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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0일 낮 1시 1분]

청와대가 지난 29일(현지시각)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의 정상회담 내용을 왜곡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바로 무세베니 대통령이 회담 중 "안보, 군사, 경찰 분야에서의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발언한 부분을 두고서다. 우간다 정부 일각에서 이를 공식 부인하고 나서면서 이 문제가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는 이번 순방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북핵 압박 공조를 견인하겠다는 청와대의 전략이 사실상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얘기와도 같다. 우간다는 북한의 '동아프리카 거점국'으로 불릴 정도로 전통적인 북한 우방국이었다는 점에서 앞서 알려진 무세베니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 순방의 큰 성과로 평가받았다.

우간다 정부 "한국 정부의 프로파간다, 국제정치 관행에도 안 맞아"

박근혜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전(현지시간) 캄팔라 우간다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양국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전(현지시간) 캄팔라 우간다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양국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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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청와대는 한-우간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무세베니 대통령은 북한이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도 고립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우간다는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세베니 대통령은) '특히 안보, 군사, 경찰 분야에서의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disengage)할 것을 지시했다는 점을 반복해 언급하면서 안보리 결의에 대한 충실한 이행의지를 재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는 당연히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현지에서 한 브리핑에서 "북한과의 군사협력보다는 우리와의 실질 협력에 보다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간다 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는 물론 대한반도 정책에서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측 입장에 전향적 태도를 보여줬다"며 "이런 점은 우간다 측이 북한과 군사·안보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유지해왔다는 측면을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7년, 1990년, 1992년 북한을 3차례 방문해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을 직접 만나는 등 북한과 깊은 친교를 맺어왔다. 다만, 지난 2014년 10월 '국제 김일성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이를 거부하는 등 최근 북한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가 무색한 상황이 벌어졌다. 우간다 정부가 이를 공식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샤반 반타리자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은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프로파간다(선전)'"이라며 "만일 그런 지시가 있었더라도 그것은 공개될 수 없다, 그것이 국제정치의 관행"이라고 밝혔다.

즉, '북한과 안보·군사 협력 중단 지시'란 무세베니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국제정치의 관행'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우간다 측과 협의 없이 공개한 것에 대한 '항의'의 뉘앙스도 읽힌다.

결국 박 대통령이 무세베니 대통령과 실제로 공개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대화했더라도 그 결과가 양국 간 진실공방으로 비화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 꼴이다.

G7 정상회담 포기·박정희 띄우기 행보 비판 피하려다가?

박근혜 대통령과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29일 오전(현지시간) 캄팔라 우간다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29일 오전(현지시간) 캄팔라 우간다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 강화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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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는 청와대 측이 이번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대한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려다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26~27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할 기회를 희생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선일보>마저 사설을 통해 "G7 정상회담은 국제사회가 공동 추진하는 대북(對北) 제재 국면에서 올 상반기 동아시아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로 평가된다"라면서 "그런데도 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윤병세 외교장관 등 외교 라인의 중대한 판단 착오"라고 꼬집을 정도였다.

청와대가 이번 순방 목적 중 하나를 아프리카 국가들의 북핵 압박 공조를 견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북핵과 관련된 세계 주요국 정상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걷어찬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수십 년째 철권 독재정치를 하고 있는 독재자의 나라에 가서 어떤 대화를 나누시려고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급변하는 정세에 대한 대응보다 우간다 독재 정권과의 만남이 더 급하셨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목적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을 좇는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 순방국인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는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수교를 맺었고 박 전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에도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실제로 우간다는 지난 2009년 새마을 운동을 도입, 현재 30개의 시범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30일 아프리카 최초로 문을 여는 새마을 운동 지도자 교육원인 '음피지 농업지도자연수원' 개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우간다 외교부 장관은 또 다른 주장... "북한과의 관계 중단 맞아"

한편, 이번 일이 청와대의 '무리수'가 아니라 우간다 정부 내의 갈등에 따른 해프닝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샘 쿠데사 우간다 외교장관은 현지 방송인 NBS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엔 제재에 따라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disengage)한다"라고 공식 언급했다. 또 현지 언론 <데일리 모니터>에서도 "유엔 제재에 따라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를 중단하고 핵무기 확산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쿠데사 장관의 발언을 보도했다.

앞서 "한국 정부의 프로파간다"라고 했던 샤반 반타리자 정부 부대변인의 발언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청와대 역시 '진실공방'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관계자는 "무세베니 대통령이 정상회담 때 북한과의 협력 중단을 얘기했고 회담에 동석한 쿠데사 장관에게 '우리가 발표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봐 확답을 받고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간다 정부 내의 해프닝으로 보인다"라면서 우간다 정부 내 친북 인사들의 반발로 이번 일을 해석했다.


태그:#박근혜, #북핵, #우간다,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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