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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유엔 엔지오 컨퍼런스 개막식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대권행보에 대해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한다는 발언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유엔 엔지오 컨퍼런스 개막식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대권행보에 대해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한다는 발언을 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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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이후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과 관련해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 총장의 방한 후 언행은 누가 보더라도 대권행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 총장은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엔지오(NGO) 컨퍼런스' 개막식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방한 목적이 이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반 총장은 그러면서 "관훈클럽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했었는데 그런 내용이 조금 과대, 확대, 증폭된 면이 없지 않아서 저도 당황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분명하게 말씀드릴 것은 저는 아직도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7개월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국내에서의 행동에 대해서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것은 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이런 데 대해서 추측들을 하시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제 자신이 제일 잘 알고 또 내가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의 국내에서의 행동을 대권행보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과대해석'이거나 '추측'일까? 그의 6일을 찬찬히 복기해보자.

첫날부터 속마음을 숨기지 않다

반 총장은 방한 첫날인 25일 제주호텔에서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질문을 받고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여러분께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나이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미국 대통령 후보들을 예로 들며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도 없다"며 "체력 같은 건 요즘은 별문제가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28일에는 예정에도 없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저택을 방문해 비공개 면담을 가진 뒤,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건, 노신영, 이현재 전 총리 등 각계 원로 13명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열기도 했다.

그는 29일에도 경북 안동을 방문해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광림 새누리당 국회의원, 지역 정치인들과 함께 서애 류성용 선생의 고택인 충효당(보물 414호)을 찾았다. 그는 방명록에 "우리민족의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길 빕니다"라고 쓰고 나무 중 제왕으로 불리는 주목을 기념식수했다. 반 총장은 "서애 선생님의 숨결과 손길, 정신이 깃든 하회마을에서 그분의 깊은 나라 사랑 정신,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새로 기리며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경북도청을 예고 없이 방문해 금강송을 기념식수한 뒤 경주에서 열린 유엔 NGO 컨퍼런스 환영만찬에서 친박계로 불리는 김정재 당선자(경북 포항), 김석기 당선자(경북 경주) 등과 함께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경북지역 주요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TK에서 친박 당선자 만나고, 박근혜 대통령 긍정 평가 연설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9일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9일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 경북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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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은 30일 오전에 열린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이 지금 아프리카 순방 중에 계신다"며 "농촌개발과 사회경제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아프리카에 알리는 일에 전념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런 행보는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과 현 정부의 심장인 대구경북(TK)의 연합을 염두에 두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대권후보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한 셈이다.

이번 귀국 목표가 국민들에게 차기 대권주자로 각인시키는 것이라면, 반 총장은 그 목표를 훌륭히 달성했다. 30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8.4%가 반 총장을 1위에 꼽았다(27~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반 총장은 "저의 임기를 마지막까지 잘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며 "국민여러분들께서 제가 UN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하고 한국을 떠난다. 하지만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번 반 총장의 방한 행보는 UN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이다. 각종 정치적 수사와 달리 그의 행보는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노골적이었다.


태그:#반기문, #유엔NGO컨퍼런스, #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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