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선두질주에 가속이 붙고 있다.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초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16으로 역전패했지만 전날까지 5연승을 달렸다. 34승 1무 13패 0.723의 승률로 승패 차는 +21이나 된다. 2위 NC 다이노스와는 6.5경기 차로 독주 체제다.

두산은 한두 명의 대형 스타가 이끄는 팀이 아니기에 더욱 돋보인다. 주전급 타자와 선발 요원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불펜에서 만큼은 정재훈이 독보적이다. 정재훈은 마무리 이현승 앞에서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서 승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14개로 홀드 부문 1위에 당당히 올라있다. 홀드 10개로 2위를 기록 중인 윤길현(SK), 이보근(넥센)과는 4개 차다.

 전성기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두산 정재훈

전성기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두산 정재훈 ⓒ 두산 베어스


평균자책점 1.11, 이닝당 출루허용율(WHIP) 0.71, 피안타율 0.147로 세부 지표도 훌륭하다. 구속은 예전 같지 않지만 자로 잰 듯 정교한 제구가 일품이다. 주 무기 포크볼은 여전히 위력적이어서 상대 타자들이 방망이를 연신 헛돌린다.

정재훈의 활약이 더욱 인상적인 이유는 그가 '돌고 돌아온 두산맨'이라는 점이다. 그는 2003년 두산에 입단해 2014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12시즌 동안 두산에 몸담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마무리 투수 노릇을 했다. 2006년에는 38세이브로 구원왕을 거머쥐기도 했고. 2010년에는 셋업맨으로 나서 23홀드로 홀드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4시즌 종료 후 두산이 FA 장원준을 영입하며 정재훈은 보상 선수로 롯데로 이적했다. 2015년 10경기에 등판한 그는 승패는 물론 홀드와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한 채 7.11의 평균자책점으로 부진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정재훈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2015년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그는 1년 만에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했다.

두산은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올라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는 기적을 일궜다. 하지만 정재훈은 당시 두산에 없었다. 두산은 오랜 기간 팀에 헌신했던 정재훈이 복귀하자 그간의 공헌을 기려 우승 반지를 특별 제작해 그에게 선물했다. 여러가지 사건 사고가 이어졌던 프로야구계에서 간만에 접하는  훈훈한 미담 사례였다.

2016시즌 정재훈의 맹활약에는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이끌고 싶다는 의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우승에 직접 기여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정재훈은 두산이 치른 48경기 중 꼭 절반에 해당하는 24경기에 등판했다. 두산이 7할이상의 승률을 보이면서 필승조의 핵심인 그의 등판도 잦아졌다. 등판 경기 수만 놓고 보면 리그 공동 5위에 해당한다. 현재 추세가 계속될 리야 없겠지만 144경기 체제에서 72경기에 등판하게 되는 페이스다.

대다수 투수들이 쇠퇴하기 시작하는 나이인 만 36세. 나이는 아랑곳 없이 전성기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베테랑 정재훈이지만 그에게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잘 나가는 두산의 몇 안 되는 고민 중 하나는 이현승과 정재훈 외에는 믿을 만한 불펜 요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시즌 초 좋은 모습을 보이던 오현택은 5월 들어 최악의 부진(8.2이닝 ERA 12.46)을 보이고 있다. 사이드암의 특성 상 좌타자까지 맡기기는 쉽지 않다.

그 외의 젊은 불펜 투수 중 5월에 복귀한 윤명준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확실히 신뢰할 만한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믿을맨' 정재훈이 자주 등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시즌 홀드 부문을 독주하고 있는 정재훈

올 시즌 홀드 부문을 독주하고 있는 정재훈 ⓒ 두산 베어스


2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8회 초 1사 후 등판한 정재훈은 9회 말 2사 후 교체되었다. 경기를 끝까지 맡기지 않았다. 28일 경기에서는 9회 초 1점 차로 추격당했지만 전날 연투를 했던 정재훈은 대기는 했지만 등판하진 않았다.

두산 김태영 감독은 마무리 이현승이 9회 2실점하며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뚝심을 발휘, 니퍼트와 이현승 두 명의 투수만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마무리 이현승에 대한 신뢰의 차원이기도 했겠지만 시즌 초 정재훈에게 3연투(4/8~10)를 시키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김 감독 역시 눈앞의 1승보다는 정재훈이 꼭 필요한 순간을 위해 신경써서 관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만 36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최고의 불펜으로 부활한 정재훈에게 피로누적과 혹사만 없다면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의 열망은 보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절필선언' 정재훈 2016 상세기록 보기

[기록 출처: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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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 이용선 프로야구 필진 / 편집 및 자료 제공 :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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