얘기겠지요"라고….

"죽고 싶다는 친구,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렵고 힘들었기에, 살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해답을 가까이에서 찾으려고 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가정환경에 믿지 못할 건강 상태였기에 그런 환경에 적응하려니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시기가 또래에 비해 조금 빨랐던 것 같다. 오죽하면 나는 사춘기(중2 때)에 불교 집안이였던 관계로 다니던 절에 주지스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 "스님, 제 친구가 인생이 복잡하고 힘들어 보여서 죽고 싶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스님 : "마음을 비우라고 전해라."
: "스님, 마음은 어떻게 비우나요?"
스님 : "욕심을 내려놓으라고 하거라."
: "욕심은 그러면 어떻게 내려놓나요?"
스님 : "(아무런 말씀없다가) 인생을 살다 보면 알 것이라고 하거라."

그 친구가 바로 나였다는 것을 아마도 그 스님은 아셨을 것 같은데, 사실 내가 원하는 대답과는 조금 달랐다.  이후 고등학교 1학년 석가탄실일에 법문을 듣던 중에 나는 그 법문에 궁금증이 발동했다. 

: "스님, 궁금한 점이 있는데 여쭤봐도 되나요?"
스님 : "또 무엇이 궁금한가?"(중학교 때 질문드렸던 스님이셨고, 내가 수시로 질문을 드렸었다)
: "스님의 지금 법문 중에 언급하신 '현 세상에서 도인처럼 착하게 잘 살아야 다음 세상(내세)에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축생으로 태어난다'고 하셨는데…."
스님 : "(당신의 말씀을 아주 잘 기억해서 기특하다는 듯) 잘 듣고 있었구나."
: "그래서 궁금한데요. 그렇게 도인처럼 착하게 잘산 사람들이 태어나고 또 태어나면 세상은 갈수록 평화로워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세상은 제가 어렸을 때 보다 더 악해지고 있나요?"

스님은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렇게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부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싶다. 20대 초반까지는 모든 것을 내 중심으로 내 위주로 생각하고 판단했으며 내가 가장 잘난 줄 알았다. 그렇다 보니 주위 사람들이 내 의견에 따라오는 걸 자랑으로 여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주제를 넘어도 한참 주제 넘었고, 몰라서 그랬다는 결론만 내릴 수 있다. 내 생각에 따라오지 않는 친구들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이렇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일단, 고집 세고 외골수 같다는 가족·친구들의 평이 따라다녔다.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잘나면 이렇게 주위에서 말이 많을 수 밖에 없어'라면서 나름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잘난 나'의 모순을 발견하고... 달라졌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추구하고 좋아하던 패턴과 180도 다른, 언제나 도움이 필요하고 보호가 필요한 조카와 함께 생활하면서('말없는 약속 20년'의 주인공 덕이) 내가 뭔가 변해야 함을 직면하게 됐다(처음에는 조카의 발달을 돕기 위해 시작한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나를 분석하고, 나의 콤플렉스를 들여다보게 됐고, 내 모순들을 찾게 됐다). 그랬더니 드러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나의 문제들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스스로 말도 못하게 창피하게 여겼다. 특히 부모와 주위사람들에게 부끄러워 약 3년 동안 눈빛으로만 대화할 뿐 말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지냈다. 대신 움직이기를 싫어했던 나는 전에는 그렇게 잘난 척하며 말로 떠들던 것을 금하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 2년 정도는 안 움직이던 몸을 움직이다 보니 신체적으로 어지럽고, 힘들었다. 

몸을 움직이게 되면서 생각은 실천으로 이어지게 됐다. 그 결과, 둔(쉽게 변하지 않고)하고, 답답해보이고(침착해지고), 뚱뚱했으며(믿음직스럽고), 반응을 쉽게 보이지도 않고(속 깊은 아이), 말도 없고(의리있고), 학교 선생님을 비롯하여 부모님 그리고 어른들의 말씀에 이해가 되지 않을 때에는 움직이지도 않고 상대의 눈만 계속 바라보고(잔머리 굴리지 않고 진지하며 정직한) 있던 나는 검은 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좋은 벗과 생각의 힘은 잠재됐던 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준 덕이고 복이다. 가장 좋은 품질의 소고기를 사람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의 되새김질이 중요하듯 사람은 이렇게 끊임없이 과연 그러한지를 계속 생각하고 자기만의 시간으로 깊이 묵상하고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실의 정확성으로부터 당당해지고, 나아가 인생은 먼지와 같음을 깨닫게 된다. 이로 인해 욕심과 이기성을 내려놓음으로써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마음이 편해진다. 또한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마음가짐은 나를 집착하게 만들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태그:#나, #이야기, #독, #덕,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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