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4가지 모피 사진. 이 질감을 과연 어떻게 구현했을까?

동물의 4가지 모피 사진. 이 질감을 과연 어떻게 구현했을까? ⓒ 디즈니


수백만 개의 털을 가진 포유동물 고유의 털 무늬와 색, 그리고 각기 다른 행동들을 마치 살아있는 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는 그것이 가능함을 470만 명의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월트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평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주토피아'란 공간에서 토끼 주디와 여우 닉이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잘 짜인 추리와 추격 줄거리에 디즈니 특유의 감성을 더했으며,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동물 털 묘사기술이 뛰어나 등장하는 동물들을 더 현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제작팀은 그만큼 동물 연구에 오랜 시간을 쏟은 한편, 소프트웨어 '아이그룸'을 활용했다.

'아이그룸'이란 모피 제어 도구(fur-controlling tool)로 'grooming tool'의 일종이다. 토끼와 여우의 약 250만 개의 털 묘사에 이용됐고, 햄스터의 털 약 48만 가닥 정도를 표현했다. 애니메이터는 연구 단계 중 모피 하층부에 특히 신경을 썼는데, 컴퓨터로는 그 디테일을 재현하기가 어려워 이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한다. '아이그룸'의 이용 효과는 총 4가지로 볼 수 있다.

'아이그룸'을 이용했더니... 푹신푹신한 치타가 완성됐다

 <주토피아>의 클로 하우저(치타)

<주토피아>의 클로 하우저(치타) ⓒ 월트디즈니


①빛의 경로를 계산하여 털이 자연스럽게 빛나도록 한다. ②가상의 모피 레이어를 만들어 두께를 조절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푹신푹신한 질감과 밀도를 표현할 수 있다. 그 예로 <주토피아> 속 경찰 클로 하우저(치타)의 크고 통통한 이미지가 있다. ①과 ②를 통해 장면이 어떻게 보일지를 예측하고 ③털 모양을 내고 그림자로 엄청난 범위와 많은 수의 동물을 표현했다. ④털 손질을 양식화하여 반복활용을 가능하게 하고, 각 캐릭터의 독특한 특징에 맞춰 적용될 수 있다.

'아이그룸'을 사용하기 전에는 실루엣과 생물의 자세를 만들 때 모피를 추가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일일이 예측해야 했고 근사치로 일을 진행했다. 또한 하나의 캐릭터에만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토피아에서는 그런 식으로 할 수가 없었다. 실루엣 하나에 집착하면 모양변화를 표현할 때 작은 불일치가 생겨 전체 장면이 망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진과 하이페리온으로 구현한 이미지를 비교했다.

실제 사진과 하이페리온으로 구현한 이미지를 비교했다. ⓒ 디즈니


아이그룸의 기반을 이루는 기술 중에 하이페리온 렌더링 시스템과 가속화 프로그램이 있다. 우선, 모피의 빛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디즈니 영화의 비밀무기인 하이페리온 렌더링 시스템(Hyperion rendering system)이다. 가상 장면에서 물체에 반사된 빛이 광원으로 되돌아오기 전에, 카메라 레이(Camera rays)를 추적함으로써 이미지 생성을 독특하고 고유하게 한다. <주토피아> 제작팀은 기존 하이페리온 소프트웨어에 새로운 모피 패러다임을 추가했다. 빽빽한 모피 사이를 지나가는 빛의 경로를 찾기 위해 광원에서 나온 빛을 역추적해 계산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를 '경로추적(Path tracing)'이라고 부른다.

'경로추적'이란 현실에서 빛이 물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시뮬레이션해 디지털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빛의 경로는 물체에서 튕겨 나온 (색을 띠는) 광선을 추적하여 찾을 수 있다. 이때, 광원에서 나와 카메라에 도달하는 수백만이 넘는 빛의 경로를 계산한다. 물체 표면과 충돌한 빛은 새로운 빛의 경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한 경로는 수많은 선으로 구성된다. 이것들을 모두 계산하고 종합하여 최종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Hyperion'을 포함한 Path tracing의 많은 버전에서 경로를 추적하여 카메라와 광원과의 연결선을 찾는 방식이 이용된다. 실제 세계의 빛의 방향의 정반대를 향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실제로 카메라에 충돌하는 빛의 경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더 현실적인!

 'path tracing'을 설명한 이미지.

'path tracing'을 설명한 이미지. ⓒ 디즈니


이 기술은 높은 수준의 리얼리즘을 구현한다. 빛과 물체의 모든 상호작용이 시뮬레이션 되기 때문에 빛의 충돌과 반사 등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빛이 여러 번 반사돼(multi-bounce light) 장면에 영향을 주더라도, 섬세하거나 그렇지 않은 빛의 효과를 결합할 수 있어, 장면구현에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피를 자연스럽게 묘사할 수 있다.

또한 엔지니어들은 모피 표현의 성능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실시간 디스플레이 소프트웨어(Nitro)로 전환하였다. 애니메이터가 결정을 내리는 즉시 현실적인 렌더링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도구는 프로세스를 가속화해 모피 표면의 섬세한 표현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디즈니는 <주토피아>에서 아주 작은 크기의 햄스터부터 거대한 곰, 기린에 이르기까지 많은 동물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는 '아이그룸'과 그 보조기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 간단한 기술들을 모으고 응용하여 더 발전된 수준의 묘사 기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앞으로 애니메이션 기술은 만화영화라는 작은 범위가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인 교육 및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응용되어 더 높은 기술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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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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