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의 결승 홈런 활약을 전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공식 트위터 갈무리.

김현수의 결승 홈런 활약을 전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공식 트위터 갈무리. ⓒ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날려버리는 마수걸이 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현수는 30일(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 주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리며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 진출 후 벤치에서 더 많이 머물다가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며 4경기 연속 선발 출전의 기회를 잡은 김현수는 기대에 보답하듯 동점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홈런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김현수, 데뷔 첫 홈런을 결승 홈런으로

이날 볼티모어는 김현수에게 2번 타자 겸 좌익수라는 중책을 맡겼다. 주로 하위 타선에서 출전하다가 상위 타선으로 오자 어깨가 무거워진 탓인지 1회초 첫 타석에서는 상대 선발 마이크 클레빈저의 빠른 공에 배트를 헛돌리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2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는 실패했고, 5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도 빠른 공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침묵을 이어갔다. 경기 초반 4-0으로 크게 앞서나가던 볼티모어는 그사이 선발투수 크리스 틸먼이 흔들리며 4-4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현수가 해결사로 나섰다. 7회초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상대 우완 구원투수 제프 맨쉽의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빠르게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데뷔 17경기 54타석 만에 터뜨린 귀중한 첫 홈런이었다.

김현수가 홈런을 치고 들어왔지만 볼티모어 선수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잠시 후 동료 선수들이 몰려와 축하를 건넸다. 데뷔 첫 홈런을 터뜨린 선수를 놀리는 메이저리그의 전통이었다. 그제야 김현수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홈런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현수는 7회말 대수비 조이 리카드와 교체되면서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으로 경기를 마쳤고, 시즌 타율은 0.383을 기록했다. 반면 김현수와 주전 경쟁을 펼치는 리카드는 삼진을 당하며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홈팬 야유까지 받던 김현수의 화려한 반전

볼티모어가 더 이상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6-4로 승리하면서 김현수의 홈런은 결승타로 기록됐다. 김현수로서는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결승 홈런이 되면서 더욱 의미가 컸다.

김현수는 경기 후 볼티모어 공식 홈페이지 인터뷰에서 "나의 첫 홈런으로 승리를 이끌어 너무 흥분된다"라며 "데뷔 첫 홈런이라서 행복하지만, 결승 홈런이라서 더욱 행복하다"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정교한 타격으로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올 시즌 볼티모어에 입단,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김현수는 기대와 달리 시범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요청을 거부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고, 개막전에서 홈팬들의 야유까지 받으며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함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병호, 이대호, 오승환이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더욱 초조했지만 묵묵하게 출전 기회를 기다린 김현수는 마침내 첫 홈런을 터뜨리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볼티모어도 최근 주춤하자 변화를 시도, 타격감이 좋은 김현수를 더욱 과감하게 기용하고 있다. 이날 홈런으로 마음의 짐을 덜어낸 김현수가 과연 험난한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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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볼티모어 오리올스 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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